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김무성 '일촉즉발 플랜B' 실체

2015.10.05 11:48:57 호수 0호

루비콘강 건넌 ‘무대’…‘문(문재인)’ 열고 탈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호’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혁명’이 될지 ‘폭동’에 그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위시로 한 비박계의 궐기가 시작된 모습이다. 친박계는 ‘선상반란’이라 규정하고 즉시 진압에 나섰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김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플랜B’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공’은 ‘무대’의 손을 떠났다.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의 갈등 속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명명백백’한 안을 던졌다. 그동안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외치는 김 대표를 향해 ‘모호’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픈프라이머리는) 제도적으로 정비가 돼있지 않다”며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문제 많다”
청와대 발끈

비박계에겐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가 소위 ‘플랜A’였다. 김 대표는 ‘7·14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았을 때부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천명해왔다. 이를 위해 ‘정치생명’까지 걸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로 플랜A는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은 장장 3시간여 동안의 마라톤 회의 끝에 오픈프라이머리를 포기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 대표는 의총 마무리 연설에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방법을 변화시켜야 할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표면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정가 내에서는 사실상 친박계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공격은 날카롭고도 체계적이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고 했던 것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 같다”며 “국정감사 이후에 김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평소 김 대표가 도입 여부에 정치생명을 건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기 때문에 서 최고위원의 발언은 경우에 따라서 사퇴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복수의 언론 또한 친박계의 산발적 압박에도 김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자 큰 형님이 나서 ‘데드라인’까지 제시했다고 내다봤다.


예상과 달리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이 밝힌 시한보다 먼저 치고 나왔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대체할 ‘플랜B’를 가동한 것이다. 1차 국정감사의 종료를 알리는 추석연휴기간 동안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전격 회동했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이하 국민공천제)’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친박계 공세
청와대 가세

지난달 28일 여·야 대표인 ‘김무성·문재인’은 부산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 두 대표는 ‘안심번호’ 서비스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방안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마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복수의 언론은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두 사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친박계는 즉각 거부반응을 보였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UN총회’ 참석차 미국에 있던 상황이었다. 친박계는 양 대표의 ‘9·28합의’를 ‘선상반란’이라 보고 진화에 나섰다. ‘뒤통수를 친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다시 한 번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일련의 사태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던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것에 반해 김 대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 대표를 향한 친박계의 공세는 박 대통령의 귀국을 총성으로 시작됐다. 더불어 국민공천제를 두고 “정치권에서 오가는 얘기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청와대도 친박계가 들고 일어나자 후방지원에 나섰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외곽 때리기’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여·야 대표의 잠정 합의에 대해 “문 대표와 친노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했다”고 평가했다.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도 “야당의 ‘안심번호’가 반개혁적·반혁신적이라고 비판한 분이 이를 수용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9·28회동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
친박계 “뒤통수” 반발…전면전 예고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9·28합의가 있은 지 이틀이 지난달 30일 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실을 찾아 국민공천제가 5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고 없던 ‘익명의 브리핑’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 공천제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운을 땐 후,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그가 밝힌 5가지 문제점은 ▲역선택을 차단할 수 있느냐 여부 ▲조직선거의 가능성 ▲과비용에 의한 ‘세금공천’ 문제 ▲절차상 하자 ▲졸속 협상을 지적했다.

청와대의 반론에 김 대표는 발끈했다. 청와대가 밝힌 논리에 대해 “1개만 맞았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여론조사 응답률이 2% 수준으로 낮다’고 한 부분은 맞지만, 나머지는 맞지 않는 지적이 많다”고 답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전략공천에 대해선 “내가 있는 한 없다”고 못 박았다.

김 대표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일련의 갈등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전략공천의 유무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친박계를 향해서 “차라리 솔직하게 전략공천 하자고 해라”고 말했을 정도로 비박계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다. 플랜A가 무산된 상황에서 김 대표가 내건 국민공천제는 결국 비박계가 현 상황에서 제시할 수 있는 ‘플랜B’에 해당된다.


공천제 특별기구
새로운 혈투장?

지난달 30일 의총에서 플랜B를 논의할 별도대책기구를 설치한다는 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찬성하면서 특별기구가 친박-비박 간 새로운 혈투장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 제4절 26조 2항을 보면 ‘대표최고위원은 원활한 당무수행을 위하여 필요시 (중략)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단, 특별위원회 구성시 최고위원회의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즉 서청원·이정현·김태호·이인제 등 친박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위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특별기구가 설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설치된다 하더라도 비박계가 국민공천제를 제시하면 친박계가 반대하고 나서는 그림이 반복될 수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 친박계 홍문종·김태흠 의원은 지난 1일 각각 방송 3사(KBS·MBC·S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공천제를 폐기하는 대신 전략공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리 공천학살 막아라!”
‘반란’ 비박계 바로 행동

국민공천제가 새로운 플랜B로 떠오른 가운데 김 대표가 제시할 수 있는 또 다른 플랜B들에 대한 정가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 가장 믿는 구석을 꼽으라면 단연 ‘제20대 총선’이다. 대선보다 앞서 치러지기 때문에 수세로 몰린 지금의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카드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들었던 ‘선거의 남왕’에 다시 올라설 수 있다면 다음 대선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복안이 가능하다.

따라서 TK 지역 사수가 비박계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선까지 내다보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TK 지지기반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또한 최근 박 대통령이 대구지역을 방문하면서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올라옴에 따라 비박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혹여나 TK 지역에 전략공천이 행해진다면 우려했던 ‘공천학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비박계와 새정치연합 간 대타협 가능성을 제기한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자체 혁신안을 통해 지역구 20%는 전략 공천을, 나머지 80%는 국민공천제로 하겠다고 정해놓은 상태다. 비율은 다르더라도 유사한 공천 룰을 적용한다면 공천학살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비박계에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친박계 입장에서도 핵심지역에서는 전략공천을, 험지에서는 국민공천제를 통해 유력후보를 낼 수 있다는 측면이 매력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비박계 사이에서는 농촌당 의원들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일부 농·어촌 지역은 통·폐합의 기로에 서있는 실정인데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소위 농촌당이라 불리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지켜낸다면, 여·야를 초월한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확보된 지지층은 향후 국민공천제 등 게임의 룰을 둘러싼 친박계와의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힘이 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
농촌당 변수

김 대표의 정치 스타일을 두고 복수의 정치평론가 및 언론은 YS에 비유한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도 그렇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둘은 서로 닮아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DJ·JP 등과 함께 3김 시대를 열었던 YS는 누구보다 ‘의원들이 합심했을 때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를 지척에서 지켜봤던 김 대표이기에 위기 상황에서 야권과 힘을 합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과연 김 대표는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감서 불거진 '김무성 사위 마약사건' 미스터리
투약 1년6개월 지나 압수수색

2차 국감이 시작된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김무성 사위의 마약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위 이모씨가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한차례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의혹이 나와 논란이 재점화 되는 모습이다. 대검 마약과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은 이 씨의 범죄사실이 일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봐주기’ 또 다른 의혹 제기
“범죄사실 일부누락” 주장도


임 의원은 “지난 2014년 11월 검찰이 이씨 자택에서 압수한 17개의 주사기 중 9개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됐지만, 검찰 기소 내용에는 상당수가 빠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판결문에 이 씨가 주사기를 사용해 코카인이나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시점이 압수수색 시점과 1년6개월 이상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건을 맡았던 서울동부지검 박민표 검사장은 “이씨는 검찰이 직접 체포해 구속한 사안이며 1차 기소를 했다가 주거지 압수수색 후 2차 기소까지 했던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봐주기 수사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야권의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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