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질’ 전경련회관 수주전

2010.06.08 09:12:58 호수 0호

자존심 서바이벌…‘별 중의 별’ 가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건물 신축 수주전이 뜨겁다. 회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전경련은 조만간 건설사를 선정해 시공할 예정으로, 소위 ‘잘나가는’메이저 건설사간 물밑 신경전에 불이 붙은 양상이다. ‘별 중의 별’을 가릴 승부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자존심을 건 외나무 결전을 들여다봤다.

4000억 신축 공사 급물살…입찰방식 ‘제한경쟁’
메이저 업체들 불꽃 신경전 “회장단 건설사 유력


‘재계 아이콘’ 전경련 회관 신축 공사가 시작된다. 전경련은 지난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새 여의도 회관 건설을 위한 입찰공고를 한데 이어 지난 4일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가졌다. 기존의 사옥은 20층이었다. 신축 회관은 지하 6층∼지상 50층, 연면적 16만8682㎡ 규모로 2013년 완공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총 4000억원에 달한다.

최저가 낙찰제



지난 2008년 2월 정기총회에서 회관 신축안이 확정됐으며, 1979년 건립된 과거 전경련 회관 건물은 지난해 철거됐다. 철거 비용만 20억원이 넘게 들었다. 새 회관은 2008년 11월 착공해 내년 말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금융 위기와 입주 상가들의 이전 문제 등으로 착공 시기가 늦춰졌다.

설계는 이미 완성됐다. 새 건물은 태양광 발전설비와 빗물 재활용 시스템이 갖춰진 ‘친환경 1등급 건축물’이란 콘셉트로, 세계 건축물 중 가장 높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와 우리나라의 ‘타워팰리스’등을 설계한 미국의 애드리언 스미스 앤드 고든 길(Adrian Smith & Gordon Gill)이 맡았다.

관건은 ‘이 사업을 누가 따내느냐’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단일 건물로서는 큰 규모인 4000억원이란 사업비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이보다 전경련 회관이 재계의 상징물이란 점에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관 신축을 어느 건설사가 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며 “회원사 대다수가 건설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이 확정한 시공사 선정 입찰 방식은 ‘제한경쟁’이다. 당초 전경련 회장단 계열 건설사 가운데 시공사를 선정하는 ‘지명경쟁’이 유력했지만, 많은 건설사에 기회를 주기 위해 제한경쟁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게 전경련 측의 설명이다.

낙찰 방식은 예정가 이하의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최저가 낙찰제’로 정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국내 건설사와 최근 10년간 50층 이상의 업무용 건물을 시공한 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 참가 자격을 주기로 했다. 재무조건은 부채비율 300% 이내, 회사채 등급 BBB- 이상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국내 상위 10개사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SK건설, 두산건설 등이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50층 이상의 건물을 지어본 적이 있다. 재무조건도 거의 ‘합격’수준이다.

다만 컨소시엄은 대표사를 포함해 3개사 이내로 제한했는데, 3개사가 뭉칠 경우 반드시 시공능력 10위권 이외의 1개사를 구성하도록 제한했다. 단독 입찰 참가가 불가능한 금호건설, 한화건설, 쌍용건설, 경남기업, 동부건설, 코오롱건설, 엠코 등 10위권 밖 건설사들이 상위건설사와 컨소시엄을 통해 입찰참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사들도 대거 입찰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여전히 전경련 회원사 계열의 건설사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중에서도 회장단 소속의 건설사가 많아 자칫 수주경쟁이 회장단 ‘자존심 싸움’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 회장단 또는 회원사 그룹 계열의 건설사는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GS건설, 금호건설, 두산건설, 한화건설, 코오롱건설, 삼환기업, 동부건설, 효성건설, 동양메이저, 엠코, 동양메이저, STX건설, 진흥기업 등이다. 이들 건설사는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되고 있다. 벌써부터 소위 ‘잘나가는’ 전경련 소속 그룹 계열의 메이저 건설사 간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 “다른 공사는 몰라도 재계 상징인 전경련 공사는 꼭 따내야 한다”는 자존심을 건 일전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경련 신축 공사 참가를 검토하라는 지시가 이미 내려왔다”며 “사업성 여부를 떠나 입찰에 뛰어들어 어떻게 해서든 수주에 성공해야 한다는 지시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전경련 회장단에 속해 있는 오너의 얼굴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수주는 꼭 따내야 하지 않겠냐”며 “회사 내부에선 수조원 대의 공사보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야 할 거대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혜 없다”

전경련 측은 회장단 또는 회원사에 대한 특혜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전경련의 위상에 걸맞게 고품격 건물을 짓는다는 목표로 시공사 선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건설업체 선정 방식 등 세부 사안을 논의한 결과 지명경쟁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전경련의 이념에 맞지 않아 제한경쟁 방식을 도입, 보다 많은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6월28일 입찰참가신청 및 입찰보증금을 접수받고 30일 입찰을 실시한다. 전경련의 새 보금자리를 짓는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건설업계 뿐만 아니라 재계 ‘회장님’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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