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사는 ‘삼단봉’ 악용 실태

2014.12.29 13:57:26 호수 0호

야구방망이 대신…조폭 필수품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쉽게 얘기하면 손오공의 여의봉 비슷한 겁니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이 ‘물건’을 두고 비유한 말이다. 현대판 여의봉이라 불리는 이것은 바로 ‘삼단봉’이다. ‘뜻대로 된다’란 의미의 여의(如意)처럼 마음대로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삼단봉은 ‘접이식 호신용 제품’이다. 그러나 오늘날 ‘접이식 타격 무기’로 악용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의 삼단봉 악용 백태를 살펴보자.

지난 1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진 자의 횡포(고속도로 터미널 안)’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블랙박스로 녹화된 영상이 올라왔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최근 굵직굵직한 이슈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말동안 ‘삼단봉 사건’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거리의 무법자들

A씨(30)는 지난 17일 오후 7시경 용인-서울 고속도로 서울방면 하산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우측 갓길에서 소방차가 진입을 시도했고 A씨는 속도를 줄여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그 뒤를 바짝 쫓아오는 제네시스 차량은 끼어주질 않았다. 그러자 제네시스 차주 B씨는 A씨 차량을 뒤따라와 “내려 XX야. 죽을래?” 등의 욕설을 퍼부었고 급기야 차량 앞을 가로막고 하차하더니 A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때 B씨는 오른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문제의 삼단봉이었다.

마치 검투사가 무기를 빼들 듯 삼단봉을 펼치고 다가온 B씨는 운전석에 다가와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손에 든 삼단봉으로 A씨의 자동차 앞유리와 보닛, 운전석 측면 유리창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A씨 입장에서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A씨가 반응이 없자 B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갔고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30초 정도 운전해 가던 B씨는 다시 차량에서 내려 따라오던 A씨의 차량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전과 마찬가지로 삼단봉이 들려 있었고 다시 한 번 A씨의 차량을 파손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영상의 길이는 총 14분44초.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A씨는 두 번이나 위협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B씨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입이 열 개라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큰 잘못을 했다”며 “피해자 분께서 연락주시면 어떤 식으로라도 사죄 드리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었다. 피해를 받은 A씨는 사건이 있은 후 3일이 지난 20일 고소장을 제출했고 B씨는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신고 접수 당일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벌금형으로 끝날 ‘형법상 재물손괴’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통범죄전문가들은 블랙박스로 명백한 증거가 있는 점, 상황의 특이성 등을 들어 이례적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 1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B씨의 행위는 ‘교통방해죄’가 추가될 수 있어 실질적인 형량은 1년에서 1년6개월 사이로 전망했다.

호신용 제품서 타격 무기로 변질
인터넷 구입 가능 “맞으면 황천길”

삼단봉 악용에 대한 경고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2012년 8월8일 광주 모 폭력조직원 황모(28)씨는 광주 서구 풍암동 모 주점 앞에서 박모(29)씨 등 일행 3명을 삼단봉으로 폭행해 전치 2∼4주의 상해를 입혔다. 주점 안에서 박씨 일행과 말다툼을 벌인 황씨는 앙심을 품고 피해자들이 주점에서 나오길 기다렸다가 삼단봉으로 구타했던 것이다.

2013년 10월16일 생일을 맞은 탤런트 고주원은 지인들과 함께 신사동의 한 클럽을 찾았다가 폭행사건에 연루됐다. 고주원 측 주장에 따르면 클럽 안에서 생일파티를 하던 중 20대 청년이 고주원 측 여성 일행에게 강제 키스와 성추행을 했고 곧 실랑이가 벌어졌다. 얼마 후 그 20대 청년의 일행이 삼단봉을 들고 나타나 고주원 측 일행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폭행을 당한 고주원의 지인은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삼단봉은 단순 구타 사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악용되고 있다. SBS <8시 뉴스> 보도에 따르면 삼단봉은 경찰을 사칭하는 도구로도 이용된다. 2014년 5월 경기도의 한 주택가에서 필리핀 근로자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차를 하고 있던 그에게 낯선 남자가 접근해 “이리 와봐”라고 지시했고 그는 상대방이 수갑과 삼단봉을 소지한 것을 보고 경찰이라 판단해 따라갔다. 그러나 그들은 경찰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내는 절도범이었다. 결국 그 필리핀 근로자는 500만원을 빼앗긴 후에야 가까스로 풀려날 수 있었다.

이처럼 삼단봉이 여러 가지 형태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 문제는 시중에서 너무도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군용품을 파는 상점은 물론 인터넷 상에서도 쉽게 구입가능한 삼단봉은 가격도 1만원에서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특히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보니 아동 및 청소년 등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다. 실제 ‘삼단봉 사건’이 있은 후 네이버 생활용품 쇼핑검색어 1위는 줄곧 삼단봉이 차지 중이다.

삼단봉은 경찰, 군인 등 전문가들이 상대 제압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만큼 실용성이 뛰어나다. 처음에는 휴대성이 간편한 30cm가량의 길이지만 펼치면 1m정도까지 길어지며 스틸, 스텐도금, 우레탄 등의 재질로 되어 있어 가벼우면서 경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폭행도구로 활용


실제로 유투브 등 온라인 동영상 채널에서 삼단봉의 위력을 보여주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에서는 한 남자가 삼단봉을 사용해 벽돌과 나무판자를 사정없이 부셔버리지만 삼단봉은 전혀 손상이 되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벽에 난 홈에 삼단봉을 걸어놓고 장정이 매달려도 휘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그만큼 강력하다 보니 일각에선 팔처럼 살이 적은 부분을 맞을 시 뼈가 부러질 수 있고 급소를 맞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호신용품 판매점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의전화만 평소의 2∼3배, 2013년 대비 판매량은 50%가 증가했다.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구입하는 호신용품.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의 신변을 위협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단봉 가격은 얼마?

삼단봉 구입을 원하는 사람은 가격을 잘 따져보고 구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호신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삼단봉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삼단봉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G마켓' '11번가' 'AK몰' 등 국내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삼단봉’을 검색하면 가격별로 목록이 뜬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삼단봉은 (주)에스비커머스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가격은 1710원(배송비 제외)이다. 재질은 알루미늄과 강철합금으로 되어 있고 접었을 때 19cm, 펼쳤을 때는 50cm이다. 무게는 일반적인 삼단봉보다 무거운 편이다.

최고가 삼단봉은 미국 ASP사에서 제작된 T40AC모델로 가격은 26만원 정도다. 재질은 강화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어 경도가 높으면서 가벼워 여성도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길이는 접었을 때 24cm, 펼쳤을 때 60cm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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