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형님 꺾고 박근혜까지 ‘탕탕탕’

2010.08.03 11:17:13 호수 0호



7·28 재보선으로 여의도 정치 시작한 이재오 전 위원장
여의도 복귀·야당 기 꺾기 ‘두마리 토끼’ 한번에 잡았다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한강을 넘었다. 이 전 위원장은 7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 야권 단일화후보를 제치고 여의도 문턱을 넘었다. 지난 총선에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와 일전을 벌인 지 2년3개월 만이다. ‘정권의 2인자’의 화려한 여의도 복귀전에 정가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친이계 핵심 인사인 데다 이재오계라는 자신의 계파까지 가지고 있는 이 전 위원장이 흩어졌던 친이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는 탓이다. 이 전 위원장이 친이계를 규합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 좀 더 강력해진 여당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또한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틀어졌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도 주목받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참패로 시름에 잠겼던 한나라당이 7월 재보선에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 선봉에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서 있다.

이 전 위원장의 발걸음은 위풍당당하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은평을의 재보선이 다가오자 9개월간 몸담았던 국민권익위원회를 떠나 여의도 복귀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은평을은 이번 재보선 최고의 ‘전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이계의 핵심인 이 전 위원장의 여의도 복귀 움직임에 야권은 후보단일화로 맞섰다.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 번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었다. ‘은평을이 다른 곳 2~3석을 얻는 것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했던 만큼 총력전이 펼쳐졌다.

대선의 야전사령관
재보선 선봉장으로 돌격

하지만 승기를 거머쥔 것은 이 전 위원장이었다. 그는 은평을에서 과반수를 넘는 득표(58.3%, 4만8311표)를 얻어 야3당 단일화후보였던 장상 민주당 후보(39.9%, 3만3048표)를 큰 차로 따돌렸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정치력을 대내외에 알렸다. 여의도 복귀에 성공한 데다 6월 지방선거로 승리를 맛본 야권의 기세를 꺾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의 도움마저 뿌리치고 ‘나홀로 선거’를 했던 만큼 이 전 위원장의 정치력은 더욱 견고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의 ‘구원투수’ 노릇도 톡톡히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일 뿐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던 조기레임덕을 수그러들게 한 것. 그의 국회 입성으로 당·정·청의 운영 체계는 더욱 확고해졌으며 향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도 “6·2 지방선거 이후 여당이 쪼그라드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결과로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며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들 요구가 많이 반영된 거다. (이번 선거 결과는) 대통령이 힘내서 더 잘해달라는 결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졌다면 사실 힘이 좀 빠졌을 것”이라고 자신의 당선으로 인한 ‘상승효과’를 언급했다.

이 전 위원장의 원내 복귀로 친이계는 구심점을 갖추게 됐다. 거대 집권여당이지만 당내에서조차 의견이 모아지지 못한 탓에 ‘초식 공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친박계는 이 전 위원장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씁쓸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이 전 위원장과는 ‘악연’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대선 경선 직후 이 전 위원장은 친박 인사들의 태도를 문제 삼았고 박근혜 전 대표는 “오만의 극치”라고 일침을 놨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이 전 위원장은 공천 파동의 주역으로 꼽혔었다. 이 전 위원장도 역풍을 맞아 낙선하기는 했지만 수많은 친박계 인사들이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당선 후 당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때문에 이 전 위원장이 친이계의 구심점이 될 경우 그동안 당 내에 내재돼있던 친이·친박계의 갈등이 표면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의 당선에 “이 전 위원장은 그동안 갈등의 주역으로 비쳤기 때문에 당에 돌아온다면 화합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여권 인사들의 발언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친박계의 고민은 이보다 더 깊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이 전 위원장의 여의도 복귀와 관련, “과거엔 이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목표 때문에 (박 전 대표와) 대립구도를 형성했지만 이제 그 목표를 달성했고,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오히려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친박계 의원들은 “이 전 위원장의 복귀는 구심점이 없던 당내 친이계 결속에 힘을 줄 것”이라며 “여권 내에 권력의 판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특별히 친박계와의 대결 구도를 갖지 않겠는가는 걱정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하고 있다.

한나라당 동상이몽
친이 ‘활짝’ 친박 ‘근심’

특히 이 전 위원장과 박 전 대표의 관계 설정에 주의가 쏠리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는 것으로 박 전 대표에게 화해를 청했고, 선거 중에도 “박 전 대표와 언제든 만나 얘기하고 싶다”거나 “계파 수장이 되거나 갈등의 중심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선 후에도 “정치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 미덕인 만큼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서민이 어려우니 친박이든 친이든 서민경제를 살피는 게 할 일이며 정치적으로 계파싸움을 할 일은 없다”는 말로 자신으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계파갈등을 철저히 경계했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이 전 위원장의 원내 복귀로 당내 갈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야당이 특히 그걸 바라는 모양”이라며 “이 전 위원장은 그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앞으로 당의 화합과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힘을 받도록 훨씬 믿음직스런 모습으로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변의 우려와 기대 속에 이 전 위원장과 박 전 대표는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박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겠는가”라며 다소 여유를 뒀다. 박 전 대표도 사석에서 이 전 위원장의 정계복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별다른 언급없이 가볍게 미소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탐색기 보내는 친이·친박
폭풍 부를 촉매제는 개헌?

하지만 이를 ‘폭풍전야’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권의 2인자’인 이 전 위원장과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는 각각 친이·친박계를 대표하는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당내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불씨’는 이 전 위원장의 당선으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개헌 논의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4대강 전도사’로 불렸던 이 전 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인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회 입성으로 추진 의지를 더하게 됐다. 윤 전 실장은 지난 7월29일 “이제 4대강 사업의 시발지는 충주”라고 했을 정도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친박계 내에서조차 의견이 나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정책에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박 전 대표의 행보와 4대강 사업의 정치 쟁점화에 힘을 싣고 있는 야권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개헌은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지만 친이계와 친박계의 개헌 구상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개헌 논의에 불이 지펴지면 분권형 개헌을 향한 이 전 위원장의 주장과 4년 대통령 중임제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의 의견 충돌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아니라도 이 전 위원장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은 내재해 있다. 차기 대권과 관련, 쉽사리 손을 잡을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 스스로 대권주자가 되거나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 이는 박 전 대표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고 당은 지난 대선과 같은 내홍에 빠져들 수 있다.

한편, 정가 일각에서는 이 전 위원장의 원내 복귀로 친이계 내의 권력다툼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시작된 영포라인·선진국민연대의 이권·인사 개입 의혹에는 여권 내 권력다툼이 담겨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곧 이상득 의원을 향한 총선 불출마 촉구, 권력사유화 파문 등으로 진행됐던 이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의 내부 권력다툼이 이 전 위원장의 정계복귀로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가 한 인사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친이·친박계의 갈등보다 흩어진 친이계를 모으는 작업과 친이계 내의 주도권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 의원과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형님’의 손을 들어줬던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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