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폭 “몸빵 끊은 지 오래요”

2010.06.29 09:14:44 호수 0호

사행성게임장 접수한 조직폭력 실태

과거 성매매나 건설업 등 소위 ‘몸빵’ 사업이 주요 돈줄이었던 조폭이 최근 다른 돈줄을 찾았다. 사행성 사업에 손을 대면서 가만히 앉아서 돈을 셀 수 있게 된 것. 최근 검찰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나 사행성 게임장을 차려 한 몫 단단히 챙긴 조직폭력배들을 대거 적발했다. 연장 들고 피 튀겨 가며 속칭 ‘나와바리’ 확장에 목숨 걸던 과거 조폭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요즘 그들에겐 잘 만들어진 게임 사이트와 게임머니 가득한 네티즌이 돈줄이고 밥줄이다.

게임머니 환전으로 72억 챙기니 “재미 쏠쏠하네”
성매매·건설업 ‘몸빵’ 손 떼고 사행성 게임이 돈줄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하고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불법 영업으로 70여억원을 챙긴 ‘조폭’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20일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 사행성 게임장을 개설·운영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정수파’ 조직원 강모(48)씨 등 11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모(47)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달아난 정모(54)씨 등 5명을 지명 수배했다.

환전으로 짭짤하게 한 몫

서울 동대문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폭 ‘정수파’ 조직원 강씨와 청량리파 조직원 한모(47)씨 등 3명은 지난 2008년 3월 고스톱과 포커 등을 할 수 있는 게임 사이트 2개를 개설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용가’로 등급분류 받은 고스톱, 포커류의 보드게임을 제공하면서 적법한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게임머니를 돈으로 바꿔주는 환전조직을 두고 현금거래를 하는 등 사실상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것.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게임머니의 현금 환전 소식을 들은 도박게임자들은 하나둘 해당 사이트로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리자 강씨 일당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선불카드 총판을 별도로 설치해놓고 가맹 PC방을 모집하기도 했다. 특히, 단속되더라도 환전상, 선불카드 총판을 철저히 분리해 본사와의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하도록 했다.

실제 본사의 경우 경찰로부터 두 차례 단속을 받았지만 게임 사이트 자체는 적법한 것으로 가장되어 있어 큰 제재를 받지 않았고 때문에 이들의 지속적인 범행이 가능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이들은 두 개의 게임 사이트에 일명 ‘바지사장’을 두고 게임머니를 팔아 무려 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달아난 정씨가 맡은 역할은 ‘환전상’으로 정씨는 강씨의 지시에 따라 게임머니 환전을 원하는 이용객의 연락이 오면 사이트 내 비밀 게임방에서 1대1 게임을 벌였다. 손님이 무조건 지도록 룰을 정해 자신은 게임머니를 챙기고 손님에게는 잃은 돈 중 수수료 7%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바꿔 계좌로 이체했다.

그런가 하면 영등포중앙파 간부급인 이모(50)씨 등 2명은 2005년 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서울 영등포구와 강서·은평구 일대에 ‘바다이야기’ 또는 ‘블루피싱’ 게임장 5곳을 운영하는 게임장 업주 강모(53)와 동업해, 300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말이 좋아 동업이지 이씨 일당은 게임장 지분에 투자하거나 다른 폭력조직으로부터 보호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동업 형태를 유지했고, 보호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씩 갈취하는 등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당시 현직 경찰관이었던 안모(48)씨에게 게임장 지분을 주고 게임장의 공동 운영자로 끌어들였다. 당시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안씨는 이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명목으로 3000만원을 상납 받았고, 불법 게임장 영업 수익으로 48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안씨는 이번 검찰 수사로 자신의 비리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5월 사표를 냈다.

결국 이씨는 불법게임장 5곳을 운영한 실제 업주 강씨 등 5명과 함께 경찰에 구속됐고, 같은 파 두목 이모(51)씨는 지명 수배됐으며, 범행에 가담한 전직 경찰 안씨는 구속 기소됐다.

그런가 하면 안양AP파 행동대원 출신인 조모(40)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두 달 간 총 거래액 24억원 규모의 사설 경마판을 벌였다.

한국마사회는 1회에 10만원으로 마권구매금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들은 사설 경마는 마권구매금 제한이 없어 고액 베팅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게다가 맞추지 못해도 마권구매액의 20%를 보전해 주는 등의 방법을 ‘유인책’으로 활용해 경마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오프라인 도박에도 손길


또 고액의 베팅을 할 수 있는 대신 당첨금 떼어먹기를 방지하기 위해 당첨금 지급을 보증하는 이른바 ‘보증책’을 따로 두는 등 신종 수법을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생을 건 베팅은 약 두 달이 되지 못해 막을 내렸다. 검찰은 조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사설경마 과정에 ‘보증책’으로 참가한 장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으며, 경마 ‘알선책’인 송모(46)씨 등 3명을 기소중지한 뒤 지명 수배했다.

과거 직접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세력을 확장하던 ‘조폭’의 모습과는 달리 최근 ‘조폭’들은 합법을 가장해 검거 위험도 적고 수익성이 높은 사행성 게임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조폭들이 성매매나 건설업에 주로 개입했는데 요즘은 수익성이 높고 합법으로 가장하기 쉬운 사행성 게임업체를 수입원으로 활용한다”면서 “철저한 단속으로 폭력조직의 자금원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명수배자들의 행방을 좇으면서 이들의 비호세력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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