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저축은행 사원 선발 전산오류 <구설수>

2010.04.20 09:32:24 호수 0호

“합격! 아차...불합격이네요”

최근 은행권의 행원 선발이 활발한 가운데 토마토저축은행이 면접 응시자들의 도마에 올랐다. 행원 선발 과정에서 합격자 발표를 번복하는 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회사측은 ‘전산오류’라며 응시자들에게 뒤늦게 불합격을 통보했다.

회사측의 잘못으로 짧은 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간 응시자들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응시자들은 최소한의 사과문조차 발표하지 않는 회사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지난 3월 토마토저축은행에서 사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응시 원서를 넣었다. 동종업계에서 다년간의 경력을 가진 박씨는 무사히 서류를 통과했고 1차 면접을 봤다. 1차 합격자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박씨는 드디어 지난 9일 오후 5시경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합격자 발표 소식이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에 들떠 있기도 잠시 두 시간 가량이 지나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토마토저축은행의 인사과 직원이었다. 직원은 “전산오류로 합격자 발표 문자가 잘못 갔다. 본인은 불합격됐다”고 전했다.

‘전산오류’ 18명 합격취소



박씨는 “합격자 발표날 문자만 와도 떨릴 정도로 하루하루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그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전산오류로 합격이 번복된 경우는 박씨뿐 만이 아니었다. 지난 9일 오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취업 관련 주요 커뮤니티에는 회사의 1차 합격자 발표 번복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사연이 줄지어 올라왔다.

네티즌 ‘얼음보송이’는 “저도 (연락) 받았어요. 너무 힘드네요. 저희한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알고 하는 짓인지…”라며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응시자 ‘부우’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입장에서 갑자기 합격번복을 하니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더라”며 “(회사측에) 다시 전화해 확인했더니 죄송하단 말밖에 해 줄 말이 없다고 했다. 진짜 화가 나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처럼 이번 토마토저축은행의 행원 선발 과정에서 1차 합격자 발표 번복으로 불합격 처리된 응시자들은 총 18명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수백 명의 1차 응시자 중 100명의 합격자가 결정됐는데 합격자 발표 당일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산오류로 18명에게 통지 문자가 잘못 갔다. 문자 통보 후 30분이 지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인사과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응시자들은 회사 측의 애매모호한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응시자 최모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문자가 잘못 간다고 알 수 없는 전산오류라고 핑계를 대는지 모르겠다. 전산오류가 아니라 직원의 실수일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회사 한 관계자는 “합격 문자는 전산을 통해 일괄 발송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데 왜 이런 실수가 있었는지는 우리도 잘 모르겠다.

합격문자 두 시간 지나 인사과 직원 불합격 정정 통보
회사측 ‘알 수 없는 전산오류’ 해명에 지원자들 황당


하지만 분명히 직원이 수기로 문자를 적어 보낸 것은 아니기에 직원 실수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이어 “다만  전산 프로그램을 컨트롤하는 담당 직원의 실수가 있었을 수는 있다. 문자 발송 이전 최종적인 점검을 소홀히 한 책임도 통감한다”고 밝혀 담당 직원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이 있을 수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책임을 통감한다던 회사 측은 정작 상처받은 응시자들에게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해 불만을 사고 있다. 응시자 최씨는 “(전화를 받고) 황당한 마음에 회사 홈페이지를 살폈지만 어디에도 공식적인 사과문조차 없더라”며 “전화 한 통 달랑 걸어 ‘죄송하다’ 한 마디만 하면 회사의 책임이 끝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네티즌 ‘점프해서저높이’는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이런 회사라면 차라리 안 간 게 낫다고 생각한다. 저처럼 험한 꼴 당하신 분들 다들 더 좋은데 가세요”라며 회사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응시자들은 회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응시자 박씨는 “요즘 같은 취업난 시기에 정말 면접자들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힘들어 하는 구직자들에게 너무나 성의 없는 채용결과를 통보한 회사 측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부는 회사가 합격번복으로 피해를 입은 응시자들에게 2차 면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시자 최씨는 “과거 LG CNS의 경우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가 수십 명을 불합격 취소했지만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어 모두 합격시킨 예가 있다”며 “토마토저축은행 역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18명의 응시자들에게 최소 2차 면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2005년 LG CNS의 경우 최종합격자 383명에게 합격 통보 후 다음 날 전산오류를 이유로 69명에 대해 불합격 통보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응시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LG CNS는 결국 사흘 뒤 불합격자 69명 전원을 다시 합격시켜 구제하는 방안을 발표, 업계에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죄송하다” 한 마디만

하지만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회사 측은 난색을 표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합격 통보가 잘못된 것을 확인한 30분 동안 내부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형평성 문제 등 내부 기준에 의해 그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죄송한 마음은 들지만 응시자분들에게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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