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을지로위원회 집중해부

2015.02.09 13:33:30 호수 0호

새정치 희망 될까? 민폐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VS "초법적 행위로 기업에게 피해를 줬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8일 상설위원회로 격상됐다. 을지로위원회가 상설위원회로 격상되면서 현재 중앙에만 있는 조직도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을지로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을지로위원회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지난 8일 당헌·당규를 개정해 특위였던 을지로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격상시켰다. 을지로위원회가 상설위원회로 격상되면서 그동안 의원 개인과 보좌진들이 맡아왔던 부분에 인력과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고, 현재 중앙에만 있는 조직도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약자 보호?

하지만 당초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3년 5월 출범한 을지로위원회는 노사분쟁 현장에 직접 개입하며 많은 성과를 냈다.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협상이 타결된 주요 사업장만 약 20여곳에 달하고,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나름의 관련 입법성과도 있었다. 또 지속적인 법률상담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도 했다.

하지만 중재 과정에서 너무 고압적이라든지, 일방적으로 노동자 편만 드는 기구라는 비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을지로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대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실제 보수언론과 경제지들도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을 비판하는 기사를 꾸준히 내보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노사분쟁 현장에 직접 개입해온 을지로위원회를 상설화시키면 당이 너무 좌클릭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며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잡아야 하는데 을지로위원회와 같은 활동만 부각되면 중도층을 잡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을지로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는 고압적인 태도다. 을지로위원회가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을 찾아가 윽박을 지르고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에 불러내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가 방문했던 한 기업의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회사에 찾아와 다그치는데 마치 범죄자가 된 것 같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을지로위원회가 ‘정서법’에 기초해 인민재판식 문제해결을 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을지로위원회는 과거 대리점주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에 대법원에 상고하지 말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법원에 상고하게 되면 재판 기간이 길어져 대리점주들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상고를 포기하라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3심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또 을지로위원회는 모 유통업체에게 문구류 등 특정 품목을 대형매장에서 판매하면 소규모 상인들이 피해를 본다며 특정 품목 등을 판매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 이 또한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요구라 당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대로 기존 양당체제가 고착화돼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니 어느 날 갑자기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이번에는 출마하지 말라고 하면 을지로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의원들은 이를 받아드릴 수 있겠는가?”라며 “기업의 속성이 이익을 추구하는 건데 상생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희생하라고 하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초법적 행위로 기업에 피해줬다?
사회적 약자 보호 위한 최선책?

특히 이 같은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고용노동부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사안인데 유력 정당 의원들이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무기로 기업 관계자들을 굴복시키려 드는 것은 월권이고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 관계자들도 우리가 보호해야할 국민이다. 그들도 문제해결에 있어서 정당한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한다. 그런데 을지로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만 듣고 사업장에 들어가 협박을 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을지로위원회는 과거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가 가맹점과 불공정거래를 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정위에 제소키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을지로위원회가 이러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멕시카나 측의 입장은 전혀 청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멕시카나 측 관계자는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을지로위원회로부터 어떠한 문의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을지로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다. 최소한 해명할 기회는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을지로위원회 측은 “멕시카나의 불공정행위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보도자료를 준비하며 수많은 피해 가맹점주들의 사례를 청취했으며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객관적인 자문도 구했다. 으레 다른 기업들도 해명을 요구하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한다”며 “사실상 해명을 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체에서는 을지로위원회의 개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과거 LG유플러스와 팬택 간 출고가 인하 갈등에 을지로위원회가 개입하려하자 팬택 측에서 “이번 출고가 관련 문제는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을지로위원회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치권엔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을 옹호하는 인사들도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법체계가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 아니냐”며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이 월권이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법대로만 하면 을을 제대로 지켜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을지로위원회의 도움을 받았던 한 업계 관련자도 “만약 을지로위원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추운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부당해고에 대해 침묵하던 정부와 법원이 이제 와서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을 월권이라고 비판하면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누가 지켜줄 것이냐”고 되물었다.

인민재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을지로위원회가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을의 목소리를 듣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칭찬할만 하다”면서도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답게 을이 고통받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입법을 통해 잘못된 제도를 고쳐나가야지 일부 기업을 압박해 겨우 몇 개 업체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생색내기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가 상설위원회로 격상된 만큼 이제는 입법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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