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시장' 배달앱 원산지 누락 실태

2015.09.14 10:01:46 호수 0호

‘찝찝한데…’믿고 먹어도 되나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배달 어플리케이션(배달앱) 전성시대다. 배달앱은 등장 5년 만에 시장규모 1조원을 돌파하며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편리하게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간 것이다. 하지만 배달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주문할 경우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사실상 원산지 표시의 사각지대다. 
 

 


원산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원산지 표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배달음식을 가장 먼저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배달앱 업체들은 원산지 표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배달만 책임”
 
배달앱은 중국집, 피자집 등의 배달음식을 소개하고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휴대폰 앱을 통해 음식 이미지를 확인하고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주문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배달앱 업체들은 앱을 통해 제공하는 메뉴판에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
 
실제 지난달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조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배달이오, 배달114, 메뉴박스, 배달365 등 7개 배달앱 업체의 소비 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7개 업체 모두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표시제도는 수입개방화 추세에 따라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이들 농산물이 국산으로 판매되는 등 부정유통사례가 많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생산농업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배달앱 업체들이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메뉴판을 올리는 것을 두고 제재를 가할 마땅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 배달앱 업체가 통신판매중개자로 등록해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다. ‘농산물 원산지표시법’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는 사이버몰의 이용을 허락하거나 그 밖에 방법으로 거래 당사자 간의 통신판매를 알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달앱 업체들은 서비스 제공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만하는 ‘중개업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상품 거래정보 및 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원산지 표시의무도 없다. 일각에서는 배달앱이 적극적으로 메뉴판 기능을 제공해 소비자들과 배달음식점을 연결하는데도 불구하고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배달음식 재료 ‘얼마나 알고 시키나’
값싼 외국산 원료 국산으로 둔갑판매
 
실제 이들 배달앱에 접속해보면 배달을 원하는 음식의 이미지와 가격만 고시돼 있을 뿐 음식에 대한 원산지 정보를 대부분 확인할 수 없었다. 소비자들의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원산지 정보를 확인하는 길이 사실상 차단된 것이다.
 
반면, 배달앱과 유사하게 앱을 통해 주문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자헛, 미스터피자 등 배달음식업체의 경우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돼 있어 소비자들의 알권리가 충족됐다. 이들은 통신판매업체로 분류돼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통신판매업체는 정보제공과 소비자의 청약이 비대면인 상태에서 앱, 홈페이지, TV 등을 통해 광고하고, 구매신청을 받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제재 방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농림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달앱들을 통해 배달음식을 주문할 경우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행법상 이들은 중개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제재를 가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1년 통신판매중개업체로 등록했던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방관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했다. 이후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통신판매업체’로 변경하라는 시정명령을 받고 피해 소비자에 대한 책임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배달앱이 성장세가 거듭될수록 이같은 논란은 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배달앱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배달앱이 등장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400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배달앱을 설치하고 월 500만명 이상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배달앱 규모가 1조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2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아몰랑’
 
배달앱 업체는 원산지 미표시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한 배달앱 업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달앱 자체가 통신판매중개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서도 “외부에서 원산지 표시와 관련한 지적이 나온 만큼 내부적으로도 (원산지 표시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였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방안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단지도 원산지 사각지대 
 
배달앱이 등장하기 전에 배달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전단지를 주로 이용했다.
 
현재도 전단지는 배달음식을 시키는 주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배달음식점은 전단지에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 배달음식에 원산지를 표기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단지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상 소비자가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원산지를 모르고 주문하게 되는것이다. 관련 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농림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단지에는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할 때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달음식점들의 원산지 표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 강남구 원룸들이 몰려 있는 논현동과 대치동 일대의 배달전문음식점 20곳을 집중 단속한 결과 적발된 17곳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원산지 표시 의무를 위반해 이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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