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덴의 동산’ ‘누드펜션’을 찾아서

2010.08.03 09:58:20 호수 0호

‘싱그런’ 자연 속에 ‘지친’ 알몸을 맡기다!


자연주의자, 나체주의자 혹은 누디스트.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한 이름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1200여 개의 자연주의 사이트가 존재하고, 1300여 곳의 누드 비치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한민국에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알몸’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자연주의자’들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지난해 모 케이블 방송을 통해 ‘누드펜션’이 공개되면서 ‘자연주의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누드펜션’ 운영자 역시 알몸의 자유를 만끽하는 ‘자연주의자’ 혹은 ‘나체주의자’다. 대한민국 ‘자연주의자’들을 위해 직접 펜션을 짓고 매달 1~2회의 정기 모임을 갖는다는 김종헌(44) 대표. <일요시사>는 지난 7월27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일명 ‘누드펜션’을 찾아 김 대표에게 대한민국 ‘자연주의자’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물·공기·바람… ‘알몸’으로 느끼는 자연, 이게 바로 ‘자연주의’ 
과거 동호회 대부분 민박·호텔 등에서 비밀모임 ‘오해’ 일으켜

지난해 방송을 통해 공개된 ‘누드펜션’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성인남녀가 ‘알몸’으로 여가를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누드펜션’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알몸’이나 ‘누드’라는 단어에서 오는 선정성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한 달에 1~2번 정기 모임을 갖는 이들은 펜션지기 김종헌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자’들이다.

‘자연주의자’ ‘나체주의자’의 사전적 의미는 ‘알몸으로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철저한 유교사상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몸’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외설스러운 일이었다.

자연주의자로 산다는 것
아직도 따가운 사회적 시선



하지만 김 대표는 1993년부터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자연주의자’로 활동했고, 2002년부터 일반인들의 눈을 피해 철저한 자연주의 모임을 주도했다. 때로는 변태들의 모임으로 오해를 받았고, 모 포털사이트의 표적 없는 몽둥이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기어이 국내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전용사이트를 개설하고 펜션까지 설립했다.

여기에 지난해 케이블 방송 출연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주의자’들을 외부에 공개하고,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왔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외국에서는 이미 ‘자연주의자’들을 인정하고 있고, 그들은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적인 ‘누드존’인 ‘누드비치’가 있는 나라도 많기 때문에 외국에서의 ‘누드’는 우리나라에서의 ‘누드’와 큰 차이를 가진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자연주의자’들의 입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외국의 경우,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국민의 20%정도는 ‘자연주의자’들을 이해하거나 혹은 ‘자연주의자’로 활동하고 있고, 행여 자신이 자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반감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자연주의자’들이 생겨난 시점은 언제일까. 우리나라 ‘자연주의자’들은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통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알몸’ ‘누드’ 부끄러운 것 아냐 직접 펜션 짓고 모임 이어와
‘누드펜션’ 일반인도 대여 가능 날짜 겹치면 자연스럽게 어울려


가장 절정을 이뤘던 시기는 지난 2005년 정도다. 당시 우리나라는 ‘누드’에 대한 관심도가 급속히 상승했다. 인터넷의 활발한 보급으로 어렵지 않게 누드를 접할 수 있었고, 이때부터 외국의 ‘자연주의자’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모임을 갖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카페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다음’에만 50개 이상의 관련 카페가 개설됐지만, 이 중 두 곳에서만 정기 모임이 이뤄졌다.

