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도매유통분야 진출

2010.06.15 09:52:56 호수 0호

이번엔 도매유통업자들… “죽겠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중소 상인 간 마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대형마트 출점을 둘러싸고 충돌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통업체들이 기업형 수퍼마켓(SSM)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상인들은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지역 상인들은 집단행동에 나섰고 유통업체들과의 사이에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양상이 이어지자 이에 대한 복안으로 이마트는 중소 슈퍼마켓의 상품 구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영세 납품업체 단체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신세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대형업체 횡포에 납품업자들 생존권 박탈
버리는 패 SSM 활용, 도매분야 진출 흑심


이마트는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SSM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형마트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동네 상권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문제는 SSM 점포가 골목상권 깊숙이 파고들면서 불거졌다. 일반 슈퍼나 정육점, 과일·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영세 상인들이 불황으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코앞에 SSM이 등장하자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 대대적인 투쟁에 나선 것.

상품 구매 지원키로



당시 중소상인 측은 “SSM 때문에 동네슈퍼나 정육점, 야채가게 등이 문을 닫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모든 유통채널을 싹쓸이 해 독과점을 초래하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중소상인 측은 “기업형 슈퍼마켓은 지역 상인들을 몰락시켜 동네상권을 피폐하게 만들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SSM사업을 놓고 중소상인과 유통 대기업들은 서로에게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는 등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상생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유통업체 측이 개점날짜나 개장공사를 숨기는 등 편법으로 SSM 개장을 시도하면서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대한 복안으로 신세계는 지난 5월26일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대·중소 유통업체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는 중소 슈퍼마켓의 상품 구매를 지원한다. 중소 상인들이 이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원하는 제품을 발주하면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 유통센터와 이마트 127개 점포를 통해 상품을 배송받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중소 슈퍼마켓은 질 좋은 상품을 5~10%가량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다. 중소 상인들은 또 신세계가 갖고 있는 대형 물류센터와 점포 내 물류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

대신 중소 유통업체들은 이마트가 골목상권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SSM 신설을 허용키로 했다. 신세계는 영세 슈퍼마켓이 밀집된 골목상권에는 점포를 내지 않는 대신 신도시나 중소 업체들의 생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에 우선적으로 점포를 내기로 했다. 양측의 이번 협력은 정부가 중소 유통업체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나들가게’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정부가 나들가게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품 공급 및 물류시설 확보가 다급한 상황에서 대기업인 신세계의 힘을 빌린 것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이번 협약은 중소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이익과 유통산업 현대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SSM 사업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해소되고 상생협력이 이뤄지는 등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영세 납품업체 단체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피해자가 바뀌었을 뿐 대기업의 횡포는 여전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유통상인연합회 측은 “신세계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은 종합소매업에서 도매유통분야까지 장악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며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통의 일익을 담당해왔던 납품업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겠다는 게 과연 중소기업청이 할 일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유통상인연합회 측은 “신세계가 도매유통분야에 진출할 것이라는 것은 현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신세계 직원들이 이미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며 이마트로 구매루트를 바꾸어 줄 것을 판촉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세계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SSM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신세계에 있어 SSM 사업은 수익성이 없는 버리는 카드”라며 “버리는 패를 활용해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그동안 눈독 들여왔던 도매분야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촌평했다.

실제로 신세계의 SSM은 현재 11개만이 출점한 상태로 각각 200개에 가까운 SSM을 출점한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세 납품업체들은 중소상인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중기청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지난 1월에도 중기청의 나들가게 추진방안 발표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해 영세 납품업자들의 처지를 고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중기청이 진정으로 이러한 중소유통의 열악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결코 이러한 정책발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통상인연합회는 업무협약 체결에 참여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신세계 도매유통 장악 의도

이들은 “중기청은 중소납품업체의 경쟁력 제고라는 방안보다는 손쉬운 대기업 활용방안을 선택했다. 중기청의 중소소매업 유통체계 혁신방안이 고작 대기업 대형마트의 힘을 빌어 또 다른 중소자영업자를 죽이는 것인가”라며 앞으로 규탄대회 등 강력한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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