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공사 주가조작 의혹

2014.11.03 11:13:25 호수 0호

정권실세 연루설 진상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전부 거짓이었다. '제2의 CNK 사건'은 4년 가까이 흐른 2014년 10월이 돼서야 공론화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황금알을 낳는 금싸라기 광산으로 알려진 강원도 양양의 철광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부 말만 믿고 자원개발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은 깡통을 찼다. 우량 기업이었던 투자사 한전산업개발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졌다.



2010년 12월21일 한전산업개발 김영한 대표는 15년 동안 폐광됐던 강원도 양양의 철광산을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철광과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대명리조트에 모인 김영한 대표와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 이형섭 대한철광 회장은 철광산 자원개발 협약서에 나란히 사인했다. 이들은 특수목적회사(SPC)인 대한광물을 설립하면서 한전산업개발이 51%, 대한철광이 34%, 광물자원공사가 15%의 지분을 각각 나눠 갖기로 계약했다.

매장량 부풀렸다

당시 보도 자료를 보면 광물자원공사는 자체 탐사결과 양양철광산에 막대한 양의 철광석이 매장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부존범위 3㎢에 걸쳐 5개 광체에서 약 1207만t(가채매장량 845만t)의 철광석이 매장됐다"며 "2012년부터 50∼60%의 고품위 철광석이 본격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철광석 주변에 대량의 '희토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돼 희토류 자원경쟁에서도 좋은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희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사에 따르면 희토류는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라는 의미로 명명됐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발전 등에 필요한 영구자석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필수 물질이며, LCD·LED·스마트폰 등의 IT산업, 카메라·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CRT·형광램프 등의 형광체 및 광섬유 제작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2000년대 들면서 희토류를 자원무기화해 국가 차원의 통제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는 주목도가 높은 전략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물자원공사는 희토류의 매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쳤다. 당연히 주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희토류 매장 발표 후 한전산업개발 주식은 단 이틀 만에 40% 가까이 뛰었다. 공모가 5500원으로 16일 상장한 한전산업개발 주식은 21일(4950원)부터 수직 상승해 23일 752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당시 한전산업개발 측은 "본격적인 채광에 들어가면 연 14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며 투자를 부추겼다.


같은 달 27일에는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9930원까지 올랐고, 연말을 앞두고는 1주당 1만4000원을 돌파했다. 2011년 초 한전산업개발 주식은 무려 1만7350원까지 급등했다. 돈이 되는 사업에 언론사도 뛰어들었다. 스포츠서울(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은 대한철광이 보유한 대한광물 지분 34%를 27억원에 인수한다고 2011년 1월17일 공시했다.

당시 스포츠서울은 "양양철광산에 자철광 651만t 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으며, 이 광산에 매장된 희토류 광물의 가치가 2조5000억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수 언론은 회사 측의 주장을 인용해 양양철광산에 "란타륨, 세륨, 툴륨, 이트륨 등 일부 희토류 광물도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스포츠서울 주식은 430원에서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1860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 모든 예측이 거짓이었다는 데 있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산자원부 국정감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이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광물자원공사가 희토류에 대한 거짓정보를 흘려 특정 업체의 주가가 폭등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제2의 CNK'라 불릴 만큼 사안이 심각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대한철광, 한전산업개발과 함께 대한광물을 설립했다. 이들은 총 80억원의 투자도 약속했다(이후 투자금은 200억원 넘게 늘었다). 앞서 밝혔듯 희토류 매장 사실을 광물자원공사가 보증하자 스포츠서울과 한전산업개발의 주식은 각각 300% 넘게 폭등했다.

홍 의원 측은 "대한광물 설립 당시 광물자원공사가 희토류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고, 스포츠서울이 이를 받아 보도자료로 뿌렸다"며 "희토류 매장 정보가 흘러나올 때부터 스포츠서울과 한전산업개발은 '희토류 테마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또 "광물자원공사 이사회 회의록에서도 몇몇 이사들이 투자 강행을 주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0년 11월5일 대한광물 투자안을 심의한 광물자원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모 이사가 "광산을 하게 된 동기 중 또 하나가 희토류가 검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아까 ㅇㅇㅇ이사님 말씀처럼 희토류가 품위도 좋고, 그렇게 많이 있다고 하니 저희가 들어가려는 것입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희토류는 없었다. 홍 의원은 "조사결과 양양철광산에 매장된 희토류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고 앞으로도 희토류 생산량은 0"이라고 못박았다. 광물자원공사 고정식 사장 역시 "희토류가 채광된 사실이 없으며, 경제성을 갖춘 희토류 매장이 확인됐다는 보고도 아직까지 받은 바 없다”"고 확인했다.

두 번(2010년, 2012년)에 걸쳐 작성된 희토류 심사 내부 문건에서도 양양철광산에 매장된 희토류는 '경제성이 없다'고 귀결됐다. 희토류 뿐 아니라 철광석 생산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광석 생산은 2014년 예상 생산량(31만3570t)의 절반인 15만9000t에 그쳤다. 판매 또한 이사회에서 밝힌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아닌 중국에 전량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희토류 테마주로 끝없이 치솟던 주가는 3개월이 지난 2011년 4월부터 동반 폭락세를 보였다. 홍 의원은 "광물채취 경험이 일천한 업체들에게 광물자원공사가 들러리를 선 격"이라며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이 합작 투자한 광산에서 희토류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 주가가 폭등했다. 결과적으로 개미투자자들만 손해를 떠안았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한전산업개발의 의뢰로 삼일회계법인은 사업 타당성 용역을 실시했다. 이 법인은 보고서에서 "광산개발기간을 10년으로 가정했을 때 123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대한광물의 양양철광 사업은 경제성이 없다"고 명시했다. 또 1996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당시 한국자원연구소)이 내놓은 '양양철광 희토류광물 매장량' 보고서를 봐도 희토류 비중은 0.1%에 불과해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성 없었다

그럼에도 한전산업개발은 250억원 가량을 폐광에 퍼부었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를 보증했다. 당시 김신종 사장은 MB의 해외순방을 9차례나 수행한 최측근이었고, 김영한 사장은 뉴데일리 대표 출신으로 '청와대 낙하산'임을 자임한 비전문 경영인이었다. 누구보다 권력에 가까이 있던 이들은 정권이 바뀌자 주가조작의 '머리'로 의심받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