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키맨' 일성신약 정체

2015.06.22 10:23:43 호수 0호

제약사? 투자사? 궁금증 증폭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간 표 대결을 앞두고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주주인 일성신약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성신약이 엘리엇측과 연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일성신약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일성신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논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주주인 일성신약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써는 일성신약이 엘리엇어소시에이츠엘피 측과 연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뚜렷한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당히 5대주주
 
일성신약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주로 하는 제약업체다. 하지만 자산구성과 움직임을 보면 투자회사에 더 가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력사업보다 부수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곳간을 채우고 있다. 지난 12일 일성신약의 1분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총 자산규모는 3773억원이다. 이 가운데 투자자산은 54.4%에 해당하는 199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은 283억원이다. 매우 이례적인 자산 구성비율이다. 통상 제약업체의 유형자산 비중은 60% 안팎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성신약의 주 투자자산은 삼성물산이다. 일성신약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엘피, 삼성SDI, 삼성생명, KCC에 이은 5대주주다. 지난 2004년 단순 투자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1.14%를 219억원에 최초로 매입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사들여 2005년 508억원, 2006년 195억원, 2007년 4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3.53%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일성신약은 2008년 글로벌 기준에 맞는 공장 설립과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58만주를 매각해 256억원을 확보했다. 2011년에도 78만주를 618억원에 매도해 외환은행 주식 등을 매입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인 뒤 총 1.48% 매도해 지금은 2.05%를 갖고 있다.
 

일성신약은 지분투자를 통한 배당 수익 등으로 자본확충 효과를 얻고 있다. 투자자산으로 매년 20억원 안팎의 배당수익을 올린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외 수익(배당수익 포함)은 58억원으로 24억을 기록한 영업이익보다 2배가량 많다. 재무구조도 뛰어나다. 일성신약은 투자를 통해 발생한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부채비율도 16%로 매우 안정적으로 올해 1분기 현금성 자산(단기상품 포함)은 1012억원에 달한다.
 
 
반면 본업인 제약 사업의 경쟁력은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7.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약업체지만…자산구성 등 내실은 투자회사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 캐스팅보트 쥐고 있어
 
일성신약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비는 12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9%다. 의약품 사업에 대한 투자도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미래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외에도 제일모직(1414주), 매일방송(4만주), CSTV(62만주)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전체 매도가능증권은 장부가액 기준 199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을 합치면 자산가치는 2987억원에 달한다.
 
일성신약은 회사규모에 비해 보유자산이 상당히 많다. 일성신약은 지난해 기준으로 628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4억을 올렸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에 앞서 SK·KT·삼성중공업·SBS·현대오토넷·한국전력 등에도 투자해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일성신약이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성신약은 지난 1954년에 설립된 제약업체다. 87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산단로에 1만평 규모의 부지 위에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공장을 신설해 전문 치료의약품을 생산·공급해왔다. 2005년 2월에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250여개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GMP 차등평가관리제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WHITE(우수) 등급 판정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07년 10월에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C-GMP 기준에 부합하는 페니실린생산동을 신축했다.
 
 
일성신약은 항생제, 호흡기질환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당뇨치료제, 골질환치료제, 진통제, 근이완제, 마취제, 피부질환치료제, 혈액대용제, 순환기계용약, 혈액응고억제제, 소화기계용약, 신경정신계용약, 항바이러스제, 안과·혈류개선제, 해열제, 조영제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속적인 신제품개발과 신약개발을 위해 중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약개발 주요분야는 치매·심혈관 치료제, 비만·당뇨제, 슈퍼 항생제, 항암제, 기관지 천식 등이다.
 
일성신약은 전국 주요 도시마다 판매본부와 지사를 두고 영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영국,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이스라엘, 일본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과 협력하며 활동망을 넓히고 있다.


투자의 귀재?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은 과거 한 강연에서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고 돈을 모으는 방법이 중요하다”면서 “그 방법이란 들어온 돈을 죽기 전까지 놓지 않고 쓰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은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성신약의 권리 행사에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성? 엘리엇? 일성신약 누구편?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지난 1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후 꾸려질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의 합병비율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의 청사진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단 지금의 합병비율은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도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꾸준히 변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달 중순은 돼야 어느 정도 판단이 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또 “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인 만큼 우리 주주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며 “합병이 단순히 삼성의 경영 승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량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것인지를 잘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엇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윤 대표는 “우리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엘리엇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들과 행동을 함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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