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보선 당선인들, 초지일관해야

2014.08.01 14:38:57 호수 0호

1일 새누리당 의총서 '박근혜정부' 타령만…지역발전 공약 재고 필요

세월호 참사 등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현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낙승을 예상했던 7·30재보궐선거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김한길·안철수 등은 물론, 주승용 사무총장, 우원식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경기 수원병에서 고배를 마셨던 손학규 상임고문도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등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새누리당도 선거 승리의 여흥에 분위기를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도부와 선거 당선인들과의 포부가 다소 엇박자를 내는 분위기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거 대승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민들은 새누리당이 혁신하겠다는 각오와 민생 경제를 살려서 생활고에 지친 주름살을 펴주겠다는 약속을 한 번 더 믿어보자고 표를 줬다. 새누리당은 보수 혁신, 새누리당 혁신, 국가 대혁신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민생경제 살리기에 몰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재보선 성과에 대해선 "서울·경기는 6석 중에 5석을 싹쓸이하고, 충청권 3곳은 모두 전승했다. 영남은 2곳에서 전승했다. 특히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13대 총선에서 소선거제로 전환된 후 전남에서 26년만에 당선된 것"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이완구 비대위원장, 윤상현 사무총장 체제가 상향식 공천, 주민 뜻대로 공천을 잘 한 것이 선거 승리에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것이 값진 승리다. 겸손한 모습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당부에 7·30재보선 당선인들의 일성은 공통적으로 '박근혜정부'가 언급됐다.

정미경(경기 수원을) 당선인은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게 국민 한 분, 한 분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바닥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정 당선인은 무엇을, 누구를 위해 열심이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배덕광(해운대 기장갑) 당선인은 "선거를 통해 해운대 주민들은 준엄한 메시지를 줬다. 경제 살리기와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는 데 미력이나 보태겠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고 국정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일을 열심히 하겠다"며 역시 '박근혜정부'를 언급했다.

박맹우(울산) 당선인도 "품위를 지키고 소임을 다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당이 잘 되는 데 있어서 철저히 하겠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적으로 갈 수 있게 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박근혜정부 발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유의동(평택) 당선인은 "정치 새내기로서 평택의 발전은 물론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새누리당 혁신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 국회의원 역할에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제식(충남 서산·태안)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박근혜정부를 언급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를 제치고 국회에 입성한 김용남(수원병) 당선자는 "선의의 경쟁을 한 손 후보가 어제 정계 은퇴를 선언해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한다. 옆에서 보기에 장점이 많고 배울 점이 많은 정치 선배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다면 찾아뵙고 조언도 들을 생각"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당선인들 대부분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와 관련한 공약은 일절 배제하고 오로지 지역발전론만 내세웠다.

수원 을의 정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합동유세 현장에서 "우리 권선은 수원비행장이 있어 굉장히 어렵다. 그동안 운동화 신고 지역주민들 한 분 한 분 만났다. 여러분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 잘 안다. 서수원 발전과 수원비행장 문제, 권선의 미래를 저 정미경을 국회로 보내주시면 제가 해나가겠다"고 지역을 잘 아는 후보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해운대 기장갑의 배 당선인도 선거과정에서 "반여·반송동 지역에 첨단기업들이 모인 드림시티를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날 의총에서의 발언에서는 '지역'이라는 단어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울산 박맹우 당선인도 지난달 11일 "공부하는 의원상 확립을 통한 국회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제 발목을 잡는 규제에 대한 개혁 및 국가혁신, 지방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소득세·지방교부세 등 세재개편 추진 등을 약속했었으나 오로지 '박근혜정부'만 언급했다.

이날 자리가 새누리당 의원총회였고, 기존 의원들과 당선인들간의 대면 자리였다고는 하지만, 김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당 혁신'을 강조했고, 지역론 위주의 공약을 부르짖었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현정부 성공을 위해 돕겠다"는 발언은 다소 해당 지역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실제로 그 동안 정치권에서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처럼 선거 때만 지역구에서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에게 한표를 호소했다가 막상 당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행태를 자주 보여 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선인들은 더 이상 선거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초지일관의 자세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들도 반드시 되새겨 봐야 한다. 결코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이 그들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염원해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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