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⑪이남종 룩엣유스 대표

2015.02.09 11:39:04 호수 0호

불법임대로 도피자금 챙겼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1화는 610억2000만원을 체납한 이남종 룩엣유스 대표다.



이남종 룩엣유스 대표(이하 이남종)는 2005년 4월부터 주민세 등 7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수할 체납액은 62억53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남종은 2004년부터 법인세 등 30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325억9200만원이다.

서울서 체납 2위

그러나 이남종은 10년째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남종은 자신이 운영했던 두 회사 명의로도 거액을 체납한 상태다. 룩엣유스는 2004년 11월부터 주민세 등 모두 37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부과한 세금은 8억9200만원이다. 룩엣유스는 귀속 법인세 등 13건의 국세도 2002년부터 체납했다. 국세청이 환수할 세금은 212억8300만원으로 확인된다.

룩엣유스는 귀금속 및 관련 제품 제조를 업종으로 등록한 회사다. 2000년대 초반엔 의류잡화 수입업체로 더 유명했다. 회사 주소지는 부촌이 밀집된 서울 성북구 성북로였다. 현재 회사 사옥은 리모델링을 거쳐 고급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소유주는 두 차례나 바뀌었다. 이남종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2006년 기준 감정가 34억원으로 평가받던 토지(총면적 709m²)와 건물(총면적 1379m²·지상 지하 각 2층)은 모두 이남종의 소유였다. 이곳을 본사로 200명에 가까웠던 룩엣유스 직원들은 2004년 8월까지 일했다. 당시 재직한 한 간부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번호가 사라지고 없었다. 회사 대표번호도 없었다.


2004년 하반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이남종은 건물 전체를 자신의 친동생인 이모씨에게 임대했다. 이씨는 압류에 의해 경매가 진행되던 2005년까지 해당 건물에서 여성전용클럽인 M사를 운영했다.

그런데 M사는 문제의 건물을 연예기획사 사무실 또는 작곡실로 재임대해 보증금을 챙기려 했다. 당시 건물 임대 공고를 보면 "사무실 관리비나 월세를 일체 받지 않겠다"고 쓰여 있다. 단 "저희 쪽의 요구사항과 당사자 분의 요구사항을 협의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언급된 요구사항은 입주 시 관련 부동산의 경매 사실을 모른 척 눈감아달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고를 낸 M사의 직원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남종은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체납액을 기준으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 이어 2위다. 국세청 기준으로는 22위를 기록 중이다. 23위에 오른 인물은 이동보 전 코오롱고속관광 대표다. 한때 재계를 대표했던 이들과 '세금 안내기'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이남종에 대한 최근 조사가 없었다"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남종의 집 주소지는 '서울 성북구 성북로 37'로 기재돼 있다. 해당 주소지는 일반 자택이 아닌 성북동주민센터로 확인된다. 어찌된 일일까.

서울시 62억5000·국세청 325억9000만원
패션업 큰손 소문 부도 직후 행방불명

이남종은 현재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다. 2010년 5월 발간된 서울시보를 보면 이남종의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등록 말소자의 주소지는 행정 편의상 관할 주민센터로 이전된다. 즉 이남종의 행방을 알 수 있는 길이 차단된 셈이다.

가족들도 그의 주거지를 모른다며 징세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2004년 10월 룩엣유스는 500억원대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이후 이남종은 행방불명됐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 도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과세당국 관계자는 "그렇게까지 했겠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남종은 이른바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현 가산동)에서 시작해 2002년 무렵 패션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리끌레르, 키요토, MCM(구두에 한정), 미치코런던 등 중가브랜드를 국내에 수입 판매했다. 제화공장이 있던 서울 성동구를 거쳐 사옥을 성북구로 옮긴 뒤로는 2004년 여름까지 성공가도를 달렸다. 수출로만 2000만달러를 달성해 정부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2013년 10월에는 김포공항청사 상가 입찰에 참가해 국내선 3·4층을 각각 5년 간 임대하기로 한국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와 단독 계약했다. 계약에 따르면 3층에는 패션관이 4층에는 명품관이 들어서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이남종은 상가 운영을 하며 약속한 월 2억여원의 임대료를 수개월 동안 공항공사에 지급하지 않았다. 이남종이 있을 당시 공항공사는 별다른 제제를 가하지 않았다. 봐준 것이다. 부도를 앞두고는 패션관에 입점한 상인들의 판매대금 약 7억원을 떼먹었다. 이남종의 공항청사 임대료 체납은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도 인용됐다.


이후 국내선 명품관에는 구찌, 페레가모, 조르지오아르마니 등 명품브랜드가 입점했다. 남은 상인들이 땅을 쳤지만 이남종은 종적을 감춘 뒤였다. 이남종의 부동산에는 국가기관의 압류 처분과 은행권의 가압류, 개인 채권자의 근저당 설정이 이어졌다. 임대료를 받지 못한 공사를 비롯해 국민은행·외환은행 등 은행권과 애경백화점을 비롯한 민간기업, 국세청을 위시한 공공기관이 남은 그의 재산을 노렸다.

과세당국의 여러 노력에도 이남종의 은닉재산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 2003년 있었던 패션전문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이남종은 국내에서 사업을 벌일 당시 홍콩 등 동남아 지역에 해외매장을 갖고 있었다. 더불어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를 2014년 6월께 영입했다는 기사가 확인된다. 하지만 실제 계약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 Massimo Zucchi씨는 삼성전자 등 국내 유명기업과 협업한 바 있다.

무리한 사업확장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남종은 부도 직전까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의 월급은 밀려 있었다. 매출 규모는 1000억원에 달했지만 자본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았다고 한다. 특히 MCM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성주그룹과 마찰을 빚었다. 당시 몇몇 언론은 라이선스 분쟁 끝에 이남종이 30억원을 손해 봤다고 보도했다. 이 무렵 세무당국은 이남종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이 즐비한 청담동 쇼핑센터에 이어 대구 태평로에도 패션아울렛을 지으려 했던 이남종. 그의 무리한 사업 추진은 수백억원대의 빚을 남기고 끝났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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