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지뢰밭 걷는 이상득

2015.09.14 10:17:27 호수 0호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또 골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MB시절 ‘상왕’으로 군림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표적이 됐다. 최근 검찰은 포스코 협렵업체의 새로운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포스코가 MB시절 협력업체인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특혜를 줬다는 것. 티엠테크의 실소유자는 이 전 의원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포스코 본사는 물론 MB정권 주요 인사들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이 전 의원의 측근이 한때 실소유주로 있던 포스코 협렵업체 티엠테크를 압수수색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일 당시 포항지역 사무소장이었던 박모씨가 실소유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박씨가 이 전 의원과 20여 년간 친분을 유지하며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원할 것 같던
무소불위 권력
 
검찰은 포스코가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이 업체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검찰은 티엠테크에 흘러들어 간 돈 일부가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치권으로 비자금 유입이 확인된 건 없다”며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개입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티엠테크는 포스코 제철소 설비를 보수·관리하는 업체다. 2008년 12월 설립된 티엠테크는 포스코켐텍과의 거래로 연매출 170억∼180억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박씨가 2009년 6월에 티엠테크 지분 100%(5만 주)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이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박씨가 최대주주에 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씨는 포스코그룹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티엠테크의 매출은 100% 포스코켐텍에서 발생하는 구조”라며 “설립 후 기존 거래 업체의 물량을 가져오고 매출 100%를 한 업체와의 거래에서만 수익을 올린다면 특혜 의심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 배경에 이 전 의원이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정 전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지난 7일 전해졌다. 
 
MB정권 끝나고 불거진 대형사건마다 거론
이번엔 포스코…끝나지 않은 형님의 시련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08년부터 1조4000억원을 들여 경북 포항에 신제강공장을 세우려 했으나. 인근 군부대의 반발로 2009년 9월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당시 공정률이 이미 93%에 달해 이대로 공사가 중단되면 1조원대 투자금을 날릴 판이었다. 1년이 넘도록 공사 재개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역구 의원이자 MB정권의 최고 실세인 이 전 의원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결국 2011년 2월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군사작전에 방해가 안 되게 공장 설계를 일부 변경하는 조건으로 군과 포스코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신제강공장은 2011년 4월 준공됐고, 포스코는 거액의 손실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측근 박씨가 실소유주인 티엠테크가 일감 100%를 포스코에서 수주하는 등 특혜를 누린 것이 신제강공장 공사 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과 7일 박씨를 소환해 “이 전 의원의 지시에 따라 정 전 회장으로부터 협력 업체를 따냈고, 수익금은 이 전 의원을 위해 썼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포스코에서도 정 전 회장이 티엠테크 경영주를 박씨로 바꾸도록 결정한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에게서 “이 전 의원으로부터 티엠테크에 일감을 주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지난 8일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티엠테크와 관련 청탁이 있었으며 이후 티엠테크 하청계약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은 외주업체를 따낸 뒤 받은 22억여원의 수익을 이 전 의원의 지역구 관리 비용으로 쓴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 업체를 소유한 5년6개월 동안 주주 배당과 회사 임직원으로 이름을 올린 가족 앞으로 지급된 급여 등 총 22억여원을 별도로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돈은 이 전 의원의 지역 사무소 조직관리 비용 등으로 쓴 것으로 확인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제철소 관련 경력이 전무한 박씨가 포스코 외주업체를 따낸 경위, 그 수익금의 사용 경로 등으로 미뤄 박씨가 벌어들인 돈이 사실상 이 전 의원의 정치자금이었다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불법 정치자금 
징역 살고 나와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박씨의 금품 수수에 직접 관여했는지가 확인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나아가 정 전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대가성이 확인되면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전 의원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에 수백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전 회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포스코 관계자들에게서 정 전 회장이 티엠테크에 거액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계열사에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MB정권의 ‘비리 몸통’으로 불린다. 2011년 12월 자신의 비서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 6개에서 수억에 달하는 부정 자금이 드러나자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전 의원은 솔로몬·미래저축은행과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총 7억575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됐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된 사례이다.
 
그 후 2013년 1월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그해 1월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에 의해 징역 2년과 추징금 7억5750만원이 선고됐다.
 
7월1일에는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징역 3년에 추징금 7억5750만원이 구형됐다. 7월25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에 의한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2월에 추징금 4억5700만원이 선고됐다. 같은 해 9월9일 출소했다. 2014년 6월26일 징역 1년2월에 추징금 4억5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재확정 됐다.
 
측근 일감 몰아주기 압력?
정치자금 확보 정황 포착 
 

이 전 의원은 검찰이 자원비리 관련 경남기업의 성공불융자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할 당시 MB정권 초기 신한은행에 전화를 걸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에서 빼라고 청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1935년 11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54년에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육사에 14기로 입학했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되자 자퇴하고 이듬해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했다.
 
1961년 27세에 한국 나이롱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1973년 이사, 1975년 상무, 1976년 7월 9일 영업본부장을, 1977년 1월 23일 전무, 1978년 3월 6일 부사장에 올랐다. 1981년에 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할 때 상임위원으로 참여했고, 1984년 12월에 코오롱상사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경북 포항·울릉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했다. 2008년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함께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축을 담당했고, 이로 인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쇄신파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아왔다. 
 
문제의 티엠테크
민원해결사 노릇?
 
18대 총선 공천 당시인 2008년 3월 공천후보 55명은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의한 권력 사유화’ 발언을 통해 이 전 의원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MB정권 시절 각종 비리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파란만장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왕차관’ 박영준도 또?
 
검찰이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2009년 회장 교체 당시 정치권 외압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사퇴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회장직에 물러날 때 박 전 차관 등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불러 이 전 회장에게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MB정권 당시 실세로 통했다. 이런 탓에 온갖 비리에 몸통이 돼 각종 구설수와 검찰 수사선상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박 전 차관은 경북 칠곡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2002년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게 됐다. 
 
서울시에서는 정무국장을 지냈다.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다. 그는 서울시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전략과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한 ‘S라인’의 핵심이다. 대선 때는 ‘선진국민연대’라는 전국적인 외곽조직을 직접 꾸려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전 차관은 2007년 이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에 기획조정비서관으로 합류했다. ‘왕비서관’으로 통하던 그는 촛불시위 정국에서 4개월 만에 인사전횡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6개월 만인 2009년 1월 개각에서 그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중용했다. 그는 이 시기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찰을 주도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 ‘영포 라인’과 친했다. 최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사찰 증거 파기를 위해 청와대 최종석 행정관에게서 받은 대포폰에서 박 전 차관과의 통화내역이 확인됐다.
 
그는 2010년 8월부터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원외교가 ‘왕차관’으로 불린 그의 주요 업무였다. 씨앤케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이 터진 게 이 시기다. 그는 차관에서 물러난 후에는 여의도 진출을 추진했다. 하지만 4·11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무소속으로 대구 중·남구에 출마했지만 5.7% 득표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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