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실 애독서 꼽아보니

2010.06.29 09:26:12 호수 0호

책 속에 당선 비법이 숨어있다고?


여의도에서는 책도 ‘정치’적으로 읽힌다.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 성격 상 이와 관련된 참고자료들도 많이 읽히고 시시때때로 뜨고 지는 각종 이슈들도 민감하게 반영된다. 지난 6월17일 국회도서관은 18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실에서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 목록을 발표했다. 이 중 상위권에 들어 있는 도서들을 통해 국회 의원회관을 집처럼 드나드는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 여의도 주민들의 독서 습관을 들여다봤다.


현직 보좌관 쓴 ‘국회보좌진 업무매뉴얼’ 인기
지방선거 덕분에 ‘당선 노하우 99’ 시선 집중


국회도서관은 지난 6월17일 18대 국회가 시작된 즈음인 2008년 5월30일부터 지난 4월31일까지 국회의원실에서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 목록 상위 50권을 발표했다. 이 중 1위는 국회 보좌진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국회보좌진 업무매뉴얼’이 차지했다. 국회의원실에서 대출했지만 국회의원보다는 보좌관들에게 인기인 책이다. 이 책을 집필한 이도 현역 보좌관이다.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인석 보좌관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 보좌관의 필독서

서 보좌관이 보좌진의 실무관련 서적을 집필한 것은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서다. 서 보좌관은 “피감기관이 수감 매뉴얼을 만들어갈수록 대응 방식이 치밀해지지만 국회에는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예·결산 관련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국회보좌진 업무매뉴얼>과 함께 서 보좌관이 쓴 <(새로 쓴) 국정감사 실무매뉴얼>(3위)과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 : 실무자를 위한 국정감사 노하우>(42위)도 순위권에 들었다.

<국회보좌진 업무매뉴얼> <국정감사 실무매뉴얼>은 최근 1년간 국회의원실 도서대출 순위에서도 나란히 2·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 : 256조 예산을 읽는 14가지 코드> <예산정책론 : 예산결산과 재정정책> 등 국회 관련 서적과 <비서처럼 하라 : 보스처럼 생각하고, 보스처럼 실행하는 핵심인재들의 성공방식> <(성공하는 CEO 뒤엔)명품비서가 있다> 등 보좌진과 연관있는 책들도 많이 대출됐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담대한 희망>이 손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국회도서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저서나 그와 관련된 도서가 불티나게 대출됐다. 전반기 국회의원실에서 가장 많이 대출해 읽은 도서 목록 상위 50위 안에 오바마 대통령과 관련된 책이 5권이나 포함됐을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담대한 희망>(2위)은 물론 <오바마論 : 체인지! 그 담대한 희망>과 <버락 오바마 연설문>(공동 21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30위) <꿈과 희망, 버락 오바마의 삶>(42위)이 순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은 <당선 노하우 99 : 지방선거를 위한 생생한 현장 기록>이었다.

<지방선거를 위한 생생한 현장 기록 : 후보가 만든 최초의 선거전략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겨냥한 실무서로 출간됐다.  이와 관련, 국회 도서관 관계자는 “지난해 6월1일부터 지난 4월31일까지 1년 동안 국회의원실에서 가장 많이 본 도서는 <당선 노하우 99>”라며 “올해 지방선거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선거와 관련, <선거전술전략 : 일등당선을 위한 유권자 마음잡기>도 정가 인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1년간 국회의원실 도서대출 순위에는 지난 한 해 이슈들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과 관련, <트위터 : 140자로 소통하는 신인터넷 혁명> <(또 하나의 세계를 여는)트위터, 140자의 매직>이 순위권에 오른 것.

‘정치 검찰’ 혹은 ‘스폰서 검찰’ 논란을 거치며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쓴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이 상위권에 올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전 유시민 전 장관이 출간한 <후불제 민주주의>도 눈길을 끌었다. 국회 파행이 잦았던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책들도 인기를 끌었다. 17대 국회 때 정치권의 필독서였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의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는 여전히 인기를 끌었고 링컨의 포용의 리더십을 다룬 ‘권력의 조건’도 ‘여야 화합’을 바라는 이들에게 주목받았다.

한편,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힌 책들에 대한 관심도 꾸준했다. 지난 2008년 7월 국방부가 지정한 반미·반자본주의적 ‘불온서적’인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는 200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대출 순위 상위권에 머물렀다.

이슈 따라 읽는 책 변해



하지만 그 인기는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18대 전반기 국회 대출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지난 1년간 대출 순위에서는 9위에 머물렀던 것. 

또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외에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등이 30위권 내에 포진했던 2008년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장 교수의 서적 중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 장하준의 경제정책 매뉴얼>만이 전반기 대출 목록 16위에 올랐을 뿐 지난해 대출 순위에서는 장 교수의 다른 책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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