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자랜드 사기 수배범 고용 논란

2015.09.14 13:18:04 호수 0호

사기꾼이 영업하는데 믿고 거래?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전자랜드가 ‘사기 수배범’ 고용 논란에 휩싸였다. 전자랜드 직영점에 입점해 있는 LG전자 영업직원이 사기 수배범이었다는 주장이 나온 것. 문제는 그가 전자랜드의 직원인 점을 악용해 또 사기를 쳤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뒷짐만 지고 있다. 5000만원의 손해를 본 피해자는 막막하기만 하다.
 



전자제품 소매사업장 M매장을 운영하는 J씨는 2015년 3월경부터 전자랜드 경기 모 지점에서 냉장고, TV 등 전자제품을 납품받았다. 당시 LG전자의 제품은 전자랜드 내 LG전자 매장 영업직원 L씨를 통해 물건을 받았다.
 
누구 책임?
 
J씨는 L씨와의 거래에 믿음이 있었다. L씨는 전자랜드 직영 매장 소속 직원이었다. L씨가 건넨 명함에는 전자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L씨는 “전자랜드 직원은 신용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소비자가 전자랜드 직원에 의해 횡령, 사기, 배임 등의 피해를 당할 경우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고 말한 사실도 그에게 신뢰를 주었다. 실제 J씨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전자랜드 직원이 사고를 쳐 물건을 받지 못 하는 경우 신용보증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L씨는 전자랜드의 직원이라는 점을 악용해 사기를 쳤다. L씨가 본인에게 입금해 주면 본인의 전자랜드의 마일리지를 사용하거나 제휴카드로 결제해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해주겠다는 것이었다. 3월부터 시작된 거래는 순조로워 보였다. L씨는 3월 주문한 3000만원 가량의 물품을 문제없이 납품했다. 4월과 5월 발주분도 이상 없이 배달했다.
 
하지만 6월 발주분(5월말 입금)에서 사달이 났다. 청소기 100대 중 30대와 빔프로젝트 20대 중 10대에 대한 물품의 납품이 이뤄지지 않은 것.
 

J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L씨는 환불을 미뤘다. 결국 J씨는 지난 6월30일 L씨를 만나기 위해 L씨가 일하고 있는 전자랜드를 방문해 사건 경위서를 받았다. 사건 경위서에 따르면, L씨는 본인의 사기행각을 인정했다. L씨는 자신을 전자랜드 경기 광주점에 근무하는 LG판매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J씨가 부쳐준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다 써 물건을 배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L씨가 운영하는 M매장에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
 
J씨는 신용보증보험을 통해 전자랜드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회사 측의 주장은 L씨와 J씨의 거래가 개인 간의 거래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L씨가 전자랜드 직원이라는 점을 악용해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L씨와 J씨의 거래에서 J씨가 광주에서 돈을 입금하기도 했으나, 전자랜드 매장을 직접 방문해 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있어 L씨가 전자랜드 직원의 지위권을 남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L씨를 고용한 사용자의 책임이 생기기 때문에 전자랜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L씨의 소속이었다. 전자랜드는 LG전자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LG전자에서 인력을 공급받은 형식으로 파견직원을 고용했다. 그런데 LG전자는 A인력업체를 통해 인력을 공급받은 인력을 전자랜드에 공급했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현재 전자랜드와 LG전자 측은 파견직원을 고용한 뒤 발생한 문제라며 A업체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J씨는 “전자랜드와 LG전자가 사기 수배범을 고용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는데 파견직원을 처음 고용한 A인력업체에 보상을 받으라는 입장”이라며 “대기업에 대한 신뢰감이 깨진다”고 말했다.
 
중고차 사기…직영점 영업직원으로 채용
거래처 상대로 또 사기 “물품대금 꿀꺽”
 
관련 업계의 한 변호사는 “사용자가 직원의 관리·감독 등의 책임이 있어 A사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질적으로 L씨가 일한 곳이 전자랜드이고 전자랜드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면 실질적인 사용자인 전자랜드와 LG전자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례를 살펴보면 2003년 유사한 소송에서 파견근로자의 파견업무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 파견 사업주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만 파견근로자 선발 및 일반적 지휘감독권 행사에 주의를 다한 때에는 파견 사업주가 아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사용사업주가 책임을 진다고 나와 있다.
 
파견업체 A사가 일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선발 및 지휘감독권 행사 범위를 넘어서면 실질적으로 인력을 고용한 전자랜드나 LG전자 측에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다. 전자랜드와 LG전자의 법률적인 책임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두고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지만 전자랜드와 LG전자 모두 책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J씨에 따르면 L씨는 지난 2월26일에 의정부 지방법원을 통해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사기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L씨는 조사에 불응하다 결국 체포, 현재 의정부 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상태다. L씨는 벌금을 내다가 수배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J씨 측은 L씨가 전자랜드에 취업한 시기는 3월초이기 때문에 LG전자나 전자랜드가 신용조회를 철저하게 했다면 동종 수법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J씨는 “어떻게 대기업이 사기 수배범을 고용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자랜드와 LG전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사기 수배범 고용과 관련해 회사의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했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전자랜드, LG전자, A사 등 세 기업간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사이 피해자 J씨의 자금 상황이 안 좋아졌다.
 
J씨는 “사기사건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전자랜드의 직원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 피해를 입었다. 일단 보상을 해주고 향후 책임 소재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원의 업무상 지위를 악용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신용보증보험을 통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책임 회피
 
현재 J씨는 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책임의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다. J씨는 “그동안 대기업인 전자랜드와 LG전자를 믿고 거래를 해왔는데 사고가 발생하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어떠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J씨는 지난 7월 전자랜드와 LG전자에 사기 내용과 관련된 내용증명서를 보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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