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기로선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

2010.04.13 10:28:32 호수 0호

벼랑끝 ‘상조 신화’… 정면 돌파? 해외 은둔?


국내 상조업체 1위인 보람상조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오너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계약 해지 등 회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 불똥은 상조업계 전체로 튈 조짐마저 보여 가입자 및 업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도 화근의 불씨를 지핀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묵묵부답이다.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출국해 감감무소식이다. 정면 돌파냐, 아니면 해외 은둔이냐. ‘죽느냐 사느냐’기로에 선 그는 과연 어떤 복안일까.
1백억 횡령 혐의 오너일가 수사 급물살
전 계열사 압수수색…친형 부회장 구속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난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군복무 도중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마지막 휴가를 받아 들른 집이 사라진 것이다. 당혹감에 휩싸인 것도 잠시, 수소문 끝에 어렵게 찾은 집은 달동네 단칸방이었다. 가족들은 최 회장의 군 생활을 위해 힘든 가정 형편을 ‘쉬쉬’했다. 제대 다음날 곧바로 시작한 일이 보험판매원이다. ‘성공해야 가족이 산다’는 의지는 높은 성과로 나타났고, 이를 발판삼아 1983년 사업을 시작했다.
‘검은돈’파장 어디까지
업체·가입자 불안 고조

최 회장은 현대실업이란 재고 물품을 처리하는 대행업체를 차려 불과 1년 만에 직원이 150명으로 느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도 잠시. 회사는 부도를 맞게 됐고, 가족이 길거리로 나 앉을 처지에 놓였다. 그의 나이 29세 때다. 최 회장은 막막한 생계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3∼4일 후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또다시 수술용 메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다행히 주변에 빨리 발견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사업이 실패하면서 자책감과 비참함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 우울증까지 겪게 되면서 스스로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극단적인 선택 이후 병상에서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니 부질없이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어리석은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생사를 오가면서 ‘죽을 각오로 덤비면 못할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리고 새롭게 시작했죠. 그 일이 바로 남들이 모두 꺼리던 상조업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등장한 상조업은 당시만 해도 불모지였다. 일본 상조회를 모델로 부산지역에 가장 먼저 도입돼 일부 영세업체들이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품앗이’수준에 그쳤다. 최 회장은 한국업체가 아닌 일본업체를 모델로 삼아 직접 일본을 드나들며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는 등 상조 지식을 쌓았다. 이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좌절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냥 접을까’하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최 회장은 좌절하지 않고 부도 5년 뒤인 1991년 보람상조를 설립했다. ‘주식회사’형태를 띤 사실상 최초의 상조업체였다. 사업 영역과 규모도 영남지역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점차 확대했다. “상조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점이 성공 요인입니다. ‘웰다잉(Well-dying)’문화에 따라 고객 감동 장례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국내 상조문화를 선도한 셈이죠. 고객들에게 단순히 상을 치러주고 장례용품만을 파는 상조회사가 아닌 고객의 아픔을 내 가족의 아픔처럼 정성껏 모시고 있습니다.”
이 결과 보람상조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우물’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보람상조는 업계(상조업체 280여개) 최대인 75만명의 회원을 보유해 전체 가입자(약 265만명) 중 30% 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부금예수금(월 회비)은 1600억원 수준이다. 연간 1만2000여 건의 장·축의를 치르고 있으며, 임직원 3000여 명과 전국 300 여개 지점 및 영업소를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람상조의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총자산은 2006년 375억원, 2007년 478억원, 2008년 531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2006년 17억원, 2007년 30억원, 2008년 51억원을 기록해 1년에 약 2배씩 늘어났다.

