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살인적 구조조정 실상

2014.08.11 12:05:59 호수 0호

“사장님 악명대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정문국 ING생명 사장. 그는 올 초 ING생명 사장이 되면서 직원들을 위한 경영을 약속했다. 구조조정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정 사장의 약속은 반년도 되지 않아 깨졌다. 그의 악명대로 임원들은 줄줄이 나갔다. 직원들은 퇴직압박에 시달렸다. 정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 ING생명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노조는 정 사장의 취임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지난달 29일 희망퇴직 기간이 끝났다. 그동안 수많은 ING생명 직원들이 퇴직면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 임신 중이었던 한 여직원은 면담을 받다 쓰러졌다. 또 다른 직원도 ‘차라리 자살을 하고 싶다’고 호소하다 실신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거짓말도 전문가

지난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PEF)에 인수된 ING생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정문국 사장이 지난2월 ING생명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동조합은 정 사장의 취임을 강력 반대했다. 그는 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 사장은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재직했던 때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원들을 폭행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정 사장은 이러한 꼬리표를 떼기 위해 취임 전부터 먼저 노조에 손을 내밀었다. ‘노사 간 상호신뢰와 협력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취임식 직전에는 이명호 노조위원장을 따로 만났다. 그렇게 정 사장은 노사 화합을 위해 적극 노력했다. 이때만 해도 정 사장의 태도에 노사 분위기는 훈훈했다. 그런데 그의 약속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깨졌다. 정 사장은 6월부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임원 및 부장급부터 대폭 감축했다. 정 사장은 임원 32명 중 16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중복 부서를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75명에 달했던 부서장급 인력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희망퇴직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정 사장은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로부터 한바탕 욕을 먹었다. 그는 사내인트라넷의 CEO메시지를 통해 “희망퇴직 시행이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회사 또한 새롭게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냈다.

이와 함께 희망퇴직 교섭을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정 사장은 “회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모든 직원들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변화만이 모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 성의를 다해 희망퇴직 제안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정 대표의 메시지에 ING생명 노조는 분노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정문국 사장이 말하는 ‘희망퇴직’은 과연 누구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며 “바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의 간절한 희망일 뿐, 노동자들에겐 ‘퇴직보상금’이라는 일시적인 당근을 제시해 절망적인 선택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합법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희망퇴직’ 과정에서 조직내부의 갈등과 불안감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노조는 지난해 12월 ING생명을 인수할 당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던 MBK파트너스가 반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겼다고 규탄했다. 경영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희망 없는
희망퇴직

ING생명은 희망퇴직 대상을 정해놓고 면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5년차 이상, 차장급 이하의 직원들이다. 2011년 1월1일 이후부터 입사한 직원은 제외됐다.

정 사장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직원들에게 근속연수의 1.25배에 해당하는 퇴직금에 10개월치 월급을 얹어주는 ‘1.25N+10’ 패키지를 제시했다. 예컨대 급여가 400만원이고 10년차 직원이 희망퇴직을 하면 1.25 곱하기 10에 10을 더해 22.5개월치 평균 급여로 900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희망퇴직자는 예상보다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구조조정 전문가’정문국 사장 진두지휘
노조에 먼저 손 내밀더니…뒤돌아 뒤통수

오히려 면담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ING생명 두 직원이 면담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후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치달았다. ‘찍어내기’ 논란이 이어졌다.


ING생명 한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임신 6주째였던 여직원은 면담 당시 퇴직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도 사측이 3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온 끝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측이 육아휴직 중이거나 임신 중인 여성 직원에게 주로 퇴직강요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신한 여직원이 실신한 뒤 노조 측은 ‘면담을 통해 퇴직을 압박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사측은 용어 순화 등 압박 수위를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의 직원들에 대한 면담은 이어졌고, 또 다른 직원이 쓰러졌다. 이 직원 역시 퇴직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해당 부서장이 ‘너와는 같이 일 못 한다’ ‘우리 부서에 네 자리가 없다’며 8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며 ‘차라리 자살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결국 지난달 25일 그는 실신해 병원에 실려갔다.

익명을 요구한 ING생명 직원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총 8회에 걸쳐 소위 ‘찍퇴’ 면담을 실시했다”며 “면담과정에서 과중한 스트레스로 이 직원은 동료들에게 한강에서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 중압감을 토로했음에도 불구하고 7차면담을 진행했다”며 “면담진행과정의 강압과 폭언에 근육 경직 및 호흡곤란을 일으켜 동료들이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긴급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두 직원은 휴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ING생명은 해당 직원이 병원에 실려 간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희망퇴직 제도를 알렸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5년 이상 근무자들이 주로 면담을 받았지만 특정 대상을 찍어서 면담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희망퇴직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정도였다”라고 해명했다.

