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전업 투자의 심리학

2015.11.04 17:18:12 호수 0호

50살의 A씨는 지난 연초 회사에서 등 떠밀려 나왔다. 시장 파이는 작아지는데 회사는 갈수록 경쟁사에 밀리고 있었다. 자리보존에 급급한 임원들은 몇 년째 ‘위기’를 외쳤고 연말이면 인력 구조 조정설이 나돌았다. 모두가 삐걱대는데 모든 화살은 애꿎은 영업 사원들에게 돌아 왔다. 웃으며 일하던 사무실이 싸늘해 진지 오래다.



그래도 버티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상사가 불러 희망하지도 않았는데 희망퇴직 지원서를 내밀었다. 앞으로 희망퇴직금 제도도 없어진다고 했다. 아!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하였다. 곤고한 상황에 누군가 대신 판단을 해 주며 희망 퇴직금도 준다니 고마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들어선 게 지인들과 오피스텔을 공유한 전업투자의 길이었다. 연산자로 계산해 보니 복리의 마력으로 10년이면 갑부 반열에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원금을 늘려 계산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오피스텔 출근 첫날부터 그야 말로 미친 듯이 달렸다. 이제 11월, 계좌를 열어 보니 ‘그 동안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때 체면이고 뭐고 더 버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냉정하게 돌아보자! 그래서 바둑처럼 복기를 통해 이 참담한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최고의 바둑 기사였던 조훈현씨는 복기에 대하여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 예민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라고 했다.

해 보니 첫째, 실적 압박을 받는 회사원의 습성이 남아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 오면 실적이 없어도 근무 시간 중 놀지 않고 뭔가를 했다는 것을 일일보고에 기록하여야 했다. 그러니 주식 시장이 열리면 가만히 기다릴 수 없었다.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는 일이었다. 일일보고 시간이 다가 오듯이 장 마감이 다가 오면 과다한 아드레날린이 분비 되었다. 마감 이전에 뭔가 한 건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세계1위 여성 골퍼였던 박인비 선수는 한국의 다른 선수들처럼 본의 아니게 소녀가장이 되어 가정의 생계를 짊어 져야 하는 부담감이 없어 조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 없는 연습과 편안한 승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골프를 멘탈 게임이라 하는데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심리가 불안정하면 주식이나 골프나 좋은 게임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보유 종목을 팔고 훌륭한 기업이나 산업을 보지 못 하고 차트에 집중하여 매수하는 조급증으로 투자를 해 왔다. 또한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으니 가치 대비하여 많이 저렴하게 가격이 형성된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는 의미의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매매회전율(한번 사고팔면 100%)이 높으니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는 공익적 투자자가 돼 있었다. 모 증권사는 연간 매매 회전율 300% 이상에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급한 마음에 유망한 종목에 비중을 크게 싣는 등의 포트폴리오 조절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한 어리석은 일관성이 일년간 초라한 계좌를 만든 것이다. 그는 좋은 기업을 낮은 가격에 과감히 투자하고 길게 가져간다는 정석 투자 원칙을 세우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hthwang07@hanmail.net>

 

[황호탁은?]

▲공학박사, MBA
▲전 대기업 임원,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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