평소 투명경영 강조
출국 전 164억 인출



‘몸집’역시 급격히 불었다. 보람상조는 상조업이 기반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를 비롯해 보람상조플러스(웨딩), 보람호텔(숙박업), 보람정보산업(프로그램 개발), 보람종합건설(건축업), 더오픈(광고대행사), IT칼라(스튜디오) 등 1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 현지법인 보람USA와 C&Q Enterprise, PNG Trading 등 3개 해외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 일가는 양대 축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가 100% 오너일가 소유인 것. 보람상조개발은 최 회장이 지분율 67%로 최대주주이며 부인 김모씨가 22%, 최 부회장이 11%를 갖고 있다. 보람상조라이프도 최 회장(47.5%)과 김씨(29.5%), 최 부회장(23%)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 회장의 ‘상조 신화’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계약 해지 등 회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 불똥은 전체 상조업계로 튈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보람상조 가입자뿐만 아니라 다른 상조업체 회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시민단체는 “검찰의 보람상조 수사는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무분별한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얼룩진 상조업계의 총체적 부실 실태가 곪을 데로 곪다가 드디어 터진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비자는 물론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거액의 고객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여러 개의 계열사를 가족과 친인척 이름으로 운영하면서 수년간 고객이 맡긴 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최 회장의 횡령금은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으로 부산 동구 P호텔, 사상구 N호텔 등과 외국에 부동산까지 매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노조, ‘돈다발 전달’동영상 공개
최 회장, 내사 중 출국 감감무소식

검찰은 최 회장이 이들 부동산을 매입한 돈의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 지난달 전 계열사 압수수색을 끝낸데 이어 지난 1일 최 회장의 형인 최모 부회장을 구속했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과 짜고 현금으로 받은 고객 미수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200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61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 일가가 장의행사를 담당하는 개인사업장인 보람장의개발 소속 장례지도사들이 계열사의 지원으로 행사를 치르고 현금으로 받은 돈을 법인 계좌로 넣지 않고 유용했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람장례식장의 수익금 5억5000여 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뒤 임의로 카드대금 등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보람상조 노조가 지난 1일 최 회장에게 돈다발을 전달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동영상엔 지난해 7월2일 최 회장 부인의 비서가 보람상조 장례행사부 부산사무실에서 돈을 찾아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날 전달된 돈만 현금과 수표를 합해 3500만원에 이른다. 노조는 “통상 장례를 치르면서 꽃이나 유골함 등 장례 물품을 판매하면 30%의 리베이트를 받는데 이 돈을 최 회장 일가가 챙겼다”며 “최 회장 일가가 이런 방법으로 부산사무실에서만 매달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조로부터 이 영상과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최 부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횡령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최 회장은 평소 ‘투명경영’을 강조해 이번 횡령 혐의와 리베이트 수수 의혹은 충격을 더한다. 부산 모 교회 장로를 맡고 있는 그는 인터뷰나 강연 등에서 “길이 아니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정직한 자가 반드시 성공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더욱이 최 회장은 검찰의 내사 중 해외로 떠나 본격적인 수사를 피해 출국한 게 아니냐는 해외 도피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월 부인과 취학연령인 자녀를 데리고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출국하기 직전 개인통장과 법인계좌에서 164억원을 외국으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보람상조가 지난 1월 초 미국법인에 이 돈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한 것.
검찰도 이를 근거로 최 회장이 도피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여러 경로를 통해 최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최 회장 일가가 자진해서 출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미국 사법기관에 범죄인 인도요청 등을 통해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람상조 측은 최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P호텔과 N호텔은 각각 보람상조개발㈜, 한국상조보증㈜ 소유로 검찰이 지적한 부동산은 최 회장이나 그 일가 개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며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고객 돈을 빼돌린 내용이 적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출장…곧 돌아온다”
최 회장 입국에 촉각

그는 최 회장의 도피 의혹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은 200만 교포를 대상으로 한 상조 해외사업을 위해 미국 현지법인에 출장 중으로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며 “혐의가 사실이 아닌 만큼 곧 돌아와 수사에 협조해 직접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 부회장의 혐의 여부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설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보람상조 법인과는 무관한 개인회사에 대한 부분으로 최근 공정위가 밝힌 대로 고객들에게 돌아갈 서비스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노조가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선 “회사 대표가 매일 현금을 2000만원씩 가져갔다는 주장은 장례행사를 후 정산한 행사금 잔액이 통상 현금으로 수금되기 때문에 이를 각 지역단위센터에서 취합해 은행에 입금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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