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채홍사’ 룸살롱 마담 4인의 심경고백

2010.05.04 10:06:56 호수 0호

“‘마담 알기를 X으로 아는’ 아가씨들 때문에 미쳐”

룸살롱 아가씨들보다 더 화려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바로 룸살롱 마담들이다. 그녀들은 직접 룸에 들어가 남성들에게 서빙을 하지 않아도 되고 ‘진상’들을 직접 겪지 않으니 편안히 앉아서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직’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이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도 있으면서 돈은 더욱 많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가씨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담들은 손님들을 직접 관리하다보니 업소를 옮길 때에도 모두 ‘재산’이 된다고 여겨진다. 업소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거의 ‘개인 사업자’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사회생활을 해도 제대로 실속 차릴 것 다 차리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려해 보이는 룸살롱 마담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김마담…“손님에게, 아가씨들에게, 업주에게 얻어맞는 동네북”
조마담…“신뢰 없고 인간적인 맛없는 X과 일 하는 게 슬퍼”
백마담…“아가씨들 때문에 쪼잔해”
진마담…“대박단골 때문에 즐거워”


룸에 들어가 ‘진상’들을 마주하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아가씨들이 볼 때 룸살롱 마담은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마담들이 아가씨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건 사실이지만 그녀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아가씨들이 받는 것보다는 몇 배나 많기 때문이다.

마담들은
‘샌드백’?



화류계 마담 경력 4년차 김모(33)씨. 그녀는 ‘마담 생활하면서 속이 새까맣게 다 탔다’고 말한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한 것이 마담 생활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볼 때는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마담이 되고 싶은 ‘나가요’ 아가씨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녀들은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김씨는 ‘힘들다’는 말을 연발하는 것일까.

김씨는 “한마디로 ‘동네 샌드백’이라고 보면 된다. 손님에게 얻어맞고 아가씨들에게 얻어맞고 업주에게 얻어맞는다. 딱 한가지의 특혜가 있다고 하면 직접 술시중을 들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술시중을 하고 싶다. 그만큼 이 마담 생활이 질리도록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사실 애초에 나도 돈을 좀 더 편하게 많이 벌려는 생각에 이 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확실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가씨때는 100을 노력을 해서 100을 번다면 지금은 300을 노력해서 150을 번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노력과 힘든 생활에 비해 수입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 이게 바로 마담들의 비애다. 아마도 상당수의 마담들은 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전했다.

김씨가 말했듯이 마담의 역할은 ‘샌드백’이라고 하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일단 마담은 화류계에서 개인사업자의 역할이지만 관리자의 역할도 동시에 겸하고 있기 때문에 애매한 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사업자라면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을 지면 그만이지만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위에 업주가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제제를 받아야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한편으로 이를 ‘재량권을 가지고서 자신의 사업을 하면 더 좋지 않는가’라는 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마담들은 ‘의무는 있지만 권리는 적고, 책임은 막강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로 손님들이 외상을 하고 가면 전적으로 마담이 그 돈을 책임져야 한다. 다행히 돈을 잘 갚아주면 손님 관리도 편하고 매상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그 중에서 몇 명만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게 되면 한 달 동안 고생하면서 벌었던 돈을 고스란히 뱉어내야 한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이러한 손해는 회사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회사가 지게 마련이다. 비즈니스를 하다가 수금이 안 된다고 해서 그 담당 업무를 맡았던 담당자가 돈을 물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류계의 특성상 그런 일은 전혀 없다. 업주는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그 돈에 대한 모든 책임은 마담이 진다. 여기에다 아가씨 관리도 전적으로 마담의 몫이다.

마담 2년차 조모(30)씨는 “나도 요즘 아가씨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과거를 반성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금 마담의 입장에서 아가씨들의 비위를 맞추기란 너무나 힘들다. 툭하면 몸이 아프다고 결근하고 도와준다고 온 X은 손님들과 싸우고 가버리고, 오기로 한 X는 오지도 않는다”고 푸념했다.

이어 “티씨 하루 이틀 밀리면 입에 게거품을 무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거 몇 푼 된다고 떼어 먹겠는가. 그만큼 신뢰도 없고 인간적인 맛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X들과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먹고 살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 힘들고 더 슬픈 것이다”고 자조했다.

