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프렌차이즈 ‘빚은’ 떡 미출 사고 내막

2010.06.15 09:58:05 호수 0호

가맹점보다 대기업 고객이 먼저?!


최근 프랜차이즈 떡집 ‘빚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떡을 공급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가맹본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 이에 가맹점주들은 온종일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게다가 뒤늦게 미출사고 원인이 외부주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맹점주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가맹점 “SK 주문 챙기느라 가맹점 외면했다”
빚은 “SK와 큰 관련 없는 공정상 문제였다”


떡 프랜차이즈 ‘빚은’의 가맹점주 김지연(가명)씨는 얼마 전 하루 종일 허탕을 쳐야 했다. 가맹본부로부터 떡을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본부는 “쌀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며 양해를 구했고 지연씨는 이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들려온 사실에 지연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주문 받은 떡만 제공

SKT가 ‘2500만 고객 돌파 행사’를 위해 주문한 25만개 분량의 떡 제작 때문에 미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지연씨가 장사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동안 25만개의 떡 수입이 고스란히 본부의 손아귀로 들어간 셈이었다. 항의도 해봤지만 보상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믿었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에 빚은 측 관계자는 “SK의 주문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공정 상에서 사고가 있었을 뿐”이라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떡 미출사고 발생 전날 SK가 주문한 분량은 이미 생산이 완료돼 있었다. 가맹점에 공급할 떡을 생산하려고 보니 전날 준비한 쌀가루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직원의 실수로 흰쌀가루로 빻아야 할 쌀을 분홍쌀가루로 만들어 놓은 것. 25만개 분량을 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이 4일간 밤을 새다시피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새로 쌀가루를 생산하려 해도 전량 소화는 무리였다.

이에 빚은은 각 가맹점이 고객으로부터 ‘주문 받은 떡’만 제공하기로 했다. 가까스로 주문떡 생산은 완료했지만 판매용 떡은 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가맹업주들의 항의 및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 업주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판매떡을 확보하기 위해 주문떡 물량을 사실보다 부풀려서 신청하는 등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빚은 측의 해명에도 가맹점 측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가맹업주는 “크든 작든 간에 SKT의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며 “소화해 내지 못할 것 같으면 무리수를 두지 말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외주를 받더라도 가맹점을 먼저 챙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빚은 측 관계자에 따르면 가맹점의 매출은 주문떡 40%, 냉동떡 40%, 케익 10%, 판매떡 10%로 이뤄진다.

가맹본부가 전량 미출사고를 낸 판매떡 10%를 제외한 90%는 가맹점에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출사고로 인해 전국 70여 개의 가맹점에서는 5억원 상당의 매출 피해를 입게 됐으며 그에 따른 순수 피해액은 900여만원에 이른다. 업체당 평균 10만원 내외의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이에 빚은 측 관계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3500만원을 들여 각 업소에 행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맹점이 입은 피해액의 약 4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보상계획에도 가맹점 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오히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개인 브랜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며 “대기업 계열사라고 해서 믿었는데 이번 일로 가맹본부에 대한 신뢰가 어긋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뢰관계 회복해야

프랜차이즈사업은 흔히 2인 3각 경기에 비유되곤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신뢰와 공조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성공에 다다를 수 없는 것이 그 이유다. 이번 사고로 빚은 가맹본부와 가맹업주들 사이의 신뢰관계에는 큰 틈이 생겼다. 이를 메우는 작업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맹업주들의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빚은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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