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과학자 힘찬 날갯짓, 생명공학 내일은 ‘맑음’

2010.07.06 08:58:29 호수 0호

음지서 양지로 재기 노리는 황우석 박사

국내 생명공학의 1인자 황우석 박사가 재기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언론은 물론 공식석상에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수암생명공학연수원(이하 수암연구원)의 서울 구로구 오류동 신축 기공식을 맞아 지인들에게 직접 초대장을 돌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 또 황 박사는 지난 5년 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연구를 이어갔으며 연구는 진전을 보이고 유럽 등 해외에서 인정받는 성과도 있었다. 3년 간의 법정 공방을 거쳐 1심에서 무죄(일부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황 박사의 팬들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신축
세상 관심 밖에서도 연구 매진 … 성과도 ‘펑펑’

줄기세포 연구로 대한민국 생명공학 미래에 희망을 불어넣었던 황우석 박사는 지난 2005년 11월, MBC <PD 수첩>의 의혹 제기로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한 번의 방송은 황 박사를 ‘사기꾼’으로 낙인 찍었고, 세계적 생명공학자로 추앙받던 황 교수는 서울대에서도 쫓겨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최근 황 박사가 움츠렸던 날개를 펼치고 비상을 준비중이다.



황 박사는 서울대 교수직을 떠난 후인 2006년 7월, 서울 구로동에 수암연구소를 개소했다. 서울대 시절 따르던 연구원들과 의기투합해 연구소를 마련한 황 박사는 이후 지금의 용인으로 연구소를 이전해 줄곧 연구에만 전념해 왔다.

생명공학의 ‘허브’
수암연구원 서울로

그랬던 그가 지난 6월18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지하 2층 지상 3층 건평 1700여평 규모의 신축 연구소 기공식을 거행했다.

이번 연구소 기공식이 주목 받은 이유는 그 동안 언론매체는 물론 크고 작은 공개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기 꺼렸던 황 박사가 기공식을 계기로 지인들에게 직접 초청장을 보내고 각계 인사 1천500여 명과 지역 주민 등 3천여 명이 참석하는 등 공개적으로 기공식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기공식을 파격에 가까운 행사로 보고 그 배경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구로구 오류동 수암연구원은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구원이 완공되면 수암연구원은 바로 신축 건물로 입주,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염홍철 대전시장, 박영선 민주당 의원,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 정계인사와 함께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 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 기독교와 불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염홍철 대전시장은 “황우석 박사는 우리가 낳은 세계적인 위대한 과학자”라면서 “순수한 생명공학 뿐 아니라, 의료 산업에 획기적인 성과를 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가 들어설 지역구 국회의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정치를 하다보면 상처를 많이 받고, 때로는 진실이 왜곡돼서 전달된다”면서 “황우석 박사가 우리 구로에서 재기에 성공, 구로의 기적이 대한민국의 기적으로, 세계의 기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축복 속에 기공식은 무사히 마쳤지만 지난 5년의 세월은 황 박사에게 암흑과도 같았다. ‘사기꾼’이라는 오명과 ‘황우석 사태’라는 후폭풍을 홀로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던 것.

특히 검찰의 기소에 대항해 법정 투쟁에 쏟아부은 시간만 3년에 이른다. 3년 간의 심리를 끝낸 1심 재판부는 황 박사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했지만 생명윤리법 위반과 연구비 유용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황 박사 연구팀의 논문 조작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SK나 농협이 논문의 진위여부가 아니라 향후 줄기세포 등에 관한 연구 발전 등을 위해 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고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은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생명윤리법과 관련 “난자제공에 대한 실비규정은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불임치료 시술 과정에서 황 박사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것은 해당 경우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2006년 첫 공판이 열린 뒤 2009년 10월 선고일까지 3년의 시간이 걸린 1심 재판은 총 43번의 공판이 진행됐으며, 재판부가 두 번 교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황 박사의 항소심 첫 공판은 지난 6월2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이성호)에서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원심은 황 박사가 SK등으로부터 받은 20억원의 연구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황 박사는 논문조작 모두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유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1심 일부 무죄 선고
항소심 진행 중


반면 황 박사의 변호인 측은 원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연구비 횡령 혐의에 대해 “연구비는 황 박사 연구팀을 위해 출연된 것이었다”면서 “용도전용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국가연구비를 횡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장인 이성호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설명이 끝나자 황 박사에게 줄기세포 연구에 진전이 있었는지 직접 물었다.

이에 황 박사는 “공개된 법정이라 직접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진전이 있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논문조작 의혹에 대해 “과오는 인정하지만 연구 성과 자체를 속인 적은 없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온 황 박사는 미국, 태국 등 해외 연구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 경과를 조만간 재판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항소심 2차 공판은 7월15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던 지난 5년을 보내면서도 황 박사는 연구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법정 투쟁과는 상관없이 수암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 한 길을 고집했다. 처음 20명 안팎이던 연구원은 3배 가까이 늘어났고, 해외 여러나라에서 연구 실적을 인정받았다.

특히, 수암연구원의 자랑 동물 복제 분야에서 개 복제는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미시라는 죽은 개를 복제해 미국의 주인에게 양도한 바 있으며, 미국 9·11 테러의 영웅견 트래커 복제에도 성공했고, 중국의 희귀견인 사자견 19마리를 복제하는 등 개 복제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제주 경찰청의 폭발물 탐지견으로 유명한 독일 셰퍼드 5마리를 복제해 양도식을 가졌다.

그런가 하면 황 박사는 올해 초 ‘인간 배반포를 위한 배지’에 대한 특허를 유럽 특허청에 최종 등록했다. 유럽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등록절차를 밟고 있으며, 과학 기준으로만 성과를 평가하는 외국에서는 황 박사의 연구 실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외롭고 힘들었던 5년
그래도 연구는 계속된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수암연구원에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차병원만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연구 승인을 받았다.

유럽 특허청이 인정한 ‘인간배반포배지’ 관련 특허는 유럽 측이 줄기세포라는 이름의 특허를 명명하지 못하게 해 만들어진 이름일 뿐 황 박사의 방식인 줄기세포 연구와 동일하다.


아직 정부에서는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수암연구원 측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만 못했을 뿐 동물을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모두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승인만 받으면 6개월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황 박사가 오랜 침묵을 깨고 구로구 오류동 연구원 기공식을 계기로 공식 행보를 시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외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제의 중심, 대한민국 생명공학의 1인자 황 박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수암연구원의 자문교수이자 황 교수의 제자로 알려진 충북대학교 현상환 교수는 지난 6월2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고, 한 달에 2주 이상은 해외 출장을 나간다. 나머지 10일 정도는 한국에 들어와 수암연구원에서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고 황 박사의 근황을 전했다.

또 “젊은 연구원보다 체력도 좋아서 새벽까지 연구에 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며 황 박사의 건강상태가 양호함을 덧붙였다.

현 교수는 이날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차후 계획을 살짝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해 다시 한 번 계획서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

정계도 응원하는 황 박사
한 달에 2주는 해외출장

이에 대해 황 박사는 “구체적인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정부와 연구원의 분위기를 살핀 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교수는 지난 5년 간 심리적,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황 박사가 연구를 멈추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황 박사의 연구팀은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떳떳한 마음가짐으로 정도의 길을 걸어왔다. 줄기세포는 생명공학 분야에 있어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데 이를 멈추는 것은 인류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 교수는 5년 전 ‘황우석 사태’에 대해 “복합적인 상황이 얽혀져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학을 과학으로 보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고 반 인륜적인 과학기술로 평가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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