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 출구전략

2015.05.26 10:10:01 호수 0호

막다른 길에 선 검찰…청와대가 알려준 길 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어 국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최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기소로 확정됐다. 특별수사팀 내 특수3부는 ‘불법대선자금’과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동시 진행 중이다. 출구전략이 발동된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진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는 실망스럽다. 최근 ‘특별사면’에 대한 수사가 더해지면서 수사력이 흐트러졌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들리고 있다.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라는 수사 본질에서 이미 많이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야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성과 없는 수사
출구전략 발동?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확정짓고 수사대상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지금껏 드러난 의혹이 가장 많았던 두 사람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봐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사람은 과거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던 법조인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최근까지 검찰총장 위에 있었던 전직 국무총리다.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짙어지는 이유다.

국민들의 관심은 불구속 기소 이유로 모아졌다. 검찰에서는 당초 구속 가능성도 나왔지만 불구속 기소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이들이 증거인멸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고 뒷돈의 액수가 관행적인 구속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경우 금액이 2억원 이상일 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관례’가 있다. 홍 지사는 1억, 이 전 총리는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연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면서 이완구, 홍준표의 증거인멸은 눈감아주고 있다. 현저히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그동안 숱한 증거인멸과 관련자 회유 의혹을 받아왔다. 홍 지사의 경우 측근들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상대로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등 말맞추기 또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에서는 홍 지사가 직접 측근들에게 회유를 지시했는지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해왔으나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이완구
불구속 기소

이 전 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과 관련자에 대한 회유 등 증거인멸 정황이 의심된 바 있다. 일례로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로 알려진 A씨가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다”고 말한 이후 이 전 총리와 새누리당 측에서 A씨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적 있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회유를 직접 지시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고, 특히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의 액수가 3000만원에 불과해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됐다.

그렇다 해도 ‘시간을 지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월12일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지 40일 만에 첫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왔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인사들이 증거인멸·회유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구속 기소가 발표된 직후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그 긴 시간 동안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정치인들이 입맞춤을 하고 증거를 은폐하고 심지어 증인을 회유하는 것을 버젓이 보고도 검찰은 신속히 수사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2년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리스트에 적힌 사람 중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던 인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40일 만에 불구속 기소 ‘봐주기 의혹’
불법대선자금·특별사면의혹 동시 수사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나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고, 이들이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시점과 장소, 전달 방식, 전달자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사실상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3명, 2012년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들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이들은 모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으로 각각 2억, 3억, 2억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직접적으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남긴 녹취록에서 서 시장의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3인의 당시 캠프 내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 유정복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당무조정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들은 ‘3대 조직책’으로 불릴 정도로 캠프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선거캠프 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많이 나가는 자리”라고 말할 정도,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한 자리라는 측면에서 불법적으로 수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의혹만으로 수사가 되지 않듯, 이들 3인에 대한 수사가 홍준표·이완구 등 이전 2명에 대한 수사보다 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고 검찰 쪽은 밝히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성완종 메모에 등장하는 8명 가운데 이 전 총리나 홍 지사는 확실한 증언과 물증을 확보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6명은 구체적 진술이나 의혹이 뚜렷하지 않아 동선 복원, 행적 재현 작업이 훨씬 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 수사 진행
진술 확보 노력

수사를 맡고 있는 특수3팀은 경남기업 전 재무담당부사장이 “지난 대선 기간에 경남기업 회장실로 찾아온 새누리당 인사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상자들의 재산 변동 및 당시 행적에 대한 복기를 위해 진술확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하고 핵심물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증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에서 나온 압수물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 전 회장이 비자금을 세탁한 곳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검은돈이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다.


이에 검찰은 압수물품을 분석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유력 정치인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돈이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확인된 상태다. 서산장학재단의 돈줄이 2012년에 급격히 끊겼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단은 매년 3000명의 학생들에게 60만원에서 70만원가량 지원해왔다. 연단위로 계산하면 19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2012년 불과 266만원만 지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12년은 대선이 있었던 해로 검찰은 1년 전인 2011년에 비해 0.1%로 장학금 지급이 줄어든 것을 두고 돈이 어딘가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그간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금감원 수뇌부가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특혜성 자금지원을 해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비롯한 금감원 고위층이 워크아웃 신청 이전부터 경남기업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내부 부정적 분위기 확산 “어렵다”
야권 “박근혜 알려준 출구전략 발동”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성 전 회장은 3차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인 2013년 10월27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을 맡고 있던 김 전 부원장보를 국회의원실로 불렀다. 성 전 회장은 그 자리에서 “추가대출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김 전 부원장보는 “추가대출 대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신규 자금지원도 빨리 되고 실사도 할 수 있다”며 워크아웃을 권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금감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검찰의 이러한 수사가 무색하게 지속적으로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정적으로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하는 특수3팀에서 2007년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병행하고 있어 수사력이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9일 “대통령 말씀을 좇아 실체도, 명분도 없는 특별사면 의혹을 수사하느라 허공에 애꿎은 활을 겨누겠다는 검찰의 처지가 참으로 답답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정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 수사가 방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28일 “최근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문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시그널
검찰 따르나?

검찰의 ‘투트랙’ 수사가 여·야 지도부와 모두 관련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한 국회관계자는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김 대표에게 2007년 특별사면 수사는 문 대표에게 맞춰져 있다”며 “처음과는 다르게 검날이 방향을 이상하게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총괄 선대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숱한 의혹을 짊어지고 달리고 있는 ‘성완종 사태’, 과연 국민이 바라보는 것처럼 출구전략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시그널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강제징용피해자 배상, 물 건너갔나?

과연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은 온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지난 24일 민법상 3년이라는 소멸시한을 넘겼다. 이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준이 되는 시점은 지난 2012년 5월24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박탈된 것으로 여겨졌던 손해배상 청구권한이 대법원의 판결로 소멸되지 않았음이 알려진 날이다. 대법원은 당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했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했다’고 판결해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처 전범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멸시효를 연장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효 연장을 위한 ‘일제강점하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이하 특례법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법원의 선고일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하면 오는 24일 시효가 만료돼 수많은 피해자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특례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새누리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특례법안을 반대했다”며 특례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청구권 상실 가능성 제기

실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전에 특례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사위 심의가 지난 4일 있었지만 ‘일본과의 외교마찰’ ‘소멸시효 예외 인정’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후 6일 법사위에서 재논의 할 것을 약속했으나 끝내 논의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측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아쉽다”며 “90세를 넘은 할머니 개개인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본의 경우에는 외무성이 직접나서 전범 기업을 도와주는데 비해 대한민국은 개인 문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힘겨운 싸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구권이 박탈됐는지 여부가 관심이 가고 있다. 이에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는 “민법상 안날로부터 3년인데 안날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선고일’을 기준으로 하면 24일이지만,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나중의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두 개의 판례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 소멸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 의원께서는 6월에는 이런 걸 다 포함해 심의해 충분한 기회를 드릴 예정이다. 6월 심의에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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