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사람인가

2015.04.27 09:27:24 호수 0호

발타자르 그라시안 외 저 / 위즈덤하우스 / 1만3000원

누구나 유유자적 행복하게 살고 싶다. 마음 설레는 일을 하며 나답게 살기를 꿈꾼다. 그러나 생존에 급급해야 하는 현실은 비루하기만 하다. 살아남기 위해 상대의 낯빛을 살펴 분위기를 맞추거나, 호감을 얻기 위해 내키지 않는 행동을 해야 할 때도 많다. 산다는 건 끊임없는 대립과 위선, 혼돈의 연속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
자칭 뒷모습 관찰가이자 <배려> <재미>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를 쓴 저자 한상복이 사람들의 뒷모습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관찰하다 그 원류를 거슬러 17세기 유럽 세 명의 현자와 조우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장 드 라 브뤼예르, 이 세 명의 지식인은 내일의 안녕을 기약할 수 없는 암흑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는 게 인간다운 것인가를 끝없이 고민하며 인간의 위선과 허영, 이기심 등을 특유의 직관과 통찰로 예리하게 포착했다. <필요한 사람인가>는 세 현자가 남긴 잠언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만을 추려 틀로 삼고, 다양한 에피소드에 동서양 역사와 철학, 심리학, 경제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었다. 이 삼인방은 촌철살인의 독설과 풍자로 아픈 곳을 매정하게 후려치기도 하는데, 되새겨 읽다보면 속이 후련해진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세 현자의 고민이 모이는 지점이 바로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대목이다. 사람은 다른 이에게 무엇을 얼마나 해줄 수 있는가로 삶이 갈리게 되어 있다는 것.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 버티기보다 혹은 능력을 지나치게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쓰임을 남의 손에 불편하지 않게 쥐어주는 지혜를 가지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란 나만 소모되고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필요를 나의 필요로 수용한다는 대인배의 지혜를 함축하고 있다. 현자들은 지나친 이기심은 경계해야 하지만 너무 좋은 사람일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 삶이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음을 통찰하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 세상과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지혜를 들려준다.
책에는 갓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3년 차 직장인들이 새길 만한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전략, 직장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처세, 회사가 직원을 판단하는 기준, 까다로운 상사를 대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17세기 유럽을 살았던 세 현자의 글에 21세기의 우리가 빠져드는 것은 그들의 짧은 문장 속에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대립과 위선, 혼돈의 연속이다. 현대의 자기계발의 시초라 불리며 현재 우리 삶을 예리하게 풍자해 낸 세 현인의 잠언 속에는 어떻게 나를 지켜내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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