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자살 충격!>현직 시간강사 2人의 격정 토로

2010.06.01 09:03:07 호수 0호

“자괴감과 상실감에 종종 삶 포기하고파”

지난달 26일, 광주 C대학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나이 45살의 서모씨는 최근 교수 임용에서 잇따라 탈락하자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신의 생명을 끊었다. 서씨는 영어영문학 박사로 지난 2000년부터 이 대학에서 10년째 시간강사로 근무하던 중이었다. 이 사건이 전해지면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교육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면서 임금은 교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일요시사>에선 충청도 A대학에 9년째 시간강사로 근무하는 강모(42)씨와 경기도 B대학 시간강사 조모(46·12년차)씨를 서울 강남역 한 커피숍에서 만나 시간강사의 실상을 들었다. 

강 강사…“아무리 노력해도 세상 몰라주니 너무 힘들어”
조 강사…“최저생계마저 위협받 을 때는 비통함에 울분” 


“충격적이다. 서씨는 시간당 3만3000원의 강의료를 받으며 1주일에 10시간 강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어교육원 강의까지 포함해 한 달에 150여 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 사실 이 같은 금액은 가장으로서 체면을 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서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강씨의 전언이다. 그는 유능한 인재라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몰라주니 힘들었을 것이라며 서씨의 죽음에 공감을 표시했다. 

종종 ‘보따리 인생’
내려놓고 싶어진다



조씨는 “우리 같은 시간강사는 교수가 되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다.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면서 빨리 교수가 될 수 있기를 꿈꾼다”며 “‘보따리 장사’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몸부림치는 게 시간강사들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자신의 경우 2001년부터 시간강사에 나섰다고. 당시 시간당 3만7000원을 받으며 1주일에 10시간씩 강의했던 게 시작이었다. 3년 뒤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교수가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조씨는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강의료만으로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여러 대학을 돌며 시간강사를 했는데 이도 여의치 않아 아내도 돈벌이에 나선 상태”라고 고백했다.
강씨 역시 환경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간강사들의 대부분은 이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오직 실력만이 지긋지긋한 보따리 인생을 면하게 해 줄 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버텨보지만, 압박해오는 현실 앞에 좌절하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강씨는 “결혼할 때 아내에게 손에 물 묻히지 않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공염불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며 “매년 전국 각 대학의 교수임용에 지원하고 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자괴감과 상실감에 힘들다”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강씨에 따르면 시간강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주위의 시선이라고. 특히 일용직 취급에다가 최저생계마저도 위협받게 되면 팍팍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비통함에 종종 삶을 포기할 생각이 든다고. 

사실 시간강사들 사이에선 이 직업이 ‘고행의 길’로 통한다.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위의 시선과 초초감, 생활고 등이 그 요인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은 우울증에 시달리는가 하면 서씨와 같은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조씨는 “강의료를 받는다고 해도 쓸 곳이 없다. 교통비와 식비 등을 제외하면 최소한의 생계도 꾸려가기 힘들다”면서 “여기에다 박사논문이라도 준비할 경우 강사료는 물론 없는 돈까지 마련해 논문 준비에 고스란히 사용해야 한다. 그만큼 삶이 힘들다”고 전했다.

강씨는 “전임교수로 가는 과정은 험난하고 투명하지 않다”면서 “때문에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액수를 받으면서도 전임 교수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예와 같은 생활과 숱한 로비를 펼쳐야 하는 게 시간강사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시간강사들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개발연구원 등의 추정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 기관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 시간강사는 모두 5만5000여 명이다. 이들 중 강사료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전업강사는 3만5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현재 4년제 대학 전체 강의의 55% 가량을 담당한다. 하지만 그 대가는 턱없이 적다. 시간당 평균 3만~6만원선이다.
대부분 시간강사들은 주당 6~9시간의 강의를 맡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 달 수입은 87만~130만원 수준. 이마저도 교통비와 식비를 제외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이들의 임금은 전임 교수 임금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3만5000여 명 전업강사
시간당 3만~6만원 받아

강씨는 “이 많은 시간강사들이 전임교수로 갈 수 있는 출구도 없는 현실에서도 오직 교수가 되겠다는 희망으로 열악한 처지를 견디며 생활하고 있다”면서 “경제적 대책을 마련하고 교원의 법적 지위를 회복해야 일용직 취급을 받으며 자긍심도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시간강사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도 “시간강사 자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8년 열악한 처우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간강사가 있었다. 이후 서씨까지 전국에서 모두 9명의 시간강사가 신병을 비관해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이들이 삶을 포기한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강씨와 조씨에 따르면 열악한 생활고도 문제이지만 가장 큰 고통은 고용불안에 대한 압박이라고. 때문에 ‘넉 달짜리 교수님’이란 닉네임이 제일 듣기 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당한 처우에 대해 학교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싶어도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다음 학기 계약에서 배제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대학교육 절반 이상 감당…임금은 교수의 절반 이하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해…열악한 처우개선 절실


실제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한 학기 시작과 함께 계약이 이뤄진다. 그런 다음 학기 종료와 함께 계약이 만료된다. 물론 계약은 6개월(한 학기) 단위다. 그러나 임금은 4개월치만 지급된다.

강씨는 “특별한 결격사유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해고통지서를 받을 때가 있다”라면서 “어떤 시간강사는 학교측으로부터 ‘본인이 원해 그만두는 것으로 해라’는 어이없는 압력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 경우도 학교측에 잘 보이고 전공수업만 아니고 행정적인 온갖 궂은일까지 나서서 맡아했다”며 “매년 입시철이나 신입생 모집 기간이 되면 재임용을 위해 목을 매는 상황을 맞이하는데 한편으로는 비애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일부 시간강사 중에는 학교측에 뒷돈을 주고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내 경우도 몇 차례 유혹을 받았는데 거부했더니 재임용에서 탈락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간강사에 나섰지만 해고된 동료교수들이 당장의 생계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정년보장이 없는 이 같은 계약직 교수 생활을 언제까지 할지 암담하다”고 침울해 했다.

그렇다면 시간강사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시민단체들은 임용과정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국가가 최소한의 ‘교원 법정 정원’만이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제대로 감독한다면 그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는 것.

“교원 법정정원만이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해달라”

강씨는 “교원 법정 정원만 지켜져도 시간강사들은 임용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가혹한 경쟁 속에서 이겨낼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본전을 뽑기 위해 잘 풀린 시간강사가 다른 시간강사들을 괴롭히는 ‘교단의 악순환’도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강사비의 현실화는 물론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시간강사를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당한 지위도 개선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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