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자원외교 국정조사' 관전포인트 셋

2015.01.05 12:12:48 호수 0호

구름 위 MB 아래로 내려올까?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여야의 동상이몽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그간 자원외교 국조를 강력히 주장해온 야권의 목표는 명확하다. 수십조원의 혈세를 낭비한 'MB표 대국민 사기극'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반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국조를 받아들인 여권은 방어에 주력하는 한편, '역공 카드'를 준비 중인 모양새다. 닻을 올린 자원외교 국조의 주요 관전포인트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여야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결하고 100일간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국조는 최근 몇 달 간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공세에 주력해온 야권의 강력한 요구로 관철됐다.

이에 따라 야권은 MB정부 시절에 이뤄진 자원외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여권은 방어에 주력하면서도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 때의 자원외교 문제를 끄집어내 역공을 펼칠 태세다.

친이 대 친노

앞서 여야 지도부는 원내 협상을 통해 자원외교 국조의 범위를 해외자원 개발 외교가 시작된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합의했다. 자원외교 국조범위를 전임 MB정부로 한정하자는 야권의 요구가 묵살되고, 자원외교와 관련된 모든 정부를 대상으로 하자는 여권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핵심쟁점 중 하나인 국조범위 설정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오는 12일로 예정된 국조 계획서 처리를 위한 국조특위 논의 과정에서 국조범위 설정은 다시 한 번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 여야의 국조특위 위원 면면만 봐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국조특위 위원으로 친이(친이명박)계 권성동 간사와 조해진 선임위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친노무현)계 노영민 특위위원장과 홍영표 간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이 국조에 임하는 자세는 극과 극이다.

권 간사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정부의 자원외교도 조사해야 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심지어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자원외교 국제는 별도의 국조특위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국조특위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노영민 위원장은 "노무현정부도 같이 조사해야 한다는 말은 정쟁으로 물타기를 하자는 것"이라며 "MB정부의 자원외교에 정권의 치적 쌓기나 권력형 비리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타깃을 MB정부로 한정할 뜻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2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부문 사업체(NARL)를 200억원만 받고 매각한 사례,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으로 미화 4억달러를 투자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 등 MB정부의 혈세 낭비 자원외교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조특위의 계획서 채택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조 범위를 놓고 여야 특위 위원간 다시 한 번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조 대장정 돌입…친이 vs 친노 전면전
친이 "DJ때부터 보자", 친노 "MB 불러야"

또 다른 쟁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느냐 여부다. 새정치연합은 "MB정부 자원외교 손실이 35조원에 이른다.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세울 것을 벼르고 있다. 나아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 자원외교를 총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실무를 맡았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현 정부의 고위인사에 대해서도 증인 채택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무분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 간사는 "주무부처 장관을 불러서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이 가능한데도 무조건 대통령을 부르겠다는 것은 정치공세로 일관하겠다는 야권의 의도"라며 "전직 대통령을 불러서 망신을 주고 폄하하려고 한다면 정상적으로 국조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파행 가능성까지 예고했다. 아울러 최 부총리와 윤 장관에 대한 증인채택 요구는 당내 대주주인 친박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친이계 인사들과 함께한 송년모임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름 같은 이야기"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조에 누구나 응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이 전 대통령이 아직도 구름 위에 있다. 내려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국민혈세를 수십조원 낭비한데 대한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않은 채 아직도 구름 위에 있다"며 "구름 위에 떠다니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조범위와 증인채택을 놓고 초반부터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이 대치할 경우 당초 합의대로 오는 12일 국조 계획서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국조의 경우에는 특위를 구성하고도 국조 계획서 채택은커녕 15개월간 단 한차례의 회의도 열지 못하고 2013년 말 해산되기도 했다.

변수는 여권의 국조특위 위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계 위원이다. 권 간사와 조 위원을 제외한 다른 위원들은(김상훈·김태흠·이채익·이현재·전하진·정용기·홍지만) 모두 친박계로 분류된다. 여권 내부에서 '친이-친박' 간 당내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 위원들이 굳이 MB정부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다. 친박계 위원들이 방어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야권에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친박 변수

반대로 친박계 위원들이 적극적 방어에 나설 경우 현재 활동 중인 국조범위와 증인채택 여부 등을 놓고 국조가 공회전을 거듭할 가능성도 있다. 직전 국조였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조도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증인채택 등의 문제를 놓고 여야 특위 위원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 예정된 청문회를 열지도 못하고 파행 마무리됐다. 결국 친이계 대 친노계의 전면전 양상으로 국조가 전개되는 가운데 친박계 위원들의 행보에 따라 이번 국조의 성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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