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 그들만의 밤문화 대탐험

2010.08.10 09:30:00 호수 0호

음기(淫氣) 충천 고시생… ‘애욕전선 이상무’


각종 고등고시·자격시험의 메카로 군림해 온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언제부턴가 각종 퇴폐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섹시바로 시작한 유흥업소는 대딸방, 안마방, 키스방 등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환락가’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 관악구청은 ‘환락가’라는 오명을 벗고, 고시생들의 면학분위기 증진을 위해 지난해 퇴폐업소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하지만 1년여의 거센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신림동 고시촌의 퇴폐업소는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달라진 점은 더욱 은밀하고, 더욱 어두운 곳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외로운’ 고시생들을 달래준다는 명목하에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의 밤문화에 대해 취재했다.

1년 전 퇴폐업소 집중 단속에도 여전한 그들만의 세상
안마방·대딸방·키스방 성행…유혹의 손길에 공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국곳곳에서 상경, 불철주야 공부에 임하는 학생들이타락의 유혹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거나 꿈을 포기하고 낙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까운 곳,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신림동에 고시촌이 형성된 것은 1980년대 초다. 서울대학교의 이전과 함께 신림 9동을 중심으로 서울대생은 물론, 전국의 고시 지망생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하숙집과 고시원 등이 자리를 잡았다.

퇴폐업소의 시작은?

하지만 2004년 이후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고, 로스쿨법안 도입 등으로 인해 고시촌의 신규유입이 줄어들면서 고시촌 분위기가 급격히 침체됐다. 신·변종 퇴폐업소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고시촌이 퇴폐화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불어닥친 ‘섹시바 열풍’ 때문이었다. 짧은 옷차림의 여성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공부에 찌든 고시생들에게는 시원한 청량제와 같았다.

한때 신림동 고시촌 일대에는 10여개가 넘는 섹시바들이 성업을 이뤘고, 섹시바 열풍이 잦아들자 고시촌에서도 ‘장사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림 퇴폐업소 업주들은 앞다퉈 신림동 고시촌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키스방, 안마방, 대딸방 등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유흥과는 담을 쌓고 살 것 같았던 고시생들은 문지방이 닳도록 업소를 드나들었다.

스킨십 없이 여성들과 얘기만 나누며 술을 마셨던 섹시바와는 달리 스킨십이 가능한 키스방은 인기가도를 달렸다. 애인모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빛이 통하면 키스를 나누고, 자위를 통해 마무리 하는 키스방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어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안마방이 ‘마사지샵’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명목으로 간판을 내걸었지만 이곳의 서비스는 이전의 것들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고용된 여성들이 마사지를 통해 성적 흥분을 유도하고 연이어 성관계까지 이어졌던 것. 유사성행위가 아닌 성매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가격부담이 커서 마사지샵을 찾는 고시생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오히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반인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고시생들이 자주 찾는 곳은 ‘대딸방’이다.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성욕을 해결할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대딸방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퇴폐업소 집중 단속 1년만에 다시 찾은 신림동은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신림동 고시촌 생활 5년째라는 이모(29)씨와 약속을 정하고 신림9동으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퇴폐’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보였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리니 토킹바와 섹시바, 남성전용 마사지, 스포츠 마사지샵 등이 눈에 들어왔다. 전화번호 하나만 덜렁 적혀있는 간판도 보였다.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씨는 지난해 관악구와 경찰의 대대적인 퇴폐업소 집중단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집중 단속 이후 전단을 뿌리던 아가씨들이 사라지는 등 퇴폐업소가 많이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음성적인 방법으로 여전히 성업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단속이 심해지자 음식점이나 술집인 것처럼 위장한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기도 하고, 아예 간판도 없이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만 상대하는 업소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씨에 따르면 실제 모 안마방은 업주에게 “김XX에게 소개받아서 왔다”고 말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키스방은 사전 전화예약 없이는 절대로 발을 들일 수 없다. 이씨는 “고시생 대부분이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 술을 마시다보면 이성 생각이 나기도 하고, 이런 상태에서 유사성행위업소나 2차가 가능한 퇴폐업소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고시촌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혼자’ 생활하는 것에 익숙하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산책하고, 혼자 운동을 한다.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한 ‘혼자’라는 점이 가끔은 사무치게 두려워질 때가 있다는 것. 이씨는 “그럴 때면 가끔 토킹바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과 형편에 안마방이나 키스방 출입은 말도 안되는 일이고, 외롭고 지칠 때 대화나 나누면서 위안을 받고자 토킹바를 찾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고시촌의 현주소

한편, 퇴폐업소가 성행하는 것과 맞물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신림동 고시촌에서 생활하는 고시생들 가운데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등의 여성 합격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 각종 고시에서 여성 합격률이 높아진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남성과 비교했을 때 여성은 상대적으로 성적 욕구가 낮은 편이고, 퇴폐업소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어쨌든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신림동 고시촌의 퇴폐업소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늘도 외로움과 싸웠을 고시생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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