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혁신경쟁’ 불붙은 내막

2014.10.06 13:00:12 호수 0호

‘양치기 소년’ 오명 이번엔 벗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치권에 혁신경쟁이 한창이다. 여야가 앞다퉈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변화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가 수개월간 파행 운영되며 ‘국회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혁신이 ‘말잔치’로만 끝났던 전례가 많아 또 다시 변죽만 울리다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여야가 모두 당내에 혁신기구를 설치하고 혁신경쟁에 돌입했다. 먼저 새누리당이 지난달 18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일주일 뒤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혁신경쟁 돌입

사실 여야의 혁신경쟁은 선거 때마다 나왔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이번엔 과연 다를까.

우선 새누리당의 혁신방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실천 등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고,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하는 공천개혁과 당 체질개선으로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는 것이 목표다.

당내 비박계를 중심으로는 ‘개헌’까지 혁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문수 위원장, 김무성 대표, 친박계 등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혁신위에서 개헌이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김문수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권한과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라며 “당 지도부, 정당의 큰손들이 공천이라는 특권을 국민께 돌려주지 않고 민심에 반하는 집착을 하고 있다”고 특권 내려놓기와 공천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공천개혁은 정당의 가장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평소 강조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 등을 놓고 혁신위가 본격적 논의에 들어갈 경우 강한 반발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부터 시작해 최근의 7·30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한 데 이어 세월호 정국 대처 실패, 내부 갈등 등으로 당이 붕괴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혁신위에서는 발등의 불인 당 재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형 혁신인 셈이다.

하지만 비대위가 사실상 내년 초 전당대회 준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관리형 비대위가 만든 혁신위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혁신을 이룰지는 의문이다. 당장 첫 회의부터 원혜영 위원장은 “새로운 혁신안을 만드는 것보다는 과거 나왔던 혁신안 중에서 몇 가지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소 소극적 활동을 예고했다.

게다가 혁신위원으로 김기식·김승남·진선미 등 초선의원들이 7명이나 포함된 것도 힘을 갖고 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 ‘특권 내려놓기’ 한목소리
여 ‘정권재창출’, 야 ‘재건’ 목표

물론 새정치연합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 대선패배 후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만든 혁신안 등 근래 내놓은 혁신안이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와 관련된 문제들도 이미 다 포함돼 있다.

야권 관계자는 “기존에 나온 혁신안 중 우선적으로 실천할 과제들에 대한 선별 작업이 끝났다”며 “혁신위에서 이를 실천할 일만 남았다.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당내 계파갈등을 막기 위한 방안도 혁신위에서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원 위원장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계파 갈등이 도를 넘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바로잡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차기 총·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재창출, 새정치연합은 당 재건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같은 듯 다른 혁신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야의 의욕적인 혁신추진에도 불구하고 실천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선전만 요란하다 ‘말잔치’로만 혁신이 마무리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이미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 등 특권 내려놓기를 경쟁적으로 약속했지만, 2년이 흐르는 동안 바뀐 것은 없다. 다만 다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혁신논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당내 반발과 갈등 등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의 경우 잠재적인 대권경쟁자인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이 벌써부터 혁신위의 권한 등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등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비박계 중심의 혁신위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도 가시화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이번 혁신안이 향후 당권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계파 간, 차기 당권주자 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혁신방향 자체를 놓고도 ‘노선 갈등’ 등 분란의 여지가 있다.

용두사미?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여야는 한목소리로 “혁신이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즈음, 여야가 호언장담하고 있는 혁신경쟁이 실제 정치혁신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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