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삶을 다듬는 조각가 음정수

2015.02.16 16:54:54 호수 0호

건축 구조로 인생 흔적 '차곡차곡'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갤러리도스가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전 '가감유희'의 선정 작가로 조각가 음정수를 초대했다. 음 작가는 'Built 人'이라는 제목으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관객 앞에 선보인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철제 구조물은 시간의 층위를 덧대고 있는 우리 삶에 대한 헌사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 누군가의 가족, 동료, 친구로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독립된 개인의 꿈과 목표, 또는 집착과 욕망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 이야기는 각자가 삶을 마감하면서 정리된다. 그 마지막은 희극일 수도, 비극일 수도 있다. 혹은 뭐 하나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엔딩일 수 있다.

삶의 이야기

조각가 음정수는 이러한 삶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 낸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기념비'라는 전시 서문에서 "음정수는 건축물의 구조를 가지고 삶의 흔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문을 인용하면 인간이 사용하는 공간인 건축물이라는 것은 인간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 하게 마련이다. 건축물에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의식이 반영되고, 따라서 시대 분위기를 환기하는 상징이 된다. 또 건축물들은 당시의 기술이나 자재를 사용하여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음 작가는 여러 건축물 가운데 현재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높은 건물들을 모티브로 선택했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이 겪는 인생의 시간을 담아내고자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으로 소멸돼 버리지만 그 순간들이 쌓여 인간의 역사가 완성됨을 작가는 말하려 한다.


음 작가는 사무 용도든 거주 목적이든 상관없이 사용하는 공간들의 각각의 층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개성이 드러나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물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음 작가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비슷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표현했다.

음 작가는 건축에 쓰이는 나무, 철,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고, 각 구조물의 개체들을 군집시켜 거대한 인간모양이 되도록 작품을 설계했다. 얼핏 음 작가가 만든 작품들의 외형은 차이점을 구별하기 어렵다. 이는 모든 작품들이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과 그 틀을 감싸고 있는 철제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도스서 'Built 人' 전시
나무·철 이용해 구조물 만들어

자세히 보면 비례를 맞춰 쌓아올린 것도 있고, 불규칙적으로 쌓여있거나 불에 그슬리고 무너져버린 것도 있다. 마모된 흔적과 골조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작품, 또는 이물질을 뒤집어 쓴 작품도 보인다. 지상에서부터 쌓아올린 구조물은 길이가 긴 것도 짧은 것도 있다.

신 디렉터는 음 작가가 건물의 외형을 특징적으로 부각했으며, 외부 영향에 의한 흔적들만 남겼다고 해석했다. 차이를 드러내기보다는 단순화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 나타나는 감성적인 부분보다는 객관화되고 일반화된 기념비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신 디렉터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기념비와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건축물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년기 육체적인 변화와 함께 수반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은 노년기에 이르러 죽음의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

개인의 삶은 실패한 인생이더라도 성공한 인생이라도 이야기가 완결된 시점에서 존중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때론 우리 자신이 그들이 걸어온 인생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다.

인생이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음 작가는 나무를 자르고 철을 이어 붙였다. 그의 작업은 불변의 구조와 틀을 매개로 '삶이란 모두에게 동등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음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아직 긴 세월을 살진 않았지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스토리에 의해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과 그런 과정 속에서 축적된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적었다.

각각의 기념비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진 구조물은 큐브를 연상시킨다. 수백 수천개의 큐브 안에는 각자가 경험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밀조밀 연결된 큐브 속에 간직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나와 마주보고 있는 또 다른 인간이 간직한 큐브 속 이야기. 음 작가의 작품을 보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 보면 어떨까. 음 작가의 전시는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angeli@ilyosisa.co.kr>

 

[음정수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조소과 수료
▲개인전 'Built 人'(갤러리도스, 2015)
▲단체전 가송예술상-제4회 여름생색전(공아트스페이스, 2014) KOREA TOMORROW 2013(예술의전당,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청주연초제조창, 2013) Archive-on going(서울대학교 우석홀, 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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