김 대표에 따르면 회원수 1만 명을 자랑하던 당시 최대 ‘자연주의자’ 카페는 ‘누드○○’로 성황을 이뤘다가 “순수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내부 운영자들이 자체적으로 해체시켰다. 이와 관련 김대표는 “이후 우리 카페가 그나마 활동을 이어왔고, 펜션 설립과 함께 전용사이트 ‘알도라’를 개설, 현재 회원은 200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시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던 ‘자연주의자’ 카페와 동호회들은 하나둘 소멸되기 시작했다. 많은 회원층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설득력과 장소 및 경험 부족으로 자연주의자들의 최대 목표인 누드모임을 한 번도 개최해보지 못한 동호회가 대부분이고, 다년간 누드모임을 진행했다는 일부 동호회의 경우, 자연이 아닌 개인주택이나 민박, 심지어는 호텔 등에서 비밀리에 모임을 진행해 ‘자연주의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자연주의라는 간판을 내걸고 스와핑 및 프리섹스모임을 주관하는 행태를 일삼는 곳도 존재했다. 목적을 가지고 ‘자연주의자’를 이용한 일부 사람들 때문에 실제 ‘자연주의자’들은 함께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다. 1993년부터 ‘자연주의자’ 활동을 시작한 김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은 1995년도부터 펜션 설립을 계획하고 자금마련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령·직업 다양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 자연주의자들은 한 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대한민국 팔도강산을 다 돌아야 했다. 사람들이 없는 산골짜기를 아무리 찾아 들어가도 사람들은 살기 마련이었고, 자연주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알몸 상태인 모습을 일반인들에게 보였다간 ‘변태 모임’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때문에 일반인들의 눈을 피하면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김 대표는 나홀로 발품을 팔아가며 장소 물색에 2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후 현재 펜션이 위치한 충북 제천의 부지를 발견하고 집을 짓는 데만 2년이 걸렸고, 펜션을 운영한 지는 올해로 3년째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자연주의자 동호회 사이트 ‘알도라’ 회원들은 펜션이 설립된 이후 걱정을 덜었다. 한 달에 1~2번 진행되는 정기모임 장소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알몸으로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지은 펜션은 이제 이들의 모임에 빠질 수 없는 ‘천국’으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알도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연주의자’들은 연령층이나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회원수는 2000여 명에 육박하지만 이 중 실제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공개한 실제 모임 참가자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2000명의 회원 중에 단 한번이라도 누드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500여 명이고 정기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은 100여 명에 달한다는 것.

김 대표는 “정기모임이나 번개모임 등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진정한 ‘자연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김 대표는 가족·커플 단위의 참여를 가장 반기고 존중한다. 가족 단위의 참여를 지향하는 ‘알도라’는 싱글의 모임 참여에 제한을 두고 있다. ‘알도라’가 진행 중인 모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가족모임’은 기혼자 및 애인의 동반모임을 말하고 ‘일반모임’은 가족 및 미혼들의 남녀 혼합 모임을 뜻한다.

이 둘 중 어느 경우라도 기혼자의 혼자참여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전체모임’은 미성년자만 아니면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고 이 경우에는 기혼자의 나홀로 참여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방침은 사회 구조상 회원의 90%가 남성인 상황에서 기혼자의 홀로 참석 기회를 확대한다면 다른 목적을 가진 남성들이 접근해 동호회 전체의 뜻을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기모임에 참석한 ‘자연주의자’들의 일상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수영과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즐기며 식사도 함께 한다. 일반인과 다른 점은 ‘알몸’이라는 것뿐이다. 그런가 하면 김 대표가 운영하는 펜션은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물론 우선순위는 동호회 회원들이지만 정기모임은 한 달에 1~2차례면 족하기 때문에 이 날짜만 피해 일반인들에게도 펜션을 대여해준다. 다만 ‘자연주의자’ 회원이 개인적으로 펜션을 찾을 경우, 일반인들에게 자연주의자들의 ‘탈의’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를 거부하거나 불편해 한 일반인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펜션 사이트와 ‘알도라’ 동호회 사이트가 함께 운영되어 있어 펜션을 예약하려면 자연스럽게 이곳이 ‘자연주의자’들의 펜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거부감 없이 이해한다는 것.

한 달에 한두 번 정기모임
수영 배드민턴 등 즐겨

심지어 지난 7월에는 일반인 손님과 동호회회원이 어울려 게임을 하다가 일반인 두 팀이 함께 완전 탈의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한 우리나라 ‘자연주의자’ 동호회는 사회의 조그만 편견과 눈총에도 부러지기 쉽다. 때문에 동호회 내부에서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심지 있는 결단으로 펜션을 통한 일반인과 ‘자연주의자’들의 소통이 잦아지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커진다면 대한민국 ‘자연주의자’에 대한 편견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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