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다단계 월드벤쳐스 ‘허와 실’

2015.06.29 09:50:53 호수 0호

해외여행 다니면서 돈도 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종 다단계 월드벤쳐스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싸게 보내주며, 돈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하니 안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불법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신종 다단계 업체 월드벤쳐스의 실체를 공개한다.



“누군가를 통해 이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면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은 당신과 파트너가 돼서 평생 전세계를 여행 다니며 연금이 될 수 있는 수익도 올릴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는 월드벤쳐스입니다.”

월드벤쳐스는 최초로 여행 상품을 다단계에 접목한 미국 회사다. 2005년에 발족해 지금까지 24개국 12만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현재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싱가폴과 홍콩 등에만 사무실이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온라인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월드벤쳐스는 홍콩을 거점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소문을 타 한국의 월드벤쳐스 회원은 수천명으로 불어났다.

입소문 타고 인기
전형적 피라미드

회원은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순수하게 여행만 목적으로 가입하는 골드회원과 회원 유치도 할 수 있는 사업자인 플래티넘 회원이다. 일반회원은 회원권20만원과 월회비 5만원, 사업자회원은 회원권 30만원과 월회비 6만원을 내고 가입한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사업자는 “대부분 가입자는 골드회원보다 플래티넘회원이 많다”며 “플래티넘회원이 여행 혜택도 더 많을 뿐만 아니라 회원만 가입시키면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싸게 여행도 갈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솔깃하다.

이런 탓에 포털 사이트서 월드벤쳐스를 검색하면 웹페이지부터 블로그까지 회원을 모집하는 글이 빽빽하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월드벤쳐스는 저렴한 여행 상품을 이용해 불법 다단계 사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업자 회원은 허위 사실을 알리며 신규회원을 유혹하거나 안심시키고 있다.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의 수익 구조는 가입 후 회원 4명을 모으면 월회비가 면제되며, 이후 가입자를 모으면 인세티브가 붙는 구조다. 이들은 보상플랜을 소개하며 10명 유치했을 때 100만원, 30명 유치했을 때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끌어모은 회원수만큼 직급을 정해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청 박흥석 민생경제과 주무관은 “월드벤쳐스는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다”며 “아무리 상품이 좋더라도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다단계 업체는 ‘유사수신행위’로 처벌 대상이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월드벤쳐스를 종용하며 회원을 모으는 사업자는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해 처해질 수 있다고 박 주무관은 덧붙였다.

2005년 최초로 여행 상품 다단계에 접목
미국 시초…24개 국가 12만명 회원 가입

월드벤쳐스는 시·도 지사에 허가만 받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애초에 한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에서 다단계 영업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설립 자본금이 5억 이상 ▲시·도 지사에 등록 후 사업을 개시 ▲공제조합 가입을 하여 의무적으로 소비자피해보상 보험 계약 채결 돼야 한다. 이중 월드벤쳐스가 충족하고 있는 조건은 하나도 없다.

월드벤쳐스가 한국에 정식적으로 진출한 게 아니므로 지사나 한국 법인이 설립되지 않았다. 자본금 5억이 없는 건 당연하다. 설립한 회사가 없으니 시·도 지사와 공제조합에 등록·가입도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월드벤쳐스 구조상 현행법을 결코 충족시킬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먼저 현행법상 가입비 명목으로 1만원 이상을 요구하거나 판매원으로 가입하는 조건으로 5만원이상의 제품을 구입하게할 경우 불법 다단계 판매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월드벤쳐스의 경우 가입비만 최소 20만원이다.

또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후원수당의 총액은 매출액의 3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반면 월드벤쳐스는 매출액의 65%를 회원들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월드벤쳐스의 회사 정책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불가능하다. 과연 월드벤쳐스가 한국 진출을 위해서 회사 정책을 바꿀지 의문이다.

하지만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올해 월드벤쳐스 한국 지사가 들어와 정식 업체로 등록할 것”이라며 여전히 회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주무관은 “불법 다단계들이 하는 전형적인 거짓말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월드벤쳐스를 탈퇴한 한 회원은 “그 말은 2013년부터 했다”며 “아직도 가입이 안 된 걸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17일에 올라온 월드벤쳐스를 홍보하는 글을 보면 ‘지난 2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정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지사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사무실이 없다”
온라인으로 모집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은 시장 감시와 준사법기관으로써 사건을 심결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본 기관은 허가 신청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영업등록 신청은 각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다”며 “이 글을 올린 당사자들이 부당한 허위 광고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글을 올린 관계자에게 이 글을 쓴 경위에 대해 묻자 “내가 쓴 게 아니다. 누군가 이 글을 써서 가져온 것뿐이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 “당신이 당장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질 수 있다”고 선전한다. 사업자 회원들 역시 “열심히 하면 최고 직급인 IMD(International Market Diractor)가 돼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다”며 유혹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월드벤쳐스는 다단계 종류 중 하나인 바이너리 마케팅 방식을 차용한다. 바이너리 마케팅은 매월마다 사업자 회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회원만 모집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사업자 회원을 중심으로 좌우가 뻗어 나온다. 이 좌우에 회원 한 명씩 총 2명을 가입시킨다. 이 가입한 회원도 마찬가지 좌우에 회원을 가입시켜야 한다.

