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잡아가는 수상한 요양병원 고발

2014.07.21 11:20:49 호수 0호

'제2의 형제복지원' 또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천 강화도에 있는 A요양병원이 거리 홈리스(노숙인)를 상대로 불법 유인과 감금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A요양병원은 노숙인을 강제 입원시켜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환자 수에 따라 병원 수익이 보장되는 일명 '일당정액제' 때문인데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을 무차별로 수용했던 형제복지원 사건과 그 배경이 유사하다.



지난달 26일 홈리스행동 등 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요양병원 대응 및 홈리스(노숙인) 의료지원체계 개선팀'은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험급여를 목적으로 홈리스를 동원해 환자를 유치하는 요양병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진상조사 시급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인천 강화도 소재 A요양병원(이하 A병원)은 거리 노숙인을 상대로 불법 유인과 감금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은 서울지하철 서울역·영등포역 등 노숙인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환자 유인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병원은 노숙인을 병원 직원으로 고용한 뒤 평소 안면이 있던 다른 노숙인을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홈리스행동은 전했다.

홈리스행동이 확보한 동영상에 따르면 A병원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이나 저녁시간을 활용해 서울역 인근에서 승용차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 현행법(의료법 27조 3항)상 불특정 다수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여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A병원의 차량은 지속적으로 서울역 주변을 배회했는데 놀랍게도 이 차량의 운전기사는 거리에 있던 노숙인이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 함께 노숙하던 노숙인들을 상대로 면식을 활용해 유인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병원의 직원들은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 "질병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부추기는가 하면 일부러 술을 마시도록 하는 등 차트를 적극 왜곡했다. 치료가 불필요한 사람들까지 환자로 위장시킨 것이다.


A병원은 환자 모집책인 직원들로 하여금 평소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 증세가 없는 사람들을 '환자인 것처럼 위장하라'고 교육했다. 때문에 몇몇 노숙인의 경우는 입원 전 직원들이 건넨 술로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한 상태에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A병원에 입원했던 김모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입원 중 다른 여성 4명과 함께 숙식했는데 평소 생활에 지장이 없었으며, 알코올중독 또는 정신과적 질환이 없어서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윤모씨의 경우는 입원 전 병원 직원으로부터 '소주를 하루 5병 이상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불면증과 우울증이 있다고 얘기하라'는 말을 들었고, 원장 면담에서 체크리스트 작성 시 '가급적 (병세가) 위중한 쪽으로 작성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가짜 환자'였던 윤씨는 자신과 비슷한 경로로 입원한 7명의 환자들과 함께 약을 모아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A병원에는 소주를 사준다는 말에 운전기사를 따라나선 노숙인이 최대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천 A병원 부랑자 불법 유인·감금 의혹
지원금 타내려…의료법 위반 행위들 포착

A병원은 이렇게 모은 환자들의 상대가치점수(병세의 위중한 정도 등)를 상향시켜 점수당 책정된 단가를 높이는 수법으로 진료비를 과다 청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머릿수가 돈인 A병원 입장에서 이중삼중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뿐만 아니라 A병원은 의료법상 '정신보건법'이 적용되는 정신병원에 해당하는데 정신병원에서 일하려면 국가가 인정하는 일정 수준의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A병원은 노숙인 출신이나 환자(정신질환자) 출신을 보호사로 고용하여 병원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같은 노숙인 출신이었던 보호사들에게 뺨을 맞고, 손발이 묶인 채 폭행을 당하는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입원 경험자 김모씨는 "다른 환자와 함께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나를 독방에 끌고 갔다"면서 "밧줄로 양손과 발을 침대에 묶인 채 6시간 동안 독방에 감금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짧은 입원 기간 동안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감금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경험자 이모씨는 "자신의 지인 문모씨가 독방(CR)에 갇혔다"면서 "비명소리가 났는데 다음날 나온 문씨를 보니 밧줄 자국으로 양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고, 이 같은 폭력이 일주일 새 서너 차례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A병원은 누가 운영하고 있을까. 의료법상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으나 A병원이 소재한 토지 및 건물 등기사항을 봤을 때 병원 소유주 오모씨는 복수의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됐다.


오씨는 2013년 3월 토지를 매입한 뒤 같은 해 5월 병원을 개설했다. 관련 증언자들에 따르면 모 보호사는 오씨 소유의 A병원을 작은집, 또 다른 병원을 큰집으로 불렀으며, 타병원에 있던 환자가 A병원으로 교차돼 오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해당 병원의 과장은 A병원과 오씨의 병원에서 번갈아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손목이 빨갛게

A병원에 입원했던 몇몇 환자들은 "A병원이 퇴원할 때 병원비도 받지 않았다"며 의문스러워 했다. 이들은 건강보험료가 체납된 상태였는데 A병원 측은 이들의 건강보험료를 면제하면서까지 환자로 유치했다. 여러 정황상 영리를 목적으로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병원비로 흥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의 소지가 있다.

이날 홈리스행동 측은 "A병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법률에 따라 응당한 처분을 받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홈리스를 상대로 유사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병원들을 조사하여 이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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