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상조 사태로 본' 상조업계 이상한 M&A 추적

2015.05.22 09:52:52 호수 0호

막가는 부도업체 사냥꾼 ‘이러다 큰일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강원도 강릉을 근거지로 운영한 AS상조가 폐업했다. AS상조에 가입됐던 고객은 동종업계인 이편한통합라이프로 이관됐다. 하지만 이 과정 약 2만명에 달하는 고객이 해약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이편한통합라이프가 AS상조를 인수했을 때 고객 정보와 권리만 가져왔을 뿐 보상의무는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배후는 90년대 수만 명을 통곡하게 한 ‘부산 파이낸스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박만식 옛 삼익파이낸스 회장이 있었다.

 


박만식(67) 회장은 90년대 ‘부산 파이낸스 사태’의 중심에 있던 유사금융업체 삼익파이낸스의 회장이었다. 부산 파이낸스 사태는 제도권 금융기관의 예금이자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유사금융업들이 고객에게 높은 이자율과 사업 투자를 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부산에는  유사금융업들이 우후죽숙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유사금융업들이 연달아 부도가 나면서 수만 명의 고객이 피해를 입는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수법 판박이
 
박 회장이 운영했던 삼익파이낸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삼익파이낸스는 은행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보장해 주겠다고 약정하고 고객 수천명을 모집했었다. 하지만 1999년 9월 부도를 냈다. 이후 상호를 삼익캐피탈(편의상 삼익파이낸스)로 변경. 예치자에게 예치금에 대해서 2년간 분할해서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사이 박 회장은 모든 재산을 빼돌렸다. 
 
이 사건 이후 박 회장은 한때 잠적했다. 그는 지명수배자까지 됐지만 2000년 4월6일 자수했다, 그해 12월4일 박 회장은 부산고등법원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상업위반’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박 회장은 2007년 4월9일 만기 출소했다.
 
1997년부터 박 회장은 삼익파이낸스를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각종 고수익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 그는 “1500만원을 투자하면 24% 배당금과 원금을 지급하겠다”며 “벤처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각종 부동산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고객들을 유혹했다. 이런 방법으로 약 2년간 삼익파이낸스는 4800명으로부터 2500억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박 회장은 이중 150억원 가량 횡령했다. 나머지 투자금은 삼익파이낸스의 계열사인 삼익종합건설, 삼익관광, 삼익에드뱅크, 삼익상조, 경일해상관광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삼익파이낸스의 계속된 적자로 고객들의 투자금과 계열사들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잘라 말하면 삼익파이낸스는 별다른 수익이 없었다. 먼저 투자한 고객에 대한 배당은 나중에 투자하는 고객의 투자금으로 지급했을 정도다. 박 회장은 당시 고객들의 투자가 계속되지 않으면 원금조차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삼익파이낸스는 투자금 6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채 파산했다. 
 
같은 해 박 회장은 제3자 명의로 신동화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다. 당시 신동화상호신용금고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 정지를 받은 상태였다. 또 삼익캐피탈은 신동화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할 자격이 없음에도 제3자를 통해 불법적으로 인수했다. 박 회장은 이를 삼익파이낸스의 투자자들의 차입금 100억원으로 인수했다. 삼익파이낸스의 자금으로 인수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장납입, 돈세탁 등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삼익파이낸스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수만명 울린 ‘부산 파이낸스 사태’ 주범
출소 후 상조업…군소업체 마구잡이 인수
 
그는 이외에도 1998년 카지노 사업을 위해 정치권에 거액의 로비 자금을 알선했다. 자수하기 전 A씨에게 형 집행 정지를 부탁하는 청탁금을 알선했다가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 또 당시 칠성파와 폭력조직과도 이권 관계가 얽혀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월과 11월 박 회장은 이편한통합라이프(전 이편한상조)와 AS상조를 인수했다. 오랫동안 상조 업계를 취재해온 <상조뉴스>의 관계자는 “박 회장의 행적이 일부 상조회사들이 ‘할부거래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익을 취한 파렴치한”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문제 됐던 상조회사는 동종업계 상조회사를 인수하면서 고객 정보만 넘겨받고, 고객에게 보상할 의무는 넘겨받지 않았다는데 있다. 고객에게 보상되지 않은 돈은 고스란히 인수한 회사 혹은 대표이사에게 돌아간다. 박 회장도 이런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 회장은 자신이 인수한 이편한통합라이프를 통해 전국에 있는 중소 상조업체를 인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남상조(창원), AS상조(강릉), 삼성드림상조(대구), SH라이프상조(부산) 등을 인수해왔다. 이편한통합라이프는 상조회사를 인수하면서 당연히 고객 정보만 사들인 채 고객에게 해약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표면적으로 불거진 게 AS상조 사태다. 믿을만한 정보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금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의 이런 행태는 과거 삼익파이낸스 시절과도 비슷하다. 박 회장은 결코 앞에 나서지 않은 채 제3자를 앞세워 뒤에서 모든 것을 지시했다. 특히 그는 항상 막내 동생인 박성운(43)씨를 내세웠다. 박 회장은 삼익파이낸스를 운영할 당시에도 친동생 성운씨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모든 업무를 뒤에서 총괄했다. 성운씨는 삼익캐피탈 대표이사 시절부터 박 회장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이편한통합라이프와 AS상조를 인수했을 때도 박 회장은 친동생 성운씨를 대표이사에 앉혔다. 현재는 사태가 점점 커지면서 친동생 성운씨는 대표이사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지금까지 이들 회사는 박 회장에게 인수된 이후 총 20여 차례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AS상조 법인 등기를 확인한 결과 총 5차례 대표이사가 교체됐으며, 이들 대표이사의 주소는 부산으로 돼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대부분 박 회장의 고향 부산에 있는 친인척이나 지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편한통합라이프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약 15차례나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표자와 상호 변경이 잦은 업체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들 업체 가입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관련법 악용
 
박 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AS상조가 그렇게 문제가 많은 회사인지 몰랐다. AS상조 전 대표를 고소할까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한 회사 대표이사가 자꾸 바뀐 것에 대해 “나와 동생은 세금 체납이 있어서 대표이사로 등재할 수 없었다”며 “나는 AS상조와 이편한통합상조에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AS상조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전직 영업사원들과 함께 자비로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에 대표이사 등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상조 연쇄부도 대책은? 
 
올해 들어 잇달아 상조회사가 문을 닫고 있다. 지금까지 총 8개 상조회사가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폐업했으며 6개 업체가 등록이 취소됐다. 이들 8곳에서는 현재 소비자 피해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중 몇몇 상조회사는 제3의 업체에 회원들을 넘긴 채 보상 문제를 모른 체하는 형국이다.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행범상 상조회사는 선수금의 50%를 공제조합 가입 등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 이는 회사가 문을 닫을 경우 절반이라도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나머지 상조회사로 들어간 돈 50%에 대한 법적인 장치는 없다. 다시 말해 상조회사는 고객의 상조부금 50%를 어떻게 사용하든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5월28일 국회 두 번째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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