직원 쫓아내고
설계사 늘리기

ING생명은 본사 인원을 감축하는 것과 반대로 설계사 조직은 늘리는데 혈안이다. 정 사장은 설계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단기적 성과의 인센티브 제도에서 장기적 관점의 분할방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ING생명이 도입하기로 한 인센티브 제도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형식과 유사하다. 1년 동안 설계사들의 업무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분기별로 분산해 지급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센티브를 얹어주면서 기존 설계사는 붙잡고 다른 곳 설계사들을 끌어들여 실적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2년여 동안 매각작업이 지연되면서 설계사들의 숫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 사장의 설계사 정책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모집인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 한 설계사는 “ING생명이 실적이 조금만 괜찮아도 ‘우수설계사 상금’을 주고 이번 여름에도 해외여행을 대거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계사들을 붙잡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당장 ING생명 모집인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길게 보면 실적경쟁 때문에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설계사는 6000여명으로 파악됐다. ING생명 설계사는 2013년 4월 말 6700명에서 2013년 10월 6500명, 올해 1월 6100명, 4월말 현재 6000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감소폭은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내부 상황을 보면 실제 영업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소식이다.

이중에서도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설계사는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ING생명이 조직을 큰 것처럼 보이려고 영업을 하지 않는 설계사들의 자리를 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주주 MBK가 5년 후 ING생명을 재매각할 때 높은 가격을 부르기 위해 본사 조직은 줄이고 영업인원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설계사 수당을 높이는 정책은 실적을 높이기 위한 낚싯밥 같은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설계사가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 상품을 판매하려다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연이다.

구조조정은 ING생명이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방식이라고 보았다. 이 관계자는 “외국계 사모펀드인 MBK는 국내 경제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라며 “인수 가격보다 더 비싸게 매각하는 것만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사 정책으로 매각가를 높이기위한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외국계 자본에 먹거리를 떠안겨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희망퇴직? 임직원 줄줄이 잘려
설계사 키워 실적 올리기 복안

정 사장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ING생명를 인수한 직후인 올 2월에 취임했다. 사모펀드는 통상 5년 정도 안에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다음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남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정 사장에게 ‘실적 극대화’를 주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ING생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이런 맥락일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사장은 희망퇴직 등의 인력 구조조정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ING생명이 지난 2008년 업계 4위에 있을 때 월납보험료가 100억원 수준이고, 임직원 수는 1000명이었다”면서 “현재는 월납보험료 26억원으로 월 매출액이 30% 수준으로 줄었지만 직원 수는 그때와 똑같다”고 희망퇴직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살보험금
과징금 문제도

이런 와중에 ING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400여건, 금액으로는 500억원이 넘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을 제재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ING생명이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관을 어기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 것을 명백한 규칙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고의가 아닌 과실로 보고 제재 수위는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ING생명에 ‘기관주의’와 과징금 4900만원을 사전 통보했다.

문제는 당국의 제재 수위가 아니라 ING생명이 추가로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다. ING생명이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은 5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분의 1 수준이다.

ING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면 올해 순이익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ING생명의 순이익은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2409억원에서 2012년 1993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실적은 1878억원으로 2012년 같은 기간(1525억원)보다 늘었다.

ING생명은 일단 금융위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의 과징금에 대한 통보는 아직 안 나왔다”며 “정식 통보 전까지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지면 법정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이익이 줄어들수록 경영진의 성과급도 작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ING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카페베네 '점포 후리기' 백태, 실적에 눈멀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카페베네에 19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가맹점에 할인행사 비용 전액을 떠넘기고 인테리어 시공 등도 본사를 통해서만 하도록 강제한 이유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2010년 8월 통신사 KT와 제휴해 KT 멤버십 회원이 카페베네에서 음식료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의 10%를 할인해주는 계약을 맺었다. 할인 금액은 KT와 카페베네가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당시 전체 가맹점 중 40%는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해 제휴할인 서비스 개시를 반대했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할인행사 진행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그해 11월부터 실시했다.

카페베네는 이후 본사의 비용분담분(50%) 전액을 가맹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카페베네는 당초 가맹사업자와의 계약서에서 판촉비용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나눠 내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공정위 측은 카페베네가 가맹본부의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가맹법 위반 역대 최고 과징금

 

또 카페베네는 새로 가맹점을 내려는 가맹 희망자가 매장 인테리어 시공과 장비·기기 조달을 모두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서 하도록 강제했다. 가맹 희망자가 시공 위탁 요구를 거부하면 아예 가맹계약을 맺지 않았다. 카페베네는 가맹 희망자에게 계약 체결 전 미리 점포를 확보하도록 했다. 그런데 가맹계약이 불발되면 예비 가맹점주는 점포 임대료를 날리게 된다. 이 때문에 가맹 희망자들은 본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카페베네는 지난 6월에도 블랙스미스에 축산물을 공급할 당시 ‘축산물판매업 영업·판매신고’를 하지 않아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 제재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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