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⑮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

2015.03.09 12:12:29 호수 0호

600억 과세 '밀고 당기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5화는 621억7500만원을 체납한 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다.



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는 2011년 4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7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10억65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05년부터 법인세 등 25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352억3100만원이다.

합쳐서 600억

김 대표가 세운 법인인 ㈜궁전특수자동차는 업종을 제조업으로 등록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체납 내역을 보면 2005년부터 법인세 등 13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궁전특수자동차에 부과된 국세는 223억6200만원이다.

서울시 고액체납 법인에도 ㈜궁전특수자동차가 포함돼 있다. 2011년 5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24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확인된 체납액은 35억1700만원이다. 개인과 법인을 합쳐 김 대표가 체납한 세금은 621억7500만원에 달했다. 김 대표는 국세청이 등록한 1만728명의 체납자 가운데 체납액 기준 19위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장례업체인 '궁전그룹' 경영자로 외부에 소개됐다. ㈜궁전특수자동차와 ㈜궁전실버뱅크, ㈜궁전운수, ㈜궁전예원, ㈜궁전캐피탈, ㈜궁전좋은세상 등 6~7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궁전특수자동차는 운구자동차 개발회사다. 김 대표와 또 다른 공동대표 김모씨(직계가족으로 추정)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자동차 제작과 관련한 라이선스를 발급받았다. 실제로 자동차를 만든 것은 아니고 리무진 따위를 사들인 뒤 상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개조했다.

궁전그룹 주력 계열사는 ㈜궁전실버뱅크다. ㈜궁전실버뱅크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했다. 운영 중인 궁전실버뱅크 홈페이지를 보면 ▲회원제 장례예식 대행사업 ▲토탈 장례서비스 사업 ▲이장 및 개장 서비스 ▲장례용품 유통사업 ▲회원전용 추모관 서비스 ▲웨딩사업 서비스를 사업영역으로 기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궁전실버뱅크는 선불식할부거래사업자(상조회사)다. 할부거래법의 적용을 받으며, 선수금(상조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회원들이 납입하는 돈)의 절반을 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한다.

2014년 9월 기준 ㈜궁전실버뱅크는 12억8000만원을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예치했다. 회사 대표는 2012년 김씨에서 석모씨로 바뀌었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실제로 지난 6일 ㈜궁전실버뱅크로 연락하자 맨 처음 김씨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에서 김씨는 "㈜궁전실버뱅크는 (할부거래사업자가 아닌) 수의를 판매하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발견했다. 지난 2007년 궁전그룹 영업사원은 상조서비스를 명목으로 고객에게 100여만원을 우선 납입 받았다. 그러나 고객은 사원이 추가로 돈을 요구하자 해약을 요청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상조상품의 해약이 있을 시 회사는 그 돈을 환급해야 했다.

그러나 사원은 절묘한 논리로 빠져나갔다. "내가 판 것은 상조서비스가 아닌 수의"라고 한 것이다.  ㈜궁전실버뱅크가 판매하는 상조서비스는 수의를 포함한 가격이 600만원에 육박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궁전특수자동차가 과거 '장례지도사'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궁전특수자동차는 상조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회사다. 이는 ㈜궁전특수자동차와 ㈜궁전실버뱅크가 사실상 하나의 회사였다는 증거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김씨는 "과거 관계사였던 것은 맞지만, 지금은 대표가 다르다. 김 대표가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라고 항변했다.

지난 2009년 공정위는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불완전 계약서를 제시한 업체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가운데는 ㈜궁전특수자동차도 있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궁전특수자동차는 자산·부채의 변경이 있었음에도 그 변경사항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공정위는 ㈜궁전특수자동차에 과태료 처분을 고지했다.


앞선 보도 자료에서 김 대표는 "고객의 신뢰를 우선으로 하며, 경영자와 직원이 상호 협력하여 고객감동을 실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체 개발한 운구차량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궁전실버뱅크 홈페이지에는 '중국인증서'라는 제목의 6개 서류가 게시돼 있다. 문제는 관련 서류만으로 실제 수출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수출 업무를 담당했던 업체는 궁전그룹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궁전좋은세상으로 알려졌다. (주)궁전좋은세상은 사실상 폐업했다.

같은 시기 김 대표는 장례식에 쓰이는 화환을 납품하는 ㈜궁전예원을 설립했다. 사원 규모는 10명 남짓으로 모두 ㈜궁전실버뱅크에서 파생된 회사였다. 장례식에 쓰인 대형버스는 ㈜궁전운수란 회사에서 소유토록 했다. 한 회사의 자산 규모를 불리는 대신 분할 관리한 것이다. 김 대표는 ㈜궁전캐피탈, ㈜아름다운궁전 같은 알 수 없는 회사를 계속 만들었다.

 

김 대표는 체납자 신분이던 2012년 현대자동차 블로그와 인터뷰했다. 당시 인터뷰를 보면 "전통적인 장례 방법을 유지하면서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하기 위해 상여 운구차를 제작한 것"으로 말했다. 하지만 납세에 대한 '예'는 다하지 않았다.

정작 본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영업사원들이 수의와 상조상품을 팔며 챙긴 이득까지 궁전그룹의 매출로 계산해 세금을 물렸다는 설명이다. 그의 대리인 김씨는 "조세법 위반과 관련해 검찰 수사도 받았고 2년 넘게 고생했지만 혐의가 없었다"며 "우리가 입증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무리하게 과세(인정상여)한 것이고, 실제로 그런 돈(600억원)은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세금 낼 계획이 없다"며 "그쪽(국세청)도 우리에게 돈을 못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리한 과세?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의 표현대로 '터무니없는' 세금에 대한 법적 구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못 낼 거면 결손 처리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 쓰지 마시라"고 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조사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압류는 돼 있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3월11일 인터넷판으로 게재된 ‘<연속기획> 세금 안내는 거물들 추적 ⑮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 기사와 관련해 (주)궁전실버뱅크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궁전실버뱅크는 기사의 체납법인과 무관한 회사며, 국세청에서 체납세금과 관련한 어떠한 재제나 연락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 수의 판매와 관련한 발언은 서로의 오해로 인한 것이며, 궁전드림실버와 궁전드림골드는 수의가 아닌 상조서비스의 상품명입니다. 598만원은 수의 값이 아닌 상조 상품의 전체 금액입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