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살해…‘복수’ 꿈꾼 남성 스스로 ‘지옥행’

2010.06.22 09:33:28 호수 0호

친딸 성폭행범 전 부인 살해 후 자살 <스토리>

인면수심의 가장 때문에 한 가정이 ‘풍비박산’났다. 7년 전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감옥살이를 하더니 출소 후에는 전 아내를 살해하고, 급기야 자신의 목숨까지 끊은 것. 아내 몰래 자신의 친딸을 1년 7개월 동안 150차례나 성폭행하고도 전 아내가 법정에서 거짓진술을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7년 간 복수의 칼날을 움켜쥔 인면수심의 40대 남성 스토리를 지면에 옮겼다.

1년 7개월 간 미성년 친딸 150차례 성폭행 ‘경악’
징역 7년 선고로 복역한 뒤 전 부인 찾아 살해


비극은 경남 마산시 한 가정집에서 시작됐다.
2001년 9월 경남 마산시에 위치한 한 가정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딸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지만 차마 그 곳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하다. 소녀의 앞으로 40대 남성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소녀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의 남성이 바로 소녀의 친아버지 박모(47)씨.

친딸 150차례 성폭행 ‘짐승’



이날을 시작으로 박씨는 자신의 친딸(21)을 상습 성폭행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은 어머니가 출근한 틈을 타 자신을 유린하는 아버지에게 1년 7개월 동안 150차례나 욕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박씨는 2002년 11월 딸을 성폭행 해 임신시킨 뒤, 강제로 딸의 복부를 힘껏 눌러 낙태까지 시키기도 했다. 결국 박씨의 딸은 이 같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2003년 3월 가출해 청소년보호시설에서 생활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박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결국 박씨는 같은 해 5월 경찰에 구속, 재판을 거쳐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감옥으로 직행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씨는 가족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거짓진술 해주기를 바랐지만 꿈도 큰 이야기다.

친딸에게 그런 만행을 저지른 아버지를 용서할 가족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아내 이모(43·여)씨마저 등을 돌리자 박씨는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 7년을 살아야 했고, 아내와도 중간에 이혼도장을 찍었다.

이혼 이후 박씨의 복수심은 본격화됐다. 과거 법정에서 거짓진술을 해주지 않은 것과, 결국 이혼도장까지 찍어버린 이씨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고 만 것. 출소하기 전 박씨는 이씨에게 ‘반성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출소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이씨와 다른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해 이사도 못했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해놓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나날들이었다.

이씨와 가족들이 불안함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지난 5월 중순께 감옥에서 7년을 보낸 박씨가 출소했다. 이씨의 불안함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박씨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출소 후 20여 일 만인 지난 10일 오전 박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친딸에게 몹쓸 짓을 한 아버지지만 아들이 보고싶다는 말에 이씨는 조금 흔들렸다. 출근길에 잠깐 얼굴을 보는 것으로 하고 집을 나섰다.

전 부인 살해 후 목 매 자살한 집안 ‘풍비박산’

이날 오전 7시30분께 경남 마산시 상남동 한 이면도로에서 박씨와 이씨가 마주했다. 박씨는 이씨를 승용차에 태우려고 막무가내로 들이댔지만 이씨 또한 완강하게 거부했다. 승강이는 계속됐고,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씨가 길가에 넘어졌다.

그 순간 박씨의 눈빛이 달라졌다. 넘어진 이씨를 일으켜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 앉더니 그대로 차를 몰아 이씨의 몸 위를 지나간 것. 이른 아침 끔찍한 사건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119응급차량이 출동하고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피를 많이 쏟은 이씨는 치료 도중 숨지고 말았다.

박씨가 출소하기 전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날 이씨가 경찰에 연락만 했다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필 이날 이씨는 혼자 박씨를 만나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시신에 바퀴 자국이 나 있었다”면서 “출근시간이라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씨를 승용차로 깔고 지나가 그 길로 도주한 박씨가 발견된 것은 하루가 지난 11일 오전 9시50분께다. 다만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채였다.

경찰은 도망친 박씨의 행방을 뒤쫓아 10일 오후 7시30분경 마산시 예곡동 밤밭고개 일대에서 그의 승용차를 발견했고, 대대적인 수색에 돌입한 결과, 이튿날인 11일 오전 인근 무학산에서 박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것을 발견했다.

사건 소식을 접한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표함과 동시에 전자발찌 착용 대상이었던 박씨가 이를 착용하지 않고 있던 것에 의문을 표했다. 지난 4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성폭행 피해자가 아동이고, 가해자가 출소한지 3년 이내인 범죄자일 경우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

결국 자살, “못난 사람”

또 다른 관계자는 “친아버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아동이 많지만 친족의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적다”고 지적했다. 아동이 성폭행 피해를 입으면 두 번 세 번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는 것.

또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 “교도소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교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면서 “성범죄자는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형을 마쳤다고 사회에 내놓으면 보복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어린 시절 친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하고, 이제 성인이 된 딸이 아닌가 싶다. 짐승 같았던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그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법적, 제도적 피해자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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