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⑩김영활 엘루체코리아 대표

2015.02.02 11:09:43 호수 0호

부동산 신탁 맡겨 압류 막았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0화는 71억4000만원을 체납한 김영활 엘루체코리아 대표다.


김영활 엘루체코리아 대표는 2008년 8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수할 체납액은 18억20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07년 12월부터 부가가치세 등 3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9억5800만원이다.



개발사업 실패

그러나 김 대표는 7년 넘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운영했던 두 회사 명의로도 거액을 체납한 상태다. ㈜시드플랜은 부가가치세 등 4건의 세금을 2008년 7월부터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은 42억5000만원이다. 또 다른 회사 엘루체코리아도 주민세를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1억1200만원으로 확인됐다.

㈜시드플랜은 비거주용 건물 및 임대업을 한 회사였다. 2004년 무렵 등록된 회사 주소지엔 A호텔 모델하우스가 들어서 있었다. ㈜시드플랜의 흔적은 없었다. ㈜시드플랜의 계열사 엘루체코리아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5월 김 대표는 ㈜시드플랜을 홍보할 목적으로 두 유력 일간지와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분양대행사 말단 직원에서 부동산 개발로까지 발을 뻗은 사업가로 소개됐다.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의 현대백화점 반포점을 인수해 분양사업을 벌이겠다고 홍보했다. "유럽형 명품백화점 리나쉔떼를 선보이겠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상가는 분양대행사를 통해 일단 분양이 되고 나면 대행사들의 '나 몰라라 식' 방치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게 사실"이라며 "리나쉔떼는 유통 전문업체가 책임 운영을 맡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윈윈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인터뷰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리나쉔떼 대신 엘루체로 이름을 바꾼 백화점 분양사업은 김 대표의 1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끝을 맺었다.

김 대표가 엘루체백화점 분양사업을 추진하며 자신 있게 홍보한 성남의 니즈몰은 800여명의 분양 피해자와 100억원에 가까운 재산피해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니즈몰은 2012년이 돼서야 뉴코아아울렛으로 정상화됐다. 역삼동 한솔필리아 리모델링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85%가 넘는 분양률을 기록해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고 했지만 2007년 상가 분양자들이 대출상환을 하지 않아 시공사(CJ개발) 쪽으로 책임이 넘어갔다.

서울시 18억·국세청 9억·법인도 43억 체납
백화점 분양 거액 챙겨 도주…남미서 체포

같은 해 10월 김 대표는 엘루체백화점 분양대금과 입점 브랜드의 한 달간 매출액으로 추정되는 100억여원을 갖고 도주해 충격을 줬다. 패션전문잡지 <패션비즈>에 따르면 김 대표는 150억원을 들여 현대백화점 반포점을 리모델링 한 뒤 2006년 9월 리나쉔떼를 오픈하려 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엘루체로 이름을 바꾸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퇴직금은 물론이고 아파트까지 팔아 만든 돈이 엘루체에 흘러들었다.

유럽형 명품백화점을 표방했던 엘루체의 첫날 매출은 2억7000만원이었다. 이후에도 하루 평균 1억5000만원의 매출로 나름 선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분양자에게 5년간 11%의 수익을 약속했던 김 대표는 불과 1달 만에 잠적했다. "100억원을 들고 외국으로 도망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분양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중국으로 도주했다고 생각했다.

입점했던 대부분의 브랜드는 병행수입업체거나 대리점 형태의 중소업체였다. 이들은 각각 억대에 가까운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남은 분양자들은 엘루체백화점관리단(이하 엘루체관리단)을 만들었다. 440여명이 힘을 합쳐 엘루체백화점을 리뉴얼했다. 2010년 4월 서초구청은 엘루체백화점의 용도변경을 승인했다.

엘루체백화점은 엘루체컨벤션으로 재탄생했다. 현재는 기업 사무실과 웨딩홀 등이 입주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엘루체관리단 관계자는 "시행사였던 시드플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위기도 있었지만 남은 임차인들이 합심해 정상화시켰다"며 "어려움을 딛고 공동의 이익을 지켰다는 점에서 (분양사기사건 피해회복의) 귀감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대표의 근황을 전했다. 해외로 달아났던 김 대표가 남미에서 체포됐으며,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얼마 전 출소한 것으로 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김 대표의 주소지로 등록된 서울 송파구 소재 고급아파트를 찾았지만 김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방 5개에 화장실 2개, 식당과 발코니 등을 갖춘 50∼60평대 아파트는 다른 법원경매에서 감정가가 7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낙찰가는 7억2000여만원이었다. 부동산114가 공개한 2014년 11월 기준 207㎡(62평) 아파트 최저가는 9억1000만원, 최고가는 10억1000만원이었으며 229㎡(69평) 아파트 최저가는 10억원, 최고가는 11억원이었다.

지금껏 소개된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상가분양 및 건축에 손을 댔다가 거액의 빚을 지고 세금까지 과세됐다.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1화), 이용백 피앤디밸리 대표(3화), 이재성 아르누보몽드 대표(4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5화), 전길동 전 아한실업 대표(7화) 등은 부동산으로 돈을 굴리다가 도리어 돈을 잃었다.


이들은 본인들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온갖 장밋빛전망으로 투기를 부추기고 사업이 망하면 돈을 빼돌리는 수법까지 닮았다. 국가에도 피해를 줬다. 불법적인 수익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면서 조세정의 실현을 어렵게 했다.

언론과 유착

사실상 폐업상태인 시드플랜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경제전문지인 S신문에 회사 공고를 기재하도록 돼 있다. S신문은 '2005년 베스트히트상품'이라며 시드플랜의 리나쉔떼 상가를 홍보한 바 있다.

엘루체백화점이 있던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김 대표는 2004년 11월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사들여 2005년 5월 D부동산신탁으로 넘겼다. 신탁 부동산은 압류 절차가 까다로워 재산 은닉에 악용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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