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전국구 칠성파’ 잔당들 막후

2015.11.09 11:16:59 호수 0호

싹 잡았다더니…이강환 부하들 활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 주말 잠실롯데호텔 일대가 떠들썩했다. 부산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행동대장 권모씨의 결혼식에 수백명의 조폭 관계자가 몰렸으며, 경찰까지 배치돼서다. 검찰과 경찰은 칠성파를 일망타진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날 결혼식에서 칠성파의 위세는 경찰도 ‘바짝’ 긴장할 만큼 여전했다.

지난 2일 오후 5시께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칠성파 행동대장 권모(56)씨의 결혼식에 수백명의 하객이 몰렸다. 결혼식에는 칠성파 조직원 90여명을 비롯해 다른 폭력조직 간부 등 총 25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경찰은 만약의 충돌 사태에 대비해 호텔 내 70여명을 배치했고 호텔 밖 대기인원까지 포함하면 총 230여명을 투입했다. 또 특이사항이 있거나 주변에 공포심을 조장하는 행위가 있으면 즉각 대처토록 했다.

어깨들 총집합

지난 2013년 검찰과 경찰은 칠성파 행동대원 15명을 검거하면서 칠성파를 일망타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칠성파 결혼식이 세상의 이목을 끌면서 오히려 그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혼식이 칠성파의 재건을 다지는 자리가 아니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전직 경찰관계자는 “조직이라는 건 절대 와해되지 않는다”며 “그 뿌리에 계속 연연하기 때문에 와해됐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칠성파의 세력이 옛날같지는 않지만 전국적으로 범칠성파가 꽤 있다.

칠성파의 우두머리였던 이강환이 고령으로 물러나고 후계를 이어받은 한모씨는 2010년 초부터, 부산지역 내 군소 폭력조직을 차례로 흡수하고 ‘온천장 칠성’ ‘서동 칠성’ ‘기장 칠성’ 등으로 이름을 붙여 폭력조직을 프랜차이즈 하는 등 조직을 확대했다.

이후 2011년에는 호남지역 출신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벌교파’등도 연합해 세력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등 빠르게 조직을 장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1년 10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PJ파 조직원 행사에 한씨는 칠성파 조직원 50여 명과 함께 세를 과시하며 참석해 양 조직이 연합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현재 칠성파의 조직은 본부와 지부로 나누어진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른바 ‘기업형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군대로 말하면 총사령부 산하에 각 사단이 일정 지분을 가지고 포진해 있는 형국이다. 이를테면 칠성파가 총사령본부라면 연산칠성파, 온천장칠성파, 광안리칠성파, 완월동칠성파 등의 조직이 전 지역에 사단으로 포진하고 있다. 칠성파의 정예 조직원은 100∼150명 정도이며, 전체 조직원이 500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연산칠성파는 칠성파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부산지역 최대 유흥가로 부상했던 연산동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산칠성파는 2007년 경찰의 조직폭력 단속 강화로 이권을 장악하고 있던 연산식구파의 활동이 위축된 틈을 이용해 칠성파의 도움을 받아 문모씨가 폭력배 23명을 모아 결성했다. 일종의 칠성파의 지부다.

부두목 결혼식에 ‘형님’ 수백명 하객
일망타진 발표 무색…범계파 건재과시


이 때문에 당시 반 칠성파였던 연산식구파와 이권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결국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켰다. 당시 양대 폭력조직원 30명이 회칼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2차례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지난 6월17일에는 연산칠성파 조직원 2명이 새벽 6시경 부전동 소재의 한 노상에서 재건30세기파 조직원 박모씨가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씨와 상호 폭행을 하다 각각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온천칠성파는 칠성파 계열로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 중 하나다. 부산 동래구 온천장 일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신20세기파와 반칠성파 연합조직원 60여 명이 회칼, 손도끼 등 각종 흉기를 소지하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한 것이다.

이는 ‘영락공원 집단 칼부림 사건’으로 불리며 신20세기파를 와해직전 상황까지 몰고 갔던 반칠성파와의 대 난투극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계기는 온천칠성파에서 비롯됐다. 온천칠성파 소속이었던 양모씨가 이 조직을 탈퇴한 후 반칠성파 계열의 유태파로 옮기면서 잔인하게 난자돼 피살당했다. 이로 인해 친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질긴 세력 다툼이 본격적으로 표면화 돼 양세력 간 대충돌이 일어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광안칠성파는 고등학생을 끌어들여 ‘예비조폭’을 양성하는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등학생들에게 조직원이 되면 한 달에 100만원씩 월급을 주며, 고급 양복도 맞춰준다며 10대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3년에는 조직을 탈퇴한 후배를 집단 폭행하고 스스로 새끼손가락을 자르도록 강요한 혐의로 광안칠성파 조직원 이모(29)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번에 결혼한 권씨도 엄밀히 말하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범칠성파에 속한다. 권씨는 한때 이강환에게 후계자로 거론됐을 정도의 인물이지만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는 같은 조직원을 실제 모델로 삼은 영화 <친구>가 흥행하자 2001년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사례금으로 3억 원을 뜯었다가 2005년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 바짝 긴장

경찰 관계자는 “최근 조폭은 돈을 중심으로 모여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모습을 과시하려 한다”며 “권씨도 전국 조폭을 초청해 전국구임을 알리고 유명 탤런트에게 사회와 축가를 맡겨 연예계 인맥도 과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강환은 몸이 불편해 나타나지 않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칠성파 행동대장 57살 늦깎이 결혼, 왜?

이번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칠성파 행동대장 권모씨의 나이는 57살이다. 상당히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렸다. 통상적으로 조폭들은 결혼식을 잘 올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전직 조폭 관계자 A씨는 “보통 조폭들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이유로 주변사람의 시선을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씨처럼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A씨는 “조폭세계에서 권씨 정도 위치에 있으면, 경조사가 있을 때 올 수밖에 없다”며 “결혼식 같은 경우 상당한 축의금이 들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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