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GKL 비리 대해부

2014.09.15 11:58:07 호수 0호

곪을 대로 곪아…툭하면 터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영종도 리조트 설립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한편에선 이른바 '중국인 타짜'에게 수십억원을 털려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의 부실한 카지노 관리가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최근엔 한 간부급 직원이 거액의 횡령 사건에 연루돼 체면을 구겼다. 다가올 국회 국정감사에선 'VIP 성접대 지원' 의혹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매년 정부 당국의 시정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알짜 공기업' GKL. 사업 확장의 걸림돌은 도덕성이다.



카지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는 영내 자국민에게 카지노 출입을 불허하고 있다. 강원랜드와 같은 예외적인 사례도 있지만 아직까지 카지노는 국가가 규제하는 금단의 영역이다.

금단의 영역
사실상 독과점

그런데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GKL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정확히 10년을 맞았다. 대주주 한국관광공사가 지분 51%를 갖고 있으며 영업 대상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다. GKL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명목으로 국내 카지노시장을 사실상 '양분'해 왔다.

박정희정부부터 김대중정부까지 카지노 산업을 독점해 온 업체가 있다. 파라다이스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1968년부터 37년간 외국인 전용 카지노시장을 독점해 왔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파라다이스 측에 유리하도록 신규 카지노 진입장벽을 높게 쳐 줬다"고 지적했다.

리조트 사업 진출 등 영역 다각화
이면에선 직원·손님 비위 '펑펑'


이런 파라다이스의 아성을 서울에서 무너뜨린 카지노가 바로 GKL의 세븐럭이다. 세븐럭은 비교적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븐럭의 성장 배경엔 공기업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몫을 했다. 외국인 VIP를 주로 상대한 까닭에 국내 경기 불황에도 그 여파가 크지 않았다.

지금은 여러 경쟁 후보군 업체가 있지만 GKL은 여전히 증권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로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카지노 산업의 이익은 주변국의 경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GKL은 중국의 경제 부흥과 더불어 성장세가 뚜렷했다. 증권시장에서 수익성이 보장되는 고배당 공기업을 꼽을 때면 GKL은 매번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믿었던 GKL
도덕성 도마에

이런 GKL에도 악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올 8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GKL 차장급 직원 박모(46)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했다고 알렸다. 박씨는 공금 20억원을 빼돌리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7월18일 낮 회사 금고에서 20억원상당의 수표를 들고 나와 현금으로 바꾸려 했다. 당시 박씨는 500만원짜리 수표 400매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작스런 거액 인출을 의심한 은행 직원이 GKL 측에 확인 전화를 하면서 그의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박씨는 은행 창구에서 달아났다가 사건 당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혐의 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리 담당자로 알려진 박씨는 회사에서 금고 관리 등을 맡았다고 한다. 그러나 주식투자 실패로 거액의 빚을 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GKL은 사건 직후 박씨를 면직 처분했다고 알렸다.

지난 4월에는 세븐럭이 중국인 사기 도박단에게 30억원을 털릴 뻔한 사연이 전해졌다. 당시 GKL는 경찰 신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한 언론은 2013년 말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것에 비춰 사기도박이 최소 수회 이상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지난 3월 GKL은 바카라 게임에 사용한 카드를 자체 조사한 결과 한 덱(8벌 카드)의 카드에서 똑같은 카드 한 장이 더 발견되고, 다른 한 장은 부족한 것을 확인했다.

문제의 게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도박단은 최소 카드 1장 이상을 숨겨 사기도박에 이용한 것으로 의심됐다. 차후 드러났지만 당시 중국인들은 상의 소매 깃에 미리 감춰둔 카드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하룻밤 30억원의 돈을 땄다.


문제의 사기도박 사건은 GKL 내부 직원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바카라 테이블팀 한 간부가 게임이 끝난 카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카드를 바꿔치기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카지노는 무늬가 독특한 카드를 미국이나 영국의 전문업체에 의뢰해 제작하고 있다. 사용 기간은 1년으로 한정된다.

그런데 사기도박을 한 중국인들이 사용한 카드는 'GKL 전용카드'여서 이들이 게임을 앞두고 미리 카드를 건네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내부자 공모 의혹이 일었던 이유다. 또 카드를 바꿔치기하는 등 승부에 문제가 있을 시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된 슈통(카드를 담는 통)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지 않은 점은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혔다.

중국인 타짜
수십억 챙겨갔다

결과적으로 GKL은 사기도박 현행범들을 눈 앞에서 놓쳤다. 사법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않아 용의자들이 공항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가도록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사건 관련자들은 "지난해 12월 문제의 중국인 2명이 강남에 있는 세븐럭 VIP게임 테이블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12억원 이상의 돈을 따갔지만 누구도 사기도박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알렸다. 당시 GKL 관계자는 "(올 4월 게임과 달리) 12월 게임은 사기 도박이 아닌 정상 게임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GKL은 중국인 사기도박단이 따낸 30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금 2억원을 돌려준 뒤 뒤늦게 신고해 논란이 일었다. GKL은 지난 7월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자체 감사를 벌여 모두 9명을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감사원은 금전사고 부적정 사후 처리 등 방만 경영을 한 GKL에 시정 요구를 내렸다. GKL은 지난해에도 예산 편성 문제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접대 지원 의혹이다.

GKL을 상대로 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2013년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PR고객들의 유흥단란주점 출입기록을 조사한 결과 주로 강남 일대 유흥단란주점에서 26회 걸쳐 6600만원을 지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PR고객은 PR여권 소지자로 국적은 외국이지만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다.

박 의원은 "해외 고객 유치를 위해 항공 숙박 등의 용도로 사용돼야 할 고객유치비가 매출 증대라는 명목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 동포의 유흥비로 제공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PR고객은 GKL 홍보 담당 직원이 성접대를 제공해 게임을 하도록 하는 등 부당 유인행위를 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잇단 횡령 사건에 사기 물의
성접대·특혜 등 방만경영도

지난해 기준 파악된 세븐럭의 VIP고객은 모두 34만5917명(실버급 단골고객 일부 포함)이다. 이중 PR고객은 651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들이 5년 동안 GKL에서 쓴 돈이 3103억원이란 사실이다. 이는 같은 기간 GKL 전체 매출의 무려 13.1%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당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성접대 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GKL이 지난 2010년 8월부터 약 2년간 외국인 고객을 위해 강남의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에서 11억 7201만원을 결제했다"며 "이는 사실상 성매매를 도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기간 GKL이 YTT를 제외한 또 다른 유흥단란주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48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약 60억원의 매출을 룸살롱 등에 올려 준 셈이다.

업체 밀어주기
임직원 자녀 특혜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는 의혹도 일었다. 지난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GKL의 용역 입찰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참가자격 선정 및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 일부 기업에게 특혜가 주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임의로 입점 여행사가 됐으며, 2012년 '서울 2개점 입점 여행사 용역 계약'에서는 연 매출액 등을 지나치게 높여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롯데관광개발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관피아 의혹을 지폈다. 그는 "GKL과 모회사인 한국관광공사에서 채용과정을 불투명하게 처리했으며 임직원 자녀들이 채용규정에서 특혜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올 10월께 GKL은 정기 국정감사를 받게 된다. 1년이 지난 지금 상기한 지적 사항들이 개선됐는지 여부가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리조트 사업 진출 등 사세 확장을 꾀하고 있는 GKL이 잇단 악재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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