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 화재사고 전말

2010.06.29 09:38:48 호수 0호

사고만 터졌다하면 ‘나 몰라라’


연이은 식품사고 다음엔 화재사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당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 화재의 원인은 ‘안전불감증’으로 판명 났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이 참에 안전불감증을 챙기겠다”고 밝혀왔으나 세인들은 ‘이제서야?’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신세계의 안전사고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차량 추락부터 에스컬레이터에 끼이는 사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한결같았던 것은 신세계 측의 ‘빵점짜리’ 대응이었다. 안전을 강화할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기본, 피해자에게 전가하기 일쑤였다. 이처럼 고객과 안전을 외면한 운영에 세인들은 공분하는 한편, 언제 다음 피해자가 나올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에 다리 끼이고 주차장서 차량 추락키도
책임 회피는 기본, 피해고객에 책임 전가도…발뺌주의


지난 16일 오전 10시10분 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11층 식당가에서 불이나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소방대원 100여 명과 소방차량 33대가 투입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에 발생한 화재는 백화점 영업을 앞두고 식재료를 준비하던 중식코너에서 기름을 볶는 과정에서 불꽃이 가스렌지 후드와 벽면 등에 옮겨 붙으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환기구 내부 등을 태우고 5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15분여 만에 진화됐다. 개장시간 전이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방문 고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백화점의 안전대책 교육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방에 소화기도 없어

대학생 임신정(23·가명)씨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이니 당연히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안전 관리 상태가 이렇게 미흡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시 스프링클러는 문제없이 작동했지만 그 이외의 소방도구는 준비돼 있지 않았다. 백화점은 하루 수만명이 이용하는 다중시설로 화재 시 대형 인명사고가 우려되는 취약지구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식당가는 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화재의 위험이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소화기조차 비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신세계 측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주부 김혜림(28·가명)씨는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백화점에 쇼핑을 가지만 소방시설이 열악하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건물일수록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번 화재 사고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리사가 프라이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워 화재가 났다”며 “안전불감증이 원인인 만큼 이번 기회에 안전교육을 챙기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과거 사고들에 비해 그나마 낫다는 평가다.

그간 신세계는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전모씨는 아내 민모씨, 그리고 딸과 함께 신세계백화점을 찾았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장화를 신고 있던 딸의 발이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 끼여 우측 종아리와 엄지발가락에 심한 열상이 발생한 것. 마치 총알이라도 맞은 듯 종아리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부가 벗겨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상황이었다.

딸은 바로 대형 병원으로 옮겨져 전신마취 후 봉합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아이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여겼던 민씨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이틀 뒤 익명의 목격자로부터 “사고는 아이의 과실이 아니라 백화점 안전요원에 의해 발생한 것이니 CCTV를 확인하라”는 제보를 받았다. 그리고 CCTV를 확인한 결과 안전요원의 과실로 아이가 다치는 정황이 발견됐다.

이에 전씨는 백화점 측에 아이의 치료비와 위로금으로 5000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백화점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사태는 법정소송으로 비화됐다. 민씨는 “수술·입원비 그리고 차후 흉터 성형 비용 등을 산정해보니 3000만원 가량 됐었으나 억울한 마음에 5000만원을 요구했다”며 “살점이 뭉개져 떨어져 나갈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은 아이와 부모의 심경도 모른 채 ‘잘못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백화점 측의 행태에 신물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유사한 사고가 지난 2005년에도 일어났다. 3살 난 백모 어린이의 손이 신세계 이마트 에스컬레이터에 빨려 들어가면서 중상을 입은 것. 하지만 당시에도 이마트 측의 대응은 별 다를 바 없었다. 자신들의 과실이 적다며 발뺌 한 것. 당시 백모군은 손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부상을 입었음은 물론 앞으로 어떤 후유증이 뒤따를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치료를 맡았던 의사는 “백 어린이의 네 번째 손가락 근육이 아예 없어져 펴는 건 불가능하고, 손톱뿌리도 모두 망가져 변형 가능성이 있다”며 상처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신세계 측은 보호자의 과실이 막대하다며 피해보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피해자 측에 80%의 과실이 있다는 보험사의 의견을 토대로 일부 병원비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 백군의 부모는 손 기능 회복을 위해 앞으로 몇 번의 수술이 더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마트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지난 2008년에는 신세계 이마트 분당점에서 차량이 주차장 외벽을 뚫고 15미터 아래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주차장의 외벽은 안이 비어있는 얇은 콘크리트 패널로 시공된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콘크리트 패널은 시멘트를 주원료로 진공압출 성형해 생산되는 조립식 패널로 충격에 약해 건물 외벽 등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다.

때문에 지난 2008년 2월, 자동차 진행 방향과 마주보는 벽은 추락방지를 위해 두께 20cm 이상, 높이 60cm 이상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도록 주차장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신세계 측은 해당 주차장이 1996년 완공돼 이 같은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처럼 안전에 안일한 태도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화근이었다.



책임전가 급급

지난 2007년에는 이마트 유아용품 매장에서 4살 된 어린이가 옷걸이 진열대에 왼쪽 눈 부위를 찔려 병원에서 10여 바늘을 꿰매는 봉합수술을 받는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쇠로 만들어진 옷걸이 진열대의 돌출 부분이 날카롭고 어린이 키 높이 정도로 설치돼 사고가 난 것. 이 역시 이마트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진열대는 그동안 줄곧 사용해 오던 시설물로 안전사고 위험은 별로 없었다며 발뺌했다.

이처럼 매번 안전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안전 강화 대책 마련은 미뤄놓은 채 책임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던 신세계. 이런 운영 행태에 제 2, 제 3의 예비피해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신세계 측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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