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 무더위에 ‘열받는’ 부부들 실태

2010.08.10 09:40:00 호수 0호

불쾌지수 올라가면 ‘성욕’ DOWN! ‘부부싸움’ UP!


최근 전국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탓에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사소한 다툼 또한 늘어 여름철에는 유난히 사건·사고 소식이 많다. 그 중에서도 더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계층은 ‘부부’인 것으로 조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19 구급대 응급 이송환자를 분석한 결과, 6월과 7월 등 더운 여름철에 부부싸움이 특히 많이 발생했다. 또 이혼소송 접수와 협의이혼 신청 또한 무더운 8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복더위에 대판 싸우고 찬바람 불면 이혼도장
8월에는 이혼소송 접수·협의이혼 신청률 ‘쑥쑥’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사소한 일로 다투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결혼 5년차인 주부 강모(33·여)씨는 최근 남편과 자녀의 교육비 문제로 크게 다퉜다. 강씨는 “사교육비의 지출이 지나치게 많지 않느냐”는 남편의 말에 “그럼 돈을 더 벌어오라”고 말했다가 남편이 버럭 화를 내는 바람에 부부싸움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농담삼아 자주 하던 말이었는데 날씨가 더워서 불쾌지수가 올라간 탓인지 그동안 쌓였던 불만까지 폭발하는 바람에 한동안 부부사이가 냉랭했다는 설명이다.

농담에도 버럭버럭



요즘 부쩍 늘어난 남편의 짜증과 의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주부 김모(48·여)씨도 불만이 많았다. 김씨는 “아이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고 이제서야 내 시간이 생겨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데 남편이 사사건건 시비”라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불쾌지수가 높은 요즘 사소한 일로 언쟁이 반복되다 보니 20여년 간의 부부생활에 회의를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

실제 가정법률상담소 등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중순부터 7월, 8월까지 부부 갈등 상담건수는 5월에 비해 약 10%이상 증가한다. 여름철에는 잠재되어 있던 부부갈등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의 기술로 부부관계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응급 이송 환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6월부터 8월 사이에 부부싸움 때문에 생긴 응급환자가 집중됐고, 연령대별로는 40대가 39.5%를 기록해 부부싸움 끝에 응급실까지 오는 사람 10명 중 4명이 여기에 해당했다. 다음으로 30대(27.2%)와 50대(20.4%)가 그 뒤를 이었다. 싸움을 하다가 다친 성별은 상대적으로 물리력이 약한 여성이 87.1%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으며, 부부싸움이 방화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3년 사이 85건에 달했다.

실제 부부싸움이 방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뉴스 보도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지난 7월22일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전모(49·여)씨를 붙잡았다. 전씨는 이날 오전 0시45분께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모 아파트 3층 자신의 집에서 라이터를 이용해 이불에 불을 질렀다.

불은 1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4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자정이 넘은 시각 갑작스런 방화에 놀랐을 가족들의 심리적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전씨는 이날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다 화를 참지 못하고, “혼자 있겠다”면서 남편과 자녀들을 밖으로 나가게 한 뒤 이불에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동구에서는 부부싸움 뒤 집에 불을 지른 남편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부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신지체장애6급인 김모(47)씨는 지난달 16일 새벽 2시40분께 부산 동구 수정동 모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고무제품인 주방 싱크대용 발매트에 불을 질러 7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재 발생 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입구에서 술에 취해 배회하던 김씨를 발견했고, 김씨를 붙잡아 추궁한 결과 범행 사실을 자백 받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부싸움을 했는데 아내와 딸이 집 밖으로 나가버려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런가 하면 이혼소송 접수와 협의이혼 신청이 집중된 계절  또한 여름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월 평균 이혼소송이 약 850건인데 반해 8월 이혼소송 건은 약 98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이혼 신청도 8월이 가장 많았고, 이어 3월과 6월, 11월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8월이 ‘부부관계’에 금이 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소방재난본부의 6~7월 부부싸움이 많다는 통계에 이어 8월에는 이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름철에는 왜 부부싸움과 이혼이 많을까.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명절 증후군으로 설이나 추석을 전후해 이혼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 이혼율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휴가 후유증’을 의심했다.

평소 저녁 시간에만 함께 지내던 부부가 휴가철 하루 종일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동안 마음속에 내재돼 있던 ‘나쁜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또 휴가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것 또한 부부싸움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름철 불쾌지수 상승은 성욕을 위축시켜 이 또한 부부싸움의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의학 전문가는 “여름철에는 무더위로 인해 잠을 설치고 남성 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아 성문제로 부부싸움을 하기 쉽다”면서 “매년 7~8월에는 섹스리스 문제로 찾아오는 부부가 15~20% 증가한다”고 말했다.

여름철 이혼신청도 ‘쑥쑥’

또 다른 전문가는 “부부에게 성생활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면서 “배우자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도 싫어지고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싫어지게 돼 갈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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