여기서 수당을 을 받기 위해서는 4/4, 40/40, 400/400처럼 좌우 회원수가 똑같아야 한다. 이렇게 회원 숫자를 맞추면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가 탄생한다. 월드벤쳐스의 경우 30/30(명) 회원을 가입시키면 한 달에 50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90/90(명)을 가입시킬 경우 200만원을 받는다.

바이너리의 맹점은 좌우 숫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1000명을 모집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좌우를 맞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든 개개인은 자신을 기준으로 했을 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만의 피라미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회원을 모으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좌우를 맞추는 게 상당히 어렵다. 만일 사업자가 회원들에게 ‘자신의 밑으로만 가입시켜 수당을 받아 나누자’고 한다면 그때부터 완벽한 피라미드로 전락하게 된다.

최고 직급인 IMD는 3개월간 3000명의 회원을 유지하며 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한다. 이 말은 3개월 동안 제시한 목표액을 못 채우면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여기서 IMD가 6000만원 이상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 방법은 신규회원의 가입비와 회원들의 여행비로 채워진다.

다단계 수당구조
정식등록도 안돼

이 때문에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말 그대로 영업을 한다. 특히 전업으로 하는 상위 직급들은 수시로 월드벤쳐스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홍보하며 회원들이 여행을 가도록 독려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매일 같이 세미나를 열어 신규 회원 유치에 혈안이다.

월드벤쳐스의 중간 직급에 있는 한 사업자는 “회원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간다. 목표액에 구멍이라도 나면 내 돈을 풀어 지인을 가입시켜 맞춘다”며 “그게 들어와야 내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한국보다는 외국 특성에 맞게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줄 알아야한다. 가입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이들은 “번역기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번역기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역할 수 있으며 꼼꼼히 따져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가입 당시 영문으로 된 약관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기자는 “영어를 못하면 어떻게 약관이나 계약서를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사업자는 “영문 약관은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된다”고 답했다. 이들의 전문성도 의심돼는 대목이다.


2013년 한국 상륙…회원만 수천명
“관련법 위반” 사실상 영업 불가능

피해자 김모씨는 “사업자는 내가 지급한 월회비로 여행을 무료로 갈 수 있다고 했다”며 “그동안 모은 500포인트로 여행을 가려고 하니깐 ‘200포인트 이상 쓸 수 없다’고 한다”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추가로 항공료와 교통편을 지불했다. 김씨는 “여행 상품의 절반이 비행기 값인데, 이걸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싼 값이 아니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씨는 월드벤쳐스를 탈퇴하기 위해 신용카드까지 정지했다고 전했다.

또 월드벤쳐스 상품을 통해 여행을 갔을 때 한 가지 허점이 있다. 바로 현지인 가이드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에서 월드벤쳐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영어로 사용하는 가이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여행을 갔다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낭패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월드벤쳐스의 상품은 기타 국내 여행사보다 싼 값에 여행을 갈 수 있다. 누구나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꿈꾼다는 점에서 월드벤쳐스의 사업 취지는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하다. 월드벤쳐스를 가입한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교수나 의사 등 소위 고소득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월드벤쳐스를 ‘여행 동호회’ 정도로 생각하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B씨는 “지인이 이게 여행 동호회라고 해서 나도 친구들한테 권유해서 5명 정도 가입시켰다”며 “지난해 친구들과 말레이시아 페낭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드벤쳐스가 무조건 나쁜 다단계만은 아니다.

나중에 어쩔려고…
푹 빠린 사람들

하지만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월드벤쳐스의 현재 모습은 단순히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미 한국에서는 월드벤쳐스의 여행상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사업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보더라도 여행을 가는 행위보다 사람을 모으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월드벤쳐스는 아직 한국 홈페이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 웹사이트만 27개나 된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들은 여행상품을 소개하기 보다는 월드벤쳐스의 보상플랜을 설명하기에 더 급급한 게 현실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드벤쳐스 노르웨이 퇴출 왜? 

지난해 2월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에서 불법 영업을 한 월드벤쳐스에 영업 정지를 명령했다. 노르웨이 도박위원회는 9개월의 조사 끝에 월드벤쳐스를 불법피라미드 다단계 회사라는 결론 내렸다. 월드벤쳐스의 수익 시스템이 ‘여행상품’에서 나오지 않고 ‘회원 모집’에서 나온다는 점과 수입 대부분이 모집 회원들이 독식하고 있으므로 ‘불법 피라미드 업체’로 분류해 영업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월드벤쳐스는 즉각 항소했지만, 심의가 열릴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월드벤쳐스 사업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사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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