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탄공사 다시 불거진 낙하산 논란

2010.05.04 09:30:25 호수 0호

‘철새’ 떠난 자리에 또 ‘철새’ 연착륙?

대한석탄공사가 새 수장을 만났다. 조관일 전 사장의 퇴임 이후 4개월 만이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새 수장에 대한 각계의 관심 또한 높다. 이강후 신임 사장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공기업 선진화에 앞장서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석공이 수차례 ‘철새’들의 둥지 역할을 해오면서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신임 사장의 껄끄러운 선임 과정과 그동안의 행적 등은 일각의 우려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강후 신임 사장 취임…“공기업 선진화·해외개발” 의지 밝혀
조관일 사장 퇴임 4개월만의 선임…이번에도 ‘스치듯 안녕(?)’’



대한석탄공사는 지난달 26일 이강후(56) 전 지식경제부 국장을 제35대 신임 사장에 임명했다. 이 사장은 다음날 경기도 의정부 소재 석공 대회의실에서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석탄공사의 성공적인 재도약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며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석공의 재도약을 위해 해외광구 개발과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 개발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공기업의 진정한 존립 기반은 국민의 신뢰에 있다”고 밝힌 뒤 “투명한 업무처리와 청렴한 조직문화 형성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새 주인 찾았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5월 초부터 일선 탄광을 찾는 등 현장경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그동안 경영에 긴 공백기를 가졌던 석공이 새 주인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신임 사장의 취임을 축하하기도 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부터 들려오고 있다. 이유는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데 있다.

석공은 지난해 12월, 조관일 전 사장이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하자마자 후임 선발에 나섰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업무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당시 석공은 조 전 사장의 퇴임식이 있던 지난해 12월31일부터 2주간 후보자 모집에 들어갔고 10여 명의 후보자를 모집했다.

석공 임원추천위는 이들 중 서류심사를 통해 걸러낸 7인의 후보자들에 대해 최종 면접을 거쳐 5명의 후보군을 선정했고, 평가보고서 작성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이후 석공은 1차 선정된 후보자들에 대해 돌연 무효 결정을 내렸다. 곧바로 3월에 후보자를 전면 재공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는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 장기간 수장의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이미 내정된 특정 인사를 사장직에 앉히기 위한 자리 보존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일련의 주장은 그동안 석공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혹은 보은 인사의 창구로 자주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더욱 힘을 받았다. 실제 2000년 이후 석공을 거쳐 간 대부분의 사장이 선임 때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2001년 4월 선임된 자민련 지구당 위원장 출신의 유승규 전 사장과 2002년 9월 선임된 유필우 전 사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유필우 전 사장의 경우 당시 석공 임원추천위를 통해 단독 후보로 선임 결정이 나자 전경련은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7년 1월에는 김원창 전 사장이 민간기업과 공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사장에 선정되자 노무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2008년 8월 임명된 조관일 전 사장도 이명박 정부의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피하진 못했다.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전력이 있는 조 전 사장에게 정부가 공천 탈락자 달래기식의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처럼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은 이후 선거 시즌에 맞춰 무더기 이탈을 감행, 그동안 공기업 방만 경영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실제 조 전 사장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두고 석공을 떠났다. 취임 당시 “공기업 만년 꼴지를 차지하는 석공의 혁명을 지켜보라”던 그의 당찬 포부는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다. 이 같은 의혹이 들끓자 당시 석공은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석공은 “후보자 재공모는 적자 경영 개선을 위한 공사측 노력의 일환 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석공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선임된 이 사장의 지난 경력은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이다. 2008년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후변화 및 에너지대책 TF 위원직을 역임했다. 정부의 인수위 출신 낙하산 논란 인사 중 한 명인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과 함께 활동했다. 이 사장 역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 사장이 석공을 지킬 ‘텃새’일지 둥지를 버리고 떠날 ‘철새’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 사장은 지난 1979년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주로 에너지 분야에서 근무해 온 산자부에서도 알아주는 ‘에너지통’이다. 산업자원부 석탄산업과장,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 중소기업청 기획관리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경제협력국장, 지식경제부 우정산업본부센터장(국장) 등을 역임한 이 사장은 30년간 관료직을 지켜왔다.

이에 일각에선 전문분야를 맡은 이 사장이 석공의 오랜 적자 경영을 극복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사장의 최근 행보는 자칫 조 전 사장을 잇는 ‘철새’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이 사장은 원주고와 강원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에 조관일 전 사장, 권혁인 전 행정자치부 차관 등과는 대학 동문인 한편 이계진 국회의원, 김기열 원주시장,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회장 등과는 고등학교 동문 인맥을 자랑한다.

철새냐 텃새냐

이 사장은 최근 정·관계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두 동문회 모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3월까지 재경 강원대 총동문회 회장을 맡아 온 이 사장은 12월부터는 재경 원주고 동문회를 맡아 이끌고 있다. 일각에선 이 사장이 향후 정계 진출의 포문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철새’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사장은 일련의 논란을 의식한 듯 취임사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공사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스스로 주위를 살필 것”이라며 “노조 등 구성원과의 원활한 소통과 일체감을 다지는데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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