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도피’ 왕회장 8인 근황 공개

2010.05.25 09:22:45 호수 0호

‘먹튀 오너’ 가슴엔 아직도 ‘갑부 명찰’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1400억원대 골프회원권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교정 전 토비스레저그룹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해외로 출국해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전 회장처럼 법망을 피해 해외로 달아난 거물급 전직 기업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검은돈’을 챙겨 홀연히 사라진 옛 회장님들을 쫓아가봤다.

검찰은 저가골프 회원권으로 인기를 끌었던 토비스레저그룹이 회원권을 판매한 뒤 대금을 가로챘다는 고소가 접수돼 수사 중이다. 검찰은 서울 역삼동의 그룹 사옥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회사 관계자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6월 허위·과장 광고를 한 토비스레저그룹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 조치했었다.

‘못 잡나, 안 잡나’

고소인단에 따르면 피해자는 약 7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피해금액은 1400억원대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 말 회사가 폐업해 민사 소송을 진행한다 해도 보상이 쉽지 않은 탓이다.

더욱이 이교정 전 토비스레저그룹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 1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해외로 출국해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사기로 회원을 대거 모집하고 판매 대금을 챙겨 잠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외로 달아난 이 전 회장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주해 지명수배된 상태”라며 “도피 중인 나라가 어디인지 확인되는 대로 해당 국가와의 형사 사법공조를 통해 신병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처럼 법망을 피해 해외로 달아난 거물급 전직 기업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의 도피행각은 하나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전혀 무반응이다. 검찰은 추적한다고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도망자’들이 얽힌 각종 대형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형 시효가 끝나 처벌이 불가능해질 때만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여권을 위·변조해 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거나 아예 여러 국가를 돌며 불법 체류하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다. 정 전 회장은 3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2월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 재판을 받던 중 2007년 5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한 뒤 카자흐스탄을 거쳐 현재 키르기스스탄에서 머물고 있다. 검찰이 2008년 1월 카자흐스탄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자 이를 피해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회장은 증여세 등 6개 세목에 걸쳐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밀려 있지만 유유자적한 초호화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모 대학 교비를 횡령해 정 전 회장의 해외 도피자금을 제공한 아들과 며느리에게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김동수 전 거성그룹 회장도 배짱 두둑한 ‘황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경영 부실로 회사를 부도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여전히 ‘갑부 명찰’을 달고 있는 것. 김 전 회장 역시 외면상으론 쫄딱 망했지만 숨겨둔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2년 삼익가구 등 계열사의 연속 부도로 그룹이 해체되자 15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남기고 미국으로 출국해 종적을 감췄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미국 최고의 부촌인 LA 베버리힐즈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빌라촌의 고급 주택들은 1채당 200∼300만 달러(약 23∼35억원)에 이른다. 그는 LA 현지에서 대형 나이트클럽과 룸살롱 등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 재산은 모두 부인, 자녀 등 가족 명의로 돌려놨다.

나선주 전 거평그룹 부회장도 사법처리를 피해 미국으로 떠났다. 나 전 부회장은 1998년 거평그룹 부도 직후 출장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12년째 도피 중이다. 대출사기 등으로 회사에 4000여 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인터폴에 의해 적색수배가 내려진 그는 2006년 6월 TV 시사프로그램에 캘리포니아주 10억원대의 고급 주택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도 6년째 해외에 체류 중이다. <시사저널>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장 전 회장이 캄보디아, 태국, 중국 등 해외 곳곳에서 도피 생활을 하며 차명 회사를 이용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진로그룹이 지난 200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사기 대출,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그는 또 다른 비자금 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2005년 2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장 전 회장은 200억원 상당의 세금을 체납한 상태다.

이주영 전 태창그룹 회장은 거처가 불분명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1년 12월부터 시작된 공적자금비리 수사에서 1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가 드러나자 잠수를 탔다. 그의 현 거주지는 알려진 바 없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검거에 나섰지만, 그는 이를 피해 외국 어디론가 사라졌다.

‘검은돈’으로 호의호식



정상교 전 레이디가구 회장은 검찰의 허술한 감시를 틈타 도주했다. 정 전 회장은 DJ정부 시절 권력형 비리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건강 이상으로 2004년 6월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 도중 달아났다.

대구지역 ‘4조 다단계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조희팔 전 (주)리브 회장은 수사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몰래 튀었다. 조 전 회장은 2004년부터 다단계 방식의 의료기구 임대사업을 해오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전국 각지에서 5만여 명의 투자자를 모아 4조원대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여 경찰의 수배를 받다 2008년 12월 안면도에서 어선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경찰은 인터폴, 중국 현지 주재관 등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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