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코너 몰린 김태영 국방부장관

2010.04.06 11:32:26 호수 0호

41년 군인인생 천안함과 함께 침몰?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해군의 미흡한 초동대응과 사고과정을 숨기기에만 급급한 태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화살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에 쏠리고 있다. 국방부 수장으로서 위기관리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데다 사고원인 등에 대해 오락가락한 답변을 해 신뢰감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 장관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고 해결 지지부진…김장관에 따가운 눈길
승승장구했던 군인 인생에 커다란 오점 남길 위기 처해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취임 6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방부장관에 내정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분위기 속에서 환영을 받았던 김 장관. 하지만 천안함 침몰은 김 장관의 군인인생까지 침몰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퇴진이 기정사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사고가 김 장관에게 던진 타격은 크다.

군인 생활 내내 엘리트코스를 밟아 오며 인정받았던 김 장관이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뼈아프다. 김 장관이 국방부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이 퇴진하면서 차기 장관자리에 낙점된 것이 김 장관이었다. 육사 29기의 선두주자인 김 장관은 여러 모로 국방부장관 자리에 모자람이 없는 인물로 꼽혀왔다. 먼저 야전과 정책부서를 모두 거쳐 군사 현안에 대해 정통하다는 것이 김 장관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었다.



야전과 정책부서 거친 ‘엘리트’
일찌감치 차기 장관으로 낙점

1984년 15사단 26포병 대대장을 시작으로 야전지휘관, 육군사관학교 교수,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등을 거친 김 장관은 야전 지휘관과 정책 부서를 경험한 ‘전략·정책통’이다. 김 장관의 또 다른 강점은 개방적 리더십이다. 김 장관은 평소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부하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아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독단적인 의사결정보다는 부하들의 의견을 수렴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성품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부하들과의 스킨십도 중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말해주는 일화도 있다. 2002년 태풍 ‘루사’로 강원도지역에 큰 피해가 있었을 때 김 장관은 2주 동안 공관에 들어가지 않고 장병들과 함께 숙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소탈함과 함께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1군 사령관 시절에는 2000쪽이 넘는 작전계획 서류를 퇴근길에 들고 집에 들어가 검토해 부인의 눈총을 받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합참의장을 맡을 당시에는 많은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생일을 맞은 부하들에게 책을 선물해주고 같은 사무실 사병이 전역하면 회식자리를 마련하는 등 따뜻한 인간미도 두드러졌다. 또 한 가지 장점은 통역 없이도 국제회의에 참여할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췄다는 것. 육사 재학 당시 독일에서 3년간 유학한 경력이 있는 김 장관은 영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김 장관은 매일 5km 이상을 뛰는 ‘마라톤맨’으로 알려져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또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면서 한ㆍ미 군사관계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점으로 인해 한미동맹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처럼 김 장관의 성품과 평소 생활태도, 업무 추진 스타일 등은 국방과 군 조직문화 발전, 군의 선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다보니 김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리 별다른 공방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재산문제 등 개인적인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던 김 장관의 청문회에서는 다른 후보들의 청문회와는 달리 국방관련 정책 문제가 주요 현안이었다. 임진강 댐 방류사고에 대한 추궁, 국방예산 문제 및 기무사 민간인 사찰 논란, 군 복무기간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돼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청문회가 끝이 났다.

하지만 이런 김 장관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북문제. 김 장관은 지난 2008년 3월 합참의장 내정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발언을 해 남북관계 악화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에게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 장관은 “정밀 타격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장관은 “제일 중요한 것은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서 타격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미사일 방어 대책을 강구해서 핵이 우리 지역에서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고 그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김태영 의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남북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반응해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또 하나 걱정스런 부분은 김 장관으로 인해 ‘국방 문민화’가 후퇴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김 장관은 합참의장 이임식과 전역식이 열리고 한 시간 뒤 국방장관 취임식을 가졌다. 이 같은 ‘번개 취임’은 어렵게 진행됐던 국방 문민화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현역 군인은 전역 10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는 점을 국가안전보장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국방 문민화는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전역 1시간 만에 국방부장관에 임명된 김 장관의 사례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

‘일류 국방경영’ 다짐
전 장관과 차별화

이처럼 기대와 우려 속에서 국방부 수장이 된 김 장관은 ‘일류 국방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이상희 전 장관의 색깔을 빼는데 주력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일류 국방경영을 위해 국방부의 조직 및 업무수행체계 효율화,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국방정책, 방위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등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욕적으로 장관직을 시작한 김 장관. 하지만 지난 3월 뜻하지 않은 파문에 휩싸였다. 흑인 비하 발언을 해 비난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이 발언은 지난 3월20일 김 장관이 제주도 서귀포호텔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나왔다. 시 김 장관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제주도가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아프리카 밀림에 가면 자연이 있다. 그게 관광 명소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기는 그냥 무식한 흑인들만 뛰어 다니는 그런 곳일 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에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성명에서 “일국의 장관이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무식하게 뛰어다니는 흑인’이라는 표현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하지만, 마치 제주의 대표 경관인 강정이 천연의 아름다움만으로는 아프리카의 그런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뉘앙스”라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이어 “이는 제주의 대표 경관지이자 천혜의 생태계 지역인 강정마을과 주민들을 사실상 비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에 대해 분명한 해명과 더불어 도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 장관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 수장으로서 위기관리능력 부족 드러나 신뢰감 하락
지휘부 라인 문책 불가피해 김 장관 향후 거취에 이목 집중 


유은혜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국의 국무위원으로서 ‘무식한 흑인’ 운운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은 크나큰 외교적 결례이며,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는 아프리카 등 해외자원외교 측면에서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발언임에 틀림없다”며 흑인 비하 발언을 질타했다. 이어 유 대변인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이로 인한 외교적 결례와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발언을 한 김 장관은 더 이상 국무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김 국방장관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데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사과했다. 김 장관은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을 통해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이어 “‘국무위원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고 원 대변인은 전했다.

이 같은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 김 장관의 두 번째 위기는 천안함 침몰로 찾아왔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김 장관은 국민들에 실망을 안겨줬다. 사고 원인조차 뚜렷이 밝히지 못한데다 초동대응과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도 번번이 어설픈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장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발언이 이어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국방위가 연 전체회의에서 “초동조치는 비교적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종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해군 초동대응을 잘했다고 말했는데 동의하느냐”고 질문하자 이 같은 답을 내 놓은 것. 이에 대해 의원들과 국민, 유가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사고원인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해 신뢰를 떨어뜨렸다.

장관생활 두 번째 위기
돌파구 찾을지 주목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어떤 짓을 해 놓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침묵)할 수도 있고, 또 오해를 안 받기 위한 행위이거나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국방위에서 “합참의장을 하고 있던 2008년도에 (기뢰)이야기가 있어서 다 수거했다. 기뢰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수심에서 여러 압력으로 인해 진흙이나 펄에 묻혀 있던 기뢰가 떠올랐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조사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북한 기뢰가 흘러들어와 우리 지역에 있었을 수 있다”고 대답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김 장관의 모습은 군 전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번지고 있다. 또 군과 정부의 위기대응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커진 것에 대해 책임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거란 의견도 많다. 특히 김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군의 지휘 라인에 대한 문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김 장관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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