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냉동 가리비 대장균 검출 파문

2010.06.01 09:32:06 호수 0호

대한민국 ‘유통 최강자’ 명성 무색하다


이마트가 ‘생쥐가루’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이번엔 ‘자숙 냉동가리비살’에서 대량의 대장균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유통업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부실한 식품 위생 관리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찌 보면 사고 직후 해당업체가 지탄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후처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업체 평가의 명암이 갈리게 된다. 사고 후 대처에 따른 ‘명’과 ‘암’, 그 내부를 샅샅이 들여다봤다. 


잇따른 이물사고에 업계 “잔혹한 2010년”  
사후처리에 따라 되레 신뢰도 오르기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25일 신세계이마트부문이 일본 소지쯔에서 수입·판매하는 ‘자숙 냉동가리비살’에서 대장균군이 기준치인 1g당 10이하 보다 초과 검출돼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회수 조치된 제품은 제조일자가 2010년 1월30일로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24개월인 2012년 1월29일까지다.
 
식약청은 적발된 부적합 제품은 서울시 식품안전과가 신세계이마트 천호점에서 판매중인 해당 제품을 수거 검사한 결과, 대장균군 180/g 검출로 부적합 돼 회수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청에서 오해한 것



해당 제품은 전국 신세계이마트 매장에서만 유통·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해당제품 수입물량(1kg×4500봉지, 300g×700봉지) 6750㎏에 대해 수입자가 회수를 진행 중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섭취하지 말고 즉시 수입사인 신세계이마트 각 지점에 반품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신세계 이마트 측 관계자는 “냉동 가리비살은 대장균 관련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1차 수산물로 분류된다”며 “식약청 측에서 제품을 냉동가공식품으로 보고 조사한 탓에 문제가 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은 식품업체에게 잔혹한 해다. 연이은 식품사고에 업계가 바짝 긴장한 몸을 펴지 못하고 있다. 이물질이 발견된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오리온제과의 ‘포카칩’, 쇠붙이가 나온 농심켈로그의 시리얼, 기준치를 넘은 세균이 검출된 해태제과의 ‘자유시간’과 오리온제과의 ‘마켓오 초코바크런치’, 이마트의 ‘생쥐 튀김가루’ 등 언론에서 크게 다뤄진 사고만 여섯 건에 이른다.

다양한 업체와 제품에서 식품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그에 따른 대응은 제각각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소비자 안전’을 부르짖으면서도 막상 사고가 터지면 ‘꿀 먹은 벙어리’로 돌변하는 업체도 있다. 식품사고 발생시 업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업체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나뉘게 된다.

제대로 조치를 취한 기업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지만 소비자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채 이미지 보전에만 연연하는 업체는 ‘소비자를 농락하는 업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한다. 사고수습을 잘한 사례로는 농심의 ‘새우깡’을 들 수 있다. 지난 2008년 노래방용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발견되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당시 문제의 새우깡을 생산한 농심의 중국 청도 공장을 조사한 식약청은 “생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만한 제조·공정상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 농심은 2008년부터 ‘식품안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로 지난해 28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120억원을 더 투자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농심은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고객불만이 접수되면 2시간 안에 담당 직원이 소비자를 찾아가 상담과 해결 과정을 맡아 처리 한다. 하지만 농심은 최근 다시 한 번 긴장해야 했다. 농심켈로그의 시리얼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나온 것. 농심켈로그는 농심과 미국 시리얼 업체 켈로그 사이에 합작 투자로 만들어진 회사로 사실상 농심과는 별개의 회사다. 하지만 농심 직원들은 쏟아지는 문의전화에 “그건 농심켈로그의 문제”라면서도 성실하게 답변에 응해줬다.

그리고 농심켈로그는 바로 일간지 등에 사과 광고를 게재해 사건의 경위와 조치 내용을 알리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면 ‘벌레 나온 빼빼로’로 악명을 떨친 롯데제과는 어떨까. 이들은 빼빼로에서 나온 벌레가 유통 과정에서 유입됐다고 판단, 현재 벌레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포장지를 개발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는 물론 소규모 동네슈퍼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영업팀이 직접 나와 모니터링을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바로 수거하는 등 식품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 관계자는 “100% 무결점 운영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업계가 노력해야 하는 건 자명한 이치”라며 “업체에서 생산하는 과자는 수십만 개이고, 그 중 이물이 검출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도 이 작은 숫자를 줄이는 게 과자 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했다.

해태제과 역시 ‘윤리적인’ 대응을 보여줬다. 지난 4월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검출된 ‘자유시간’에 대해 “회수가 아직 덜 됐다”며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적극 알린 것. 해태 관계자는 “워낙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었기 때문에 회수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태의 모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와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렇게 ‘사후처리’로 높은 점수를 따는 업체가 있는 반면 오히려 ‘제살 깎아 먹는’ 업체도 눈에 띈다. 특히 쇠붙이가 발견된 ‘포카칩’에 대한 오리온제과의 대처는 ‘실망’이라는 말로 밖엔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사고 터지면 ‘꿀 먹은 벙어리’

사고 발생 후 오리온제과는 자사 홈페이지는 물론 언론기관에도 관련 사실에 대해 ‘함구’했다. 이 회사 관계자에게 ‘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식약청 홈페이지에 회수 사실이 공표돼 있지 않느냐”며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식약청이 보도자료를 냈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오리온제과가 지난해를 ‘식품안전 경영의 해’로 선언하고 식품안전센터까지 설립하는 등 식품 안전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인 의무는 없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업체가 적극 나서서 위험을 알린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믿고 먹을 수 있다”며 “특히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더 큰 책임감으로 소비자의 불신감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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