안희정 '불펜투수론' 노림수

2015.11.16 11:11:51 호수 0호

흔들리는 선발투수는 스스로 내려와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선발투수가 흔들리면 불펜투수가 몸을 푸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들어 유독 ‘불펜투수론’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가 차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요즘 안 지사의 대권 스케줄이 무척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흔들리고 있다.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까지 밀렸고, 연이은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충청 대망론

당내에서는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문 대표의 취임 일성을 회자하며 문 대표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불가론’이다.

이와 맞물려 요즘 정치권에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안 지사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가 차기는 문 대표에게 양보하고 차차기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 문 대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안 지사가 대권 스케줄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안희정 불펜투수론’이다.

안 지사는 최근 들어 유독 ‘불펜투수론’을 강조하고 있다. 안 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시합에 나가기 전 여러 가지 구종을 익히고 있는 불펜투수”라고 설명했다. 또 안 지사는 기회만 온다면 (차기든 차차기든)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밝히면서 “기회가 오면 1이닝이라도 정확하게 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강용석 전 의원도 한 방송에서 “안희정 지사는 친노세력이면서도 대표적인 보수일간지와 인터뷰를 하는 등 보수층에게도 어필하고 있다”며 “이는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전 의원은 이어 "문재인 의원이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친노세력 내에서 안희정 지사를 뛰어넘어야 한다. 문 의원이 지금 가장 걱정해야 할 인물은 안희정이지 안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의 측근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당장 안 지사가 문 대표를 끌어 내리고 차기 대권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 지사의 한 측근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지사가 불펜투수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지금 당장 마운드에 올라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선발투수(문재인 대표)가 더 잘 던져줬으면 하는 바람을 말한 것”이라며 “불펜투수의 등판 여부와 시점은 감독(국민)만이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선수는 평소에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야 감독이 불렀을 때 마운드에 올라가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지사 측의 설명과 다르게 안 지사는 이미 대권플랜을 가동시킨 모양새다. 안 지사는 최근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안 지사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대표적인 친노인사면서도 비노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 내부에서는 현재 친노와 비노로 갈려서 치열한 계파싸움을 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통합시키기 위해서 안 지사와 같은 인물이 리더를 맡아야 한다는 ‘안희정 대안론’이 부상하고 있다. 안 지사는 최근 들어 김한길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의 지역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하는가 하면 비노계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토크콘서트에도 참석해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문재인 쳐내고 친노 수장 자리 노린다?
친노뿐 아니라 비노와도 두터운 친분 

당 지도부내 대표적인 비노인사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8월 충남도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가도에 큰 길이 열리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는 문 대표도 참석해 있었는데 문 대표 면전에서 비노계는 차기 대권주자로 안 지사를 밀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야권 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안 지사의 측근들은 내년 20대 총선에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총선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 안 지사의 측근은 현재까지 정재호 전 충남지사 선대위총괄본부장, 김종민 전 충남부지사, 박정현 전 충남부지사, 권혁술 전 비서실장, 이후삼 전 정무비서관 등 5~6명이나 된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모두 국회에 입성하면 안희정 대망론에는 더욱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

안 지사는 문 대표와 비교해 여러 가지 장점도 많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충청권 인사라는 것이다. 충청권 인사들의 대권콤플렉스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충청 출신 대통령의 탄생은 충청인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대선이 다가오면 호남과 영남은 여야로 나뉘어 결집한다. 따라서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 출신 후보를 내세우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충청권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틈을 파고들기에 안 지사만큼 좋은 자원도 없다는 것이다. 안 지사가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손꼽힌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젊은 정치인 바람이 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47세에 대통령에 당선됐고,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 중 10명이 40대다. 이 같은 젊은 정치인 신드롬이 불고 있는 것은 오랜 경제난과 양극화로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들 역시 젊은 차기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야권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60대다. 가장 나이가 많은 손학규 전 대표는 68세고, 문 대표는 62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내년이면 60세가 된다. 안 지사는 올해 50세로 야권 대권주자들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젊다. 정치권에서 안희정 대망론이 뜨고 있는 이유다.


안희정 대망론

상황이 이쯤 되자 문 대표 측이 안 지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 9월 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인호 혁신위원은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의 백의종군을 요구해 화제가 됐다. 계파 갈등을 끝내기 위해 친노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안 지사를 겨냥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충청권 출신 인사다. 지난 대선에선 이 의원이 문 대표를 적극적으로 밀었지만 차기 대선에서는 안 지사를 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안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문 대표 친영에서 미리 선수를 친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문재인과 안희정의 대결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문 대표는 과연 선발투수로서 완봉승을 거둘 수 있을까? 아니면 안 지사에게 공을 넘겨주고 마운드에서 초라한 퇴장을 하게 될까? 차기 대권을 향한 친노의 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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