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동원 77억 뜯어낸 ‘타짜’ 일당

2010.05.18 09:20:00 호수 0호

‘미모’에 홀리고 ‘대박단꿈’에 빈털터리

영화 <타짜>에서 등장한 사기도박판이 현실에서도 벌어졌다. 미모의 ‘꽃뱀’을 동원해 도박판으로 일반인들을 유혹해 거액의 돈을 뜯은 사기도박단이 덜미를 잡힌 것. 이들이 도박꾼들에게 등친 돈은 무려 77억원. 이들은 사기도박을 위해 중국 호텔 연회장까지 빌려 카지노를 차린 뒤 사기도박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모의 여성들에게 이끌려 골프장에서 카지노로 자리를 옮긴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룻밤에 수억원을 날렸다. 타짜들의 행각을 살펴보자.



골프여행 위장해 부유층 사기도박판 이끈 일당 덜미
미모 ‘꽃뱀’ 동원 카지노 유인 뒤 사기도박으로 등쳐

개인 사업을 하는 A씨는 지난 2007년 7월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의 권유로 중국여행을 떠났다. 애초에 A씨가 중국으로 간 목적은 골프관광. 하지만 A씨는 어느샌가 한 호텔에 있는 카지노로 가 도박을 하고 있었다. 골프장에서 만난 미모의 여성들에 의해서였다.

골프관광에서 도박관광으로 바뀌었지만 A씨는 ‘바카라’ 도박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지만 대박의 행운은 A씨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잃기 일쑤였다. 백전백패나 다름없는 형편없는 도박판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A씨가 잃은 돈은 무려 9억5000만원. 순식간에 거액의 돈을 날린 A씨는 뒤늦게야 자신이 가짜 카지노에서 열린 사기도박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카지노게임 하실래요?”

A씨 등 수십명을 중국 호텔 도박판으로 유인해 사기로 돈을 뜯어낸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함윤근 부장검사)는 중국 골프관광을 따라나선 피해자들에게 사기성 도박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최모(58)씨 등 5명을 지명수배하고 김모(49)씨 등 4명을 구속기소, 고모(54)씨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난도 하이커우, 산둥성 웨이하이 등 세 곳의 호텔 연회장을 빌려 가짜 카지노 시설을 차려놓고 2005년 5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26명의 한국인 골프관광객을 유치해 모두 77억여 원을 도박비 명목으로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일당은 고급 회원제 클럽이나 골프연습장, 사회단체 등을 돌아다니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이들을 물색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접근한 최씨 일당은 “중국으로 골프관광을 가자”고 유혹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넘어 온 부유층들을 중국으로 데려 온 일당은 가짜 카지노로 이들을 유인했다.

골프장에서 카지노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은 것은 ‘꽃뱀’ 임무를 맡은 여성들. 김모(37·여)씨 등 여성 공범들은 골프장에서 미리 점찍은 피해자에게 다가가 휴대전화기를 빌려 달라고 말해 안면을 텄다. 그 후 우연히 식당에서 다시 마주친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으로 친분을 쌓은 뒤 이들을 카지노로 이끌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도박장으로 온 이들은 가짜 카지노 판에 발을 들였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도박을 즐기기 시작했다. 카지노장에 들여놓은 것은 바카라 게임기. 게임방법이 비교적 쉬워 주부 등 많은 이들이 손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유명한 게임기다.

최씨 일당은 피해자들이 도박에 많은 돈을 쏟아 붓게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돈을 따게 해줬다. 의외로 쉽게 돈이 따지자 피해자들은 판돈을 올려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 일행들이 더 많은 돈을 따도록 판돈을 올리라고 바람을 잡았고 이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도박판을 키워갔다. 하지만 옆에서 바람을 잡은 일행조차 최씨 일당이 바람잡이로 심어놓은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이 판돈을 올리면서 적극적으로 베팅을 하자 최씨 일당은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이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하룻밤 평균 3억원의 거액을 날리게 됐다. 도박자금이 없는 피해자들도 도박을 멈출 수 없었다. 바람잡이들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척 하면서 도박을 계속 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공짜 빚에 수억원 훨훨

일부 피해자들은 최씨 일당과 사전에 빌린 돈을 잃더라도 실제로는 갚지 않기로 약속한 후 각자의 여권을 카지노 관계자에게 맡기고 돈을 빌려 도박을 해 3000만원에서 10억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그러나 빚을 지고 난 뒤에 최씨 일당의 말은 뒤바뀌었다. 빚을 갚지 않으면 여권을 되찾지 못해 한국으로 갈 수 없다고 협박한 것. 이때 최씨 일행 중 유인책을 맞은 이들은 “내가 대신 남아 인질이 될 테니 귀국해 돈을 보내라. 그래야 내가 풀려난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계좌로 돈을 송금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일당은 이런 수법으로 벌어들인 돈을 총책 3, 공범 7의 비율로 나눠 가졌으며, 피해자들에게는 수사기관에 카지노 도박채무가 아닌 교역대금?차용금?투자금 등이었다고 허위 진술할 것을 사주하기도 했다.
검찰관계자는 “상당수 피해자들은 수사가 진행될 때까지 자신이 사기도박에 걸려든 것 조차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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