아가씨와 마담
주객이 전도됐다

특히 외모가 괜찮은 아가씨들일수록 마담들을 대상으로 이런 ‘진상 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담 알기를 X으로 아는’ 아가씨들이 적지 않다는 것. 마담과 아가씨의 관계는 겉으로는 마담이 갑, 아가씨가 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아가씨의 외모가 예쁘면 예쁠수록,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가씨들은 더욱 확고하게 ‘갑’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결국 아가씨가 있어야 마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당연한 ‘비즈니스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 잘나가는 아가씨들의 경우 마담이 마치 자신의 비서가 되는양 행동하기도 하고 아랫사람인 것처럼 말끝을 흐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마담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곧 자신의 돈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도 힘들다는 것.

때로는 남성 손님들의 일방적인 무시도 마담들을 괴롭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때로 막말을 듣거나 무시를 받게 되면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조씨는 “여자들은 배려를 받고 싶어 하는 게 기본적인 심리가 아닌가. 아무리 험한 화류계 일을 한다고 해도 여자는 여자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다보면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심지어는 재떨이를 던지기도 한다. 손님만 아니면 싸우기라도 하겠지만 이 바닥도 좁아서 그렇게 한번 난리를 피우면 다른 업소로 옮겨가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힘든 일이 있어도 참는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특히 매출에 대한 압박은 집요하게 마담들을 괴롭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마담들의 경우도 처음 업소를 옮겨갈 때에는 거액의 선수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에 합당한 금액을 매달 채워 넣지 못할 경우에는 그 모든 손해를 다 자신이 감수해야 한다. 한마디로 ‘피를 말리는’ 상황이 매일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먹는 안주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마담 2년차 백모(28)씨는 “사람 정말 ‘쪼잔’해진다. 솔직히 안주 하나 해봐야 2~3만원 밖에 더하나. 그런데 그런 게 쌓이고 쌓여서 내가 가져갈 돈이 깎인다고 생각해보면 손님들이 술을 먹고 있을 때 노심초사하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가씨들에게는 늘 ‘안주를 시키도록 유도해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가씨들에 대한 원망, 손님에 대한 원망이 점점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술도 많이 안 먹으면서 나중에 술값 깎아달라고 진상을 부리면 정말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안해야 하는지 고민할 정도가 된다”고 덧붙였다.

삶이 팍팍해지는 이유
인간적인 배신 때문

그렇다고 해서 그녀들에게 즐거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너 좋고 돈 많은 단골’은 팍팍한 생활 속에서 그녀들에게 아드레날린을 생성시켜주는 ‘삶의 기쁨’이 되곤 한다.

마담 3년차 진모(29)씨는 “나는 그런 손님들을 ‘대박단골’이라고 부른다. 그 손님이 ‘대박’에 가까운 돈을 벌어다주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손님들이 진상을 부리는 가운데 최소한의 매너만 갖춰주고 외상없이 돈을 딱딱 내고 가는 손님들은 대박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 손님들이 오면 마음이 편해질 정도다. 술이라도 하면서 나의 고민을 털어 놓고 싶은 손님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녀들을 위로하는 것은 소주 한잔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이 먹고 싶을 때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일 새벽 모든 아가씨들을 모두 퇴근 시켜 놓은 후에야 겨우 시간이 남는 것. 그럴 때마다 그녀들은 마음에 맞는 다른 마담이나 아가씨와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백씨는 “화류계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락거리고 대기실에는 아가씨들이 가득 있고 웨이터며 영업 상무들도 많다. 그런데 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내 마음과 맞는 사람이 없으면 홀로 있는 것과 상관없다. 차라리 진짜 홀로 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도 아니면 더욱 더 외로워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특히 아가씨들과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배신은 그녀들의 삶 자체를 팍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가끔씩 마음도 주고 정도 주었던 아가씨가 배신을 하고 잠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경우는 완전히 마음먹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도 없다. 대부분 해외로 잠적을 하거나 시골로 들어가 나오지 않으니 찾을 길이 마땅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비인간적인 화류계에서 견뎌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 같은 인간적 배신은 마담들의 가슴에 큰 생채기를 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더욱 슬픈 것은 그녀들이 그 생활을 마음대로 접고 싶어도 접을 수 없다는 점이다. 딱히 다른 기술도 없거니와 이제는 화류계에 완전히 적응을 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돈을 쓰는 씀씀이도 남들과 달라 일을 하면서 그 씀씀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화류계 생활에서 적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마음 맞는 사람이 없어 화려한 밤의 채홍사, 룸살롱 마담들 역시 결국 남는 것은 오랜 단골들이 남긴 외상술값과 밖에서는 입지도 못하는 야시시한 옷들과 억지로 당긴 얼굴의 부자연스러움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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