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1순위' 대성그룹 좀비기업 백태

2015.11.03 09:19:21 호수 0호

‘간당간당’ 숨만 붙어있는 기생회사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회사구실을 못하는 좀비기업이 재계의 화두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좀비기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도 조만간 좀비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좀비기업이 많은 그룹은 벌벌 떨고 있다. 대성그룹도 그 중 하나로 보인다. 어쩌면 가장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국회 대정문질문에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좀비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점점 확대되면서 좀비기업 청산에 방점이 찍히는 양상이다.
 
30대그룹 22%
대성그룹 36%
 
실질적인 좀비기업에 대한 감독 당국의 움직임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를 가동해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달 22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차례로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강도 높은 좀비기업 퇴출 가이드라인을 채권단에게 주문했다.
 
유암코(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11월부터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매입해 살릴 기업은 살리되, 좀비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여론이 좀비기업을 퇴출하자는 쪽으로 기운 가운데 30대 그룹의 좀비기업 명단이 나오면서 살생부에 오른 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명단 확인 결과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20% 이상은 수입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2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 기준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30대그룹의 1050개 계열사(금융회사 제외) 가운데 좀비기업은 모두 236개사로 전체의 22.5%를 차지했다.
 
<재벌닷컴>은 좀비기업을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으로 봤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영업 활동을 통해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다는 것. 작년 기준으로 30대그룹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기업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모두 14개 그룹이었다.
 
동부그룹의 좀비기업 비율은 51.2%로 가장 높았다.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41개사 중에서 21개사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으로 현재 대다수가 계열분리 후 기업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미래에셋그룹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계열사의 비중이 50%에 달했고, 부영그룹도 계열사 14곳 중 6곳(42.9%)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매출·수익 제로
자생력도 제로
 
30대 그룹밖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그룹은 어딜까. 30대 그룹 밖에 있는 대기업 가운데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기업을 꼽으라면 대성기업이 유력 후보다. 대성그룹의 자산은 5조9180억원으로 재계 46위(공기업 제외)다.
 
대성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업보고서가 공시돼 있지 않아 정확한 이자보상배율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전체의 40% 가까운 계열사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대성그룹은 <일요시사>의 조사결과 2015년 4월 기준 73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3개 줄어든 수준으로 에스케이(82개), 롯데(80개), 지에스(7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성적은 초라하다.
  
우선 지난해 매출이 0으로 사실상의 기업 구실은 못하는 기업은 영컨설팅, 남곡이지구, 대성지주, 파주영농, 노을그린에너지, 대성홀딩스, 에쓰씨지랩 등 7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회사 운영비가 들어감에 따라 지난해 모두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출판업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영컨설팅은 1994년 설립돼 2008년 대성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수는 2명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지분은 김영대 회장(75%)과 그의 친익척(25%)이 100% 소유한 회사다. 2010년 대성그룹에 편입된 남곡이지구는 부동산업을 하며 종업원은 한 명뿐이다. SI 그룹인 대성지주도 종업원은 2명이었다. 파주영농의 경우는 아예 직원이 없었다. 이외에도 매출이 없는 계열사들의 종업원 수는 대기업 계열사라고 보기 힘든 5인 이하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 30% 손가락만 쪽쪽…사실상 개점휴업
직원 0명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허당회사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 회사는 더욱 많다. 매출액이 없는 7곳 외에도 가하이엠씨, 대성아트센터, 대성합동지주, 디엔에스피엠씨, 에스필, 에이원,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글로리아트레이딩, 대성글로벌네트웍, 대성나찌유압공업, 대성산업, 대성에너지제3서비스, 대성투자자문, 디큐브바피아노, 디큐브시티뽀로로파크, 디큐브한식저잣거리, 라파바이오, 에스씨지디스플레이, 에스앤네트웍스, 제이헨 등 20개 기업이다. 총 27곳의 계열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사실상 좀비기업이다. 이는 전체의 36.9% 수준으로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출액이 부실한 기업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문경새재관광은 지난해 27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는데 그쳤으며, 오너일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제이헨은 단 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외에 포디알에스와 가하컨설팅 등도 간신히 1억원을 넘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내부거래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는 계열사도 수두룩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대성그룹 계열사로는 가하이엠씨·한국물류용역·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에이원·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 9곳이다. 이 곳들은 사실상 개인의 힘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뇌사 상태의 기업들이다.
 
심상찮은 정부
첫번째 타깃?
 
가하이엠씨는 100% 식구 기업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물류협력 역시 99% 이상 일감몰아주기에 기대 회사를 운영 중이다. 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도 70∼90% 가량 식구들의 비호 속에 회사가 돌아간다.
 
이 외에도 에스앤네트웍스·서울씨엔지·경기도시가스·관악도시가스서비스·남부도시가스이엔지·덕양도시가스서비스·마포도시가스이엔지·서경에너지서비스·서부도시가스서비스·해피그린서비스·일산도시가스이앤지 등의 계열사 역시 국내 매출액 대비 50% 이상을 내부거래로 수익을 올리며 자생력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대성그룹은 지난해 <일요시사>의 조사에서도 좀비기업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대성그룹은 “실적이 없거나 적은 계열사들은 이제 막 출범하거나 사업을 확장 중에 있는 회사들”이라며 “매출은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극적인 상황반전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이는 복잡한 회사 내 사연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 대성그룹은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과 차남 김영민 회장, 3남 김영훈 회장 등 삼형제가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부터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였다. 또, ‘대성’이라는 간판을 두고도 법정공방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12년동안 경영권과 유산을 놓고 지분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간 왕래가 끊긴 것으로 전해진다.
 
밥값 못하는 ‘무늬만 기업’
당국 구조조정 기조에 벌벌?
 
현재는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합동지주, 차남 김영민 회장이 서울도시개발, 삼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통해 각각의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계열분리를 하지 못한 채 대성그룹으로 묶여 있다. 지분이 서로 복잡하게 엮여 있어 한지붕 세가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것이 이들 삼형제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자산 기준 5조가 넘어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대성그룹은 계열분리를 하지 않으면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성그룹의 좀비기업들은 빠른 시일내 정리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성그룹의 좀비기업이 양산된 데는 세형제 간 경쟁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성그룹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프로젝트에 대성그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형제 싸움탓?
정리 안하나
 
한 금융전문가는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대성그룹도 좀비기업 정리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지분이 명확하게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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