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노조전임자 실태

2010.07.20 09:40:20 호수 0호

거꾸로 가는 노조문화…‘이젠 완장을 버려라’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다. 이 논란의 골자는 일손을 놓고 있는 노조전임자에게 굳이 회사에서 월급을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뿐더러 노조전임자 주도의 무리한 투쟁을 불러오는가 하면 툭 하면 터지는 비리·부패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시행된 ‘타임오프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임자들의 특권이 크게 축소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임자들은 노조완장을 내려놓지 않으려 악을 쓰고 있으며 이 같은 노조 측의 몸부림에 회사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임자 비율 일본의 4배, 유럽의 10배 넘어
특권 지키기 위해 비합리적 투쟁 주도하기도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에서 급여를 받은 국내 전체 노조전임자는 1만583명으로 이들이 회사로부터 수령하는 임금은 1인당 평균 4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인당 조합원수 149명
선진국 500∼1500명



또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는 149명으로 다른 선진국들과 차이가 크다. 일본은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가 500∼600명, 미국은800∼1000명, 유럽연합(EU)은 1500명 수준이다.
전임자들은 출·퇴근 면제는 물론, 회사일에서 손을 놓고 노조 업무에만 몰두한다.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만은 꼬박꼬박 챙긴다. 게다가 교대로 일하는 일반 근로자가 기본급과 잔업수당만 받는 데 비해 전임자는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휴일 특근 수당 등 갖가지 수당을 더 얹어 받는다. 또 핵심 전임자들은 회사로부터 차량 및 유류비를 지원받는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특권 유지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가 하면 비합리적 투쟁을 주도하고 조합원들의 의지와 무관한 싸움을 불사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전임자의 무리한 투쟁 및 파업 선동, 전임자 수 및 대우에 대한 분쟁으로 인한 파업 유발, 작업장 분위기 및 생산성 저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노조전임자 문제로 파생되는 피해규모는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를 지켜보는 세인들의 시선도 차갑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일손 놓은’ 전임자에게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조합 및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1.0%가 회사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실정임에도 그간 회사 측은 파업 등을 앞세운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 밀려 노조전임자 급여를 지급해왔다. ‘근로자가 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한다’는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에 역행해 오고 있던 셈이다.

이런 ‘삐뚤어진’ 관행은 노조 간부의 특권화와 권력화, 방만한 노조운영과 노조 예산의 투쟁기금화로 이어졌고 결국 노사 갈등과 노사관계의 악화를 초래해 왔다. 그럼에도 전임자들은 그동안의 관행에 기대 특권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법에서 부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7년에 개정된 노조법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아서는 안되고, 회사도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규정은 13년째 논의만 있었을 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노동계의 강력 반발로 13년 간 4차례나 유예됐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가운데 지난 1일 개정 노동법에 따라 타임오프제가 시행됐다. 이는 노조원이 임금을 받으며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 총량을 정한 제도로, 사용자는 법정 타임오프 한도 안에서만 노조 전임자 월급을 지급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까닭은 전임자 급여지급 전면 금지로 인한 노조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노사갈등의 불씨는 안고 가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불씨는 이내 번졌다. 금속노조가 노조 전임자 처우 보장 요구를 골자로 ▲지난 상반기에 중앙노동위원회 일괄 조정신청 ▲쟁의행위 찬반투표 ▲총파업 선포대회 등 구체적인 투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 이는 타임오프제와 관계없이 기존 노조 전임자 수와 처우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노동부 측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개정법에 위반하는 사항으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찬반투표 및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자신들의 뜻을 실력으로 관철하려는 불합리한 행동’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정 갈등으로의 비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금속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 지침에 대한 비판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임금 지급 부정적”

하지만 금속노조 측은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측은 “전임자 급여 지급은 노사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법으로 강제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개정 노조법 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분명 노조의 주장대로 전임자 급여 지급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없다”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전임자 급여를 노조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조 전임자 급여는 굳이 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노조가 당연히 부담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를 두고 마치 한국 정부만 유일하게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규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어떤 노조도 활동비용을 회사 측에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과 같이 기업별 노조 조직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전임자 급여를 노조의 재정으로 지급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정은 같다. 영국 역시 노조에 어떤 금전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조 측에서도 자주성 유지를 위해 회사 측에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금속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무효화 시도
기아차노조, 특근거부로 고객 차량 인도 차질 


기아차 역시 첫 단추부터 어긋나 곤란해 하는 모습이다. 기아차 노조가 회사 측에서 제안한 특별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임단협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것.

지난 2일 기아차 서영종 사장을 비롯한 회사 측 교섭위원 9명은 소하리공장 종합사무동에서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제도 시행 관련 특별 단체교섭’ 개최를 위해 노조측 교섭위원을 기다렸다. 그러나 노조 측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 측은 “타임오프 관련 조항만 교섭하자는 것은 노동조합의 투쟁을 불법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이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임단협의 틀 안에서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협상이 틀어져 파업으로 이어졌을 때 ‘합법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회사가 제안한 특별 단체교섭은 노조 측이 불참한 반쪽짜리 교섭이 됐으며, 기아차 노사의 2010 임단협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기아차 노조는 181명의 전임자를 19명으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강화된 전임자 관련 요구안을 확정했다.

기아차 노조의 2010년 임단협 요구안에는 ▲현행 전임자 수 보장 ▲상급단체와 금속노조 임원으로 선출 시 전임 인정 및 급여지급 ▲조합에서 자체 고용한 채용 상근자 급여지급 ▲전임자에 대한 편법 급여지급 ▲조합활동 인정 범위를 대의원 및 각종 노조위원회 위원까지 대폭적인 확대 등 노조 전임자와 관련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전임자 급여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개정 노동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요구다.
또 기아차 노조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특근 거부 투쟁에 나섰다. 전임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급여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65.7%의 찬성률로 가결시키는 등 파업 수순을 밟았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 1일 전임자 204명에 대해 무급 휴직 발령을 내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이로써 공장별로 월 4~8회 특근을 하기로 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달에 이어 7월에도 1만대 가량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근 거부로 휴가철에 새 차를 이용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출시한 중형 세단 K5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차량을 인도받게 되는 시기가 최대 한 달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K7, 쏘렌토R, 스포티지R 등의 인도 일정도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뒤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투쟁으로 신차의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면 신차효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기아차에 치명적인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선진화 위해
급여 노조가 부담

이어 이 관계자는 “올바른 노사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노조 전임자 급여를 회사가 아닌 노조 스스로 부담토록 함으로써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폐해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당분간의 진통이 수반되더라도 노사 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올해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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