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혼란

2015.05.11 09:13:39 호수 0호

다우어 드라이스마 저 / 에코리브르 / 1만7800원

이 책은 정말 특별하고도 재미있다. “특별하고도”라고 말한 것은 이런 책을 다우어 드라이스마 이외에 누가 감히 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말한 이유는 정신의학과 신경학계 질환들의 시조명들을 추적한 일종의 역사서인데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집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적확한 내용은 부제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의 이름을 갖게 된 마음의 병들’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정신의학과 신경학 관련 병명들의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가를 탐구한 책이다. 우선 병명의 시조가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의 발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저자는 물론 추천사를 쓴 정재승 교수도 언급한 것처럼 과학이나 수학 분야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스티글러 법칙’이라 하는데, 과학적 발견의 공로가 최초 발견자를 빗겨가는 걸 꼬집는 이 법칙에는 어떤 과학적 사실에 이름을 붙일 때 그저 최초의 목격자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이는 자신의 관찰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다른 발견과 구별되는 새로운 현상임을 증명하고,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원인을 밝혀야 비로소 과학적 발견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과학의 발전은 재발견의 역사이다. 이처럼 이 책의 여러 마음의 병들도 재발견의 역사이며, 이 스티글러 법칙이 적용된다.
이러한 법칙이 시조명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 책 내용의 기조라면 아무래도 이 책이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저자의 글을 쓰는 솜씨와 전개 방식이다. 저자는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정신의학과 신경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역사를 이해하고,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병들의 본질을 깨닫는다.
이처럼 저자가 사실에 근거해 책을 집필하는 방식은 어느 역사가보다도 철저하고, 그 사이 사이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저자 특유의 방식을 가미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시조명은 영예임과 동시에 결투의 장이다. 권력과 권위가 쟁점이 되고, 과학적 증거를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 분류와 범주화라는 사안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묘책과 조작의 현장이다. 일찍이 신경학 역사학자 앤 해링턴이 말했듯 “인간의 정신과 뇌가 ‘진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무엇보다도 관심을 가진 현대의 과학자라면 어떻게 과학이 ‘진짜로’ 돌아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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