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현대종합상조 두 얼굴④ 회장님의 고민

2010.06.29 09:36:39 호수 0호

밑 빠진 빌딩에 ‘고객 돈 붓기’

국내 대표 상조업체인 현대종합상조의 폐쇄적인 경영 행태가 말썽이다. 겉만 번지르르하다. 그 속은 전혀 딴판이다. 외부의 조언과 지적엔 눈과 귀를 꽉 막은 상태. ‘식구’의견마저 외면하는 실정이다. 그저 ‘회장님’ 지시에 따라가기만 급급하다. 당연히 ‘괴리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철옹성’에 갇힌 ‘독불장군’ 꼴이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달라도 너무 다른 현대종합상조의 ‘두 얼굴’을 들춰보기로 했다.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해 수십억원을 주고 회사 명의로 매입한 빌딩의 임대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고객돈 유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고객들이 맡긴 회비를 빌딩에 투자한 현대종합상조로선 특히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회원 쌈짓돈으로…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대종합상조는 지난 해 7월 인천 계양구 용종동 N빌딩(현 P빌딩)을 매입했다. 이 빌딩은 2008년 7월 신축된 지하 2층 지상 10층 건물로, 대지면적 797㎡(약 242평)에 연면적 6692㎡(약 2028평) 규모다. 매입가는 약 8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현대종합상조의 지난해 매출은 260억원이다. 매출의 30%가량을 N빌딩 매입에 쓴 것이다. 앞서 현대종합상조는 본사 사옥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여의도 D빌딩의 전체 13층 중 5개 층(4∼8층)을 130억원에 매입한 현대종합상조는 7·8층만 사용 중이다. 나머지 3개 층은 임대를 줬다. 건설교통부 조회 결과 N빌딩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 1월 기준 단위면적(㎡)당 245만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종합상조가 사들이기 전인 지난해 1월에도 공시지가는 245만원이었다. 땅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세청이 산정한 건물의 기준시가도 1년 전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한 업자는 “용종동 일대의 토지·건물 실거래가가 공시지가·기준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상업용 건물의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간혹 거래가 성사되는 건물은 싸게 나온 급매물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고민이 여기서 시작된다. 고객 ‘쌈짓돈’으로 거액의 빌딩을 산 만큼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뿐만 아니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여파로 임대사업 사정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박 회장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다. N빌딩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규모 상업지구다. 또 주변에 1만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으며, 외곽순환도로와 영동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등이 인접해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이런 탁월한 입지 조건을 등에 업은 N빌딩은 2년 전 신축됐을 때 전문 메디컬센터로 분양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3.3㎡당 분양가는 지상1층이 2000만∼2500만원 선, 그 외층은 550만∼800만원 선이었다. 1년 뒤 은행보다 임대가 낫다는 판단으로 이 건물을 사들인 현대종합상조도 진땀을 빼긴 마찬가지다. ‘고객돈을 묵히지 않고 단기간에 임대사업으로 불린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지난해 80억원대 10층 건물 매입 “매출 30% 투자”
1년째 입주 저조 ‘공실률 30%’… 매매가도 제자리

현재 현대종합상조 지사를 비롯해 커피전문점, 학원, 미용실, 건설업체 등이 입주해 있는 N빌딩의 점포수는 모두 21개. 이중 6개가 1년째 비어 있다. 현대종합상조가 매입 후 지난 1년간 세입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공실률이 무려 30%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전국 오피스·매장용 빌딩의 평균 공실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6개 광역시에 소재한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6.6%, 매장용 빌딩은 11.4%로 조사됐다. N빌딩 지역인 인천의 경우 각각 14.9%, 15.6%를 기록했다. 이쯤 되자 현지 부동산업계엔 N빌딩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실제 모 부동산업체 매물 정보 사이트엔 이와 비슷한 물건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물의 매매가는 100억원이다. N빌딩 관리인은 “현대종합상조가 건물을 살 때만 해도 내부가 대부분 텅텅 비어 ‘유령 건물’같았다”며 “입지 조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입주율이 저조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난 4월 1층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오는 등 올해 들어 입주율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조 한 직원은 “매입 초기엔 좀처럼 세입자가 없어 회사 경영진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세입자를 주선한 사람에게 소개비를 주겠다는 자구책까지 동원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애쓴 결과 그나마 70% 정도 찼지만 그래도 수익률로 보면 아직 처음 예상보다 모자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21개 중 6개 ‘텅’

현대종합상조 측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대사업이 당초 계획 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임대사업에 뛰어든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권 이율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외 수익인 임대료 수입을 4억4500만원이나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막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있다”며 “최근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올 하반기까진 건물 대부분이 입주가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N빌딩의 